시사, 상식

검사의 친구들

道雨 2019. 8. 7. 11:13






검사의 친구들
비정상적 조직의 개혁도 오로지 정상적 방법으로만 해라(?)
강기석 | 2019-08-06 11:49:39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윤석열 검찰총장의 첫 검찰 인사를 둘러싸고 언론이 아주 난리가 났다.
이것이 검찰 출입기자들을 앞세운 적폐 검사들의 저항인지, 아니면 검찰 출입기자들이 적폐 검사들의 한을 풀어주려고 자진해서 앞장서고 있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요체는 인사원칙도 없이 현 정권에 칼을 들이 댄 검사들을 물 먹이고 윤석열 총장과 가까운 특수통 검사들만 중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인사로 이 정권에서 검찰의 중립을 보장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이런 논조에는 수구.진보 언론의 차이가 없는 듯하다.
한겨레에서 검찰을 담담하는 것으로 보이는 한 중견 간부는낮선, 너무나 낮선 검찰 인사라는 타이틀을 단 칼럼(5일자 오피니언 면)까지 썼다.

그 주장에 비추어 보면, 지금까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는, 지난 주 문재인 정권의 검찰 인사가 아주 낮설게 보일 정도로 인사원칙에 맞는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져 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과연 그런가. 권재진 임채진 김경한 한상대 김기춘 우병우의 검찰이 과연 그러 했던가. 오히려 정치검찰들이 청와대 법무부까지 장악하고, 수사는 물론이고 인사까지 주물럭거리지 않았던가.
그러니 차라리 비정상적으로 커온 지극히 비정상적인 조직을 개혁하는 것도 오로지 정상적인 방법과 절차를 통해야 민주주의 원칙에 맞는다고 충고하는 것이 솔직하다.

우리 사회 곳곳의 적폐들이 그런 논리로 버티고 있어, 민주주의의 진짜 우환거리가 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권력과 결탁해서 혹은 눈치껏 알아서 권력의 청부 수사를 해 온 검사들을 물 먹이고, 반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은 데 대한 보복으로 철저히 물 먹었던 '윤석열과 그 친구들’을 중용해, 온통 썩어있는 검찰 조직을 한바탕 뒤집어 놓는 것이야말로 민주 정부의 지극히 정상적인 검찰 인사로 비친다.
권위주의 조직을 개혁하는데 이보다 더 훌륭한 인사 원칙이 어디 있는가.


공안통 특수통 형사통 강력통 어쩌고 하면서 탕평책을 썼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검찰밥을 먹는 검사들이나 할 만한 소리다. 그들만의 밥그릇 투정이다.
공안통은 그야말로 쓰레기 적하장이고, 특수통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거악을 상대함에 있어 형사통이나 강력통보다 적합한 능력이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특수통은 윤석열과 가까이 있었다. 즉 윤석열이 앞으로 “공정한 경쟁 질서 무너뜨리는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때 좀 더 믿음직스럽게 견마지로를 다 할 검사들일 뿐이다.


한 번도 검찰 출입 안 해 본 내 눈에도 그것이 보이는데 5년씩, 10년씩 출입한 그대들 눈에는 어찌 그것이 안 보이느뇨? 하기야 내가 들은 말이 있긴 하다.


한국 언론이 가진 가장 큰 문제가 기자단 아닙니까? 집단으로 출입처와 유착하는 문제 말입니다. 법조(검찰) 출입기자단이야말로 그런 우려가 가장 큰 조직의 하나지요. 구조적으로 그래요. 검사와 기자 간 기사거리 거래하는 행태가 일상화 돼 있죠. 힘있는 검사, 검찰 핵심조직과의 친밀성 여부가 기자의 능력과 직결되죠. 공식 브리핑만 받아써서야 어찌 유능한 법조기자 되겠어요?


그렇게 밀착해 버리니 권력의 청부 수사하는 정치 검사가 정의의 사도로 우러러 보인다는 것이다. 검사가 슬쩍 흘린 팩트 하나가 모든 진실을 말한다고 믿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은 검사가 가리키는 곳만 검찰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검찰보다 먼저 언론에 당한 것이 한명숙 전 총리, 곽노현 전 교육감 등 이명박 박근혜 때 표적이 된 정치 탄압사건의 희생자들이다.

그 적폐 검사들이 정권이 바뀐 후 새 정권이 미워 억지수사로 몽니부린 것이, 손혜원 사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김태우 사건이었다고 본다.

그것이 드러나자, 계면쩍은 나머지 객쩍은 소리들 한 마디씩 던지며 스스로 걸어 나가는 이들을 정의의 사도들의 울분에 찬 용퇴로 치장해 줄 건 또 뭔가.


아마도 그건 기자들 스스로가 좋든 나쁘든 자신이 익숙해진 검찰의 구 질서가 무너지는 것이 싫어서일 것이다. 자신에게 잘 해 주었던, 나름 능력있다고 믿는 검사들을 무더기로 옷 벗기는 것 같아 속이 상해서일 것이다.


검찰의 중립이 우려되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 붙들어 매시라. 서슬 퍼런 박근혜의 목을 겨눴던 윤석열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가족이어서 더 철저히 수사했던 사람이다.


문제는, 내가 보기에 죽은 권력의 적폐는 99/100,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부패는 1/100 정도 밖에 안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윤석열은 그 1/100도 100의 열정을 갖고 수사할 텐데, 언론은 “왜 윤석열은 죽은 권력과 살아있는 권력을 50:50으로 공평하게 수사하지 않느냐!“고 아우성 치지 않을까?

기계적 중립의 갑옷을 입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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