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2류 국가"의 "3류 정치인"이 우리에게 던져준 도전 과제

道雨 2019. 8. 9. 12:33





근거 없는 위기론은 무책임할 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준구  | 등록:2019-08-12 13:17:37 | 최종:2019-08-12 13:17:59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난 번 올린 글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아베 정부의 수출제한조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피력한 바 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우리 기업들이 당연히 새로운 여건에 적응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들었지요.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절한 적응은 성공적 기업의 본질이니까요.

일본의 수출제한조처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손 놓고 그저 쳐다만 보고 있을 리 만무하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우선 국산화를 시도해 볼 것이며, 그게 여의치 않다고 판단되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할 방법을 강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수순 아닙니까?

우리 경제가 당장 망할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은 우리의 기술수준이 일본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설사 이것이 사실일지라도 제한된 범위 안에서 일본 기술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경제가 당장 모든 기술에서 일본을 따라잡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말이지요.

그리고 일본이 아무리 특정 분야에서 독점적 공급자의 위치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다른 기업이 대체 공급자로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일이구요. 돈이 된다고 생각되면 지금까지 장외에서 구경하던 기업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지 않겠습니까? 일본 기업이 자기네 정부의 수출규제 조처로 손발이 다 묶인 상황이 그들에게는 절호의 찬스가 될 텐데요.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기업 못지않게 일본의 소재 수출기업이 이번 조치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국 기업에 손해를 가져다줄 일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아베 총리를 3류 정치인이라고 비웃은 바 있습니다. 자기는 한국에 타격을 준다는 생각만 하고 있을 테지만, 실제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일본의 수출기업이 받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분이 그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까지는 한국 기업들이 두말없이 자신의 상품을 사주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자기 정부의 조처로 인해 갑자기 판로가 막혔다고 하면 얼마나 딱한 상황이 되겠습니까? 그 동안 피땀 흘려 그 정도의 기업을 일구었는데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된 상황 아닙니까?

우리나라의 한 전문가는 일본의 수출기업이 다른 나라 기업들에게 얼마든지 팔 수 있을 거라는 말을 하더군요. 설사 그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게 말처럼 아무 비용도 들이지 않고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대체 거래선을 찾고 그들과 협상하고 계약을 맺는 일은 하나같이 어려울 뿐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일본 수출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한국 기업과 계속 거래를 하는 게 제일 좋은 일이지요.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수출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을 늘려 한국 기업에 공급하든가 혹은 한국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방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네요. 일본의 수출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런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한국 기업들이 자체 생산에 성공하거나 대체 수입선을 성공적으로 확보한다면 그들은 치명적 타격을 입을 테니까요.

해외의 많은 언론들이 아베 정부의 이번 조처를 비판적 기사로 다루고 있습니다. 자유무역의 리더를 자처하는 일본답지 않은 행동이라는 비판에서 시작해 결국 자충수가 되고 말 것이라는 비판에 이르기까지요. 단지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만 아베 총리가 당연한 일을 했다는 식의 두둔이 나오고 있지요.

일부 인사들은 제2의 IMF 위기니 뭐니 해서 우리 경제가 마치 침몰 직전의 선박처럼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위기의식을 한껏 부풀리고 있습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을 바라기라도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아무 때나 위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겠습니까?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국가신용등급은 중국은 물론 일본보다도 더 높은 것입니다. 등급 전망도 '안정적' 그대로 평가했다는데, 그렇다면 일본의 보복 조치에 그다지 큰 악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전망하는 것 아닙니까?

국제적으로 이름난 신용평가기관도 별 걱정을 않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만 마치 자기 나라가 곧 망하기라도 할듯 호들갑을 떨어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에 하나 아베 총리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너 죽고 나 죽자"식의 무모한 확전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모를까, 지금의 상황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는 전혀 현실성이 없는 전망입니다.

물론 아직 사태를 낙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가 이번 사태를 아무런 비용도 치르지 않고 넘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조심 활로를 열어 나가야 마땅한 일입니다. 일본 정부와 협의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는 말도 절대적으로 맞구요.

그러나 일본의 보복조처로 인해 우리나라가 당장이라도 망할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수긍할 수 없습니다. 무슨 정치적 목적으로 근거 없는 위기의식을 조장하는지 몰라도, 그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무책임한 데 그칠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불장난이기까지 합니다.

근거 없는 낙관론도 위험하지만 근거 없는 위기론은 더욱 위험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자기실현적 예측(self-fulfilling prophecy)이라는 말이 있듯, 근거 없는 위기론이 정말로 위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나라를 걱정하는 듯한 태도로 위기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나라를 더욱 위태로운 처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입니다.

이준구 교수 /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uid=4834&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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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류 국가"의 "3류 정치인"이 우리에게 던져준 도전 과제
이준구  | 등록:2019-08-09 08:50:49 | 최종:2019-08-09 08:54:57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혹시나 하고 기다려 봤지만 일본 정부는 그동안 위협해 온 것처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처를 공식화했습니다. 하기야 저들이 우리에게 보복의 칼을 빼들었는데 그걸 쉽사리 거둘 리 있겠습니까?

경제대국 건설에 성공한 일본은 세계의 지도자 위치를 호시탐탐 노려 왔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자리를 노리고 공작을 벌여 온 것이 벌써 오래 된 일입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에서도 아베 총리는 마치 일본이 자유무역의 선도자라도 되는 양 기고만장한 연설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정경분리’라는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무역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하는 치졸한 전략을 구사한 일본 정부는, 스스로 세계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는 “2류 국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했습니다. 일본정부의 이번 조치는 단지 보복 대상인 우리에게 피해를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 IT산업의 생태계에 엄청난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이런 결과를 뻔히 예상하면서도 보복 조처를 강행한 일본 정부는, 그 무책임성에 대해 세계의 질타를 받아 마땅합니다.

최근의 국제경제질서는 범세계적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상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나라의 한 기업이 모든 생산과정을 도맡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어졌습니다. 한 나라의 기업이 가장 기본적인 소재를 만들어 다른 나라의 기업에 공급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중간재가 다시 다른 나라의 기업에 공급되는 식의 연결망이 전세계적으로 구축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 연결망 안에서 자신이 조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이를 악용하는 것은 세계 경제의 기본질서를 해치는 명백한 반칙행위입니다. 우리에게 그 동안 반도체 소재를 공짜로 준 것도 아니고 돈 받고 팔아먹었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갑자기 상대방을 골탕 먹이기 위해 안 팔겠다고 배짱을 부리는 건 악덕상인이나 할 짓 아닌가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초토화된 일본 경제가 오늘의 번영을 누린 데 자유무역이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늘날 세계 경제가 전대미문의 번영을 누리고 있는 데도 전 세계적 차원에서 자유무역의 기조가 확실하게 자리잡은 것이 핵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세계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일본이 바로 이 자유무역의 기조를 앞장서서 흔드는 무모한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아시듯 일본 정부는 그 동안 화이트리스트를 통해 우리에게 특혜를 베풀어 왔는데 단지 그걸 철회하는 데 그치는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해 왔습니다. 그러나 설사 특혜조처라 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 수십 개 국에게 적용되는 것을 유독 우리에게만 철회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한 차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유무역의 기본 이념은 이와 같은 차별조처가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일본 정부가 다시 어떤 보복조치를 내놓느냐에 따라 상황이 일파만파식으로 악화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일본이 바라는 대로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오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우리 경제가 이와 같은 외부적 충격에 크게 흔들릴 것은 너무나도 뻔한 일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난국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현명한 외교밖에 없습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현명한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문제는 무엇을 양보하느냐에 있는데, 정부는 이 점에 대해 허심탄회한 자세로 국민의 컨센서스를 모으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 앞에 놓여진 가장 중요한 숙제는 바로 이것을 찾아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정부가 지난번의 박근혜 정부처럼 굴종적인 자세로 이 사태에 임해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아베 총리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배경에는 우리 정부를 얕보는 태도가 깔려 있음이 분명합니다. 굴종적인 자세로 당장의 어려움을 피해 나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일본이 얼마나 더 오만방자한 자세로 나올지 모르는 일입니다.

영어 속담에 “Every cloud has its silver lining.”이란 게 있습니다. 아무리 어둡고 우울한 일에도 밝은 점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지요. 나는 우리가 이번 사태에도 이런 긍정적 자세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일본의 수출제한조처가 당장 우리 기업들에게 어마어마한 부담을 안길 것은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절한 적응은 성공적 기업의 본질입니다. 당장 어려움이 닥쳤다고 울면서 주저앉는 기업이라면 존재할 가치가 없는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도 당연히 새로운 여건에 적응해 나갈 것이며, 그 결과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 상황의 부정적 효과는 점차 줄어들 것이 분명합니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인해 배럴당 3달러 대였던 원유가격이 하루아침에 10달러 넘는 수준으로 치솟아 올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러다가 망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에 떨었습니다. 우리 경제의 수입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생각해 볼 때 제대로 성숙되지도 못한 우리 경제가 그 충격을 어떻게 감당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런 충격도 견뎌낸 우리 경제가 지금 같은 일본의 치졸한 게임에 굴복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는 우리 경제의 대일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아무런 경각심 없이 당장의 편리함만을 추구해 대일 의존도를 높여온 결과 오늘의 사단을 맞게 된 것이니까요. 우리 기업들은 당연히 소재의 국산화나 수입선 다변화를 추구할 것이고, 이와 같은 조정과정이 완전히 끝나면, 지금 같은 굴욕은 당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아베 총리는 우리나라를 골탕 먹이는 과정에서 자기 나라 국민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가는 걸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을 서슴지 않는 그는 “3류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번 사태를 3류 정치인이 이끄는 2류 국가가 우리에게 던진 중요한 도전 과제로 받아들이는 진취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적응과정이 결코 짧을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골탕 먹이려는 저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상태입니다. 그들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질 필요도 없고, 절망해 주저앉을 필요도 없습니다. 성공적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에게 통쾌하게 복수해야 합니다.


이준구 교수 /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 본 글은 이준구 교수님의 홈페이지(WWW.JKL123.COM)에서 퍼온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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