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50조원 특단 금융조치...중기·자영업자 자금난 해소"
첫 비상경제회의 주재..."상황 전개에 따라 필요하다면 규모 더 늘려나갈 것"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도산 위험을 막고,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50조원 규모로 특단의 비상금융조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 해소 방안을 논의하고자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으로서, 규모와 내용에서 전례 없는 포괄적인 조치"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은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의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가장 타격이 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우선 전폭적인 맞춤형 대책을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론 전 금융권이 동참했고, 가용 수단을 총망라했다"면서 "상황 전개에 따라 필요하다면 규모도 더 늘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출 원금 만기 연장을 모든 금융권으로 확대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상환 부담을 줄이는 조치를 시행한다"며 "전 금융권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금 이자 납부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박경준 기자 =
kbeomh@yna.co.kr, kjpark@yna.co.kr
[전문] 문대통령 "국민의 삶 무너지는 것 막는 게 최우선"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와 관련해 "국민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위기 해소 방안을 논의하고자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통상적 상황이 아닌 만큼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 조치를 발표하며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론 전 금융권이 동참했고 모든 가용 수단을 총망라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세계적 비상경제시국에 대처하기 위해 결연한 의지를 다진다"며 "무엇보다 신속하게 결정하고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전문이다.
『정부는 그야말로 비상정부체제로 전환하였습니다.
방역 중대본처럼 경제 중대본 역할을 할 비상경제회의를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합니다.
정부는 세계적인 비상경제시국에 대처하기 위해 결연한 의지를 다집니다. 무엇보다 신속하게 결정하고 과감하게 행동해야합니다.
비상경제회의는 논의와 검토가 아니라 결정하고 행동하는 회의가 돼야 할 것입니다.
오늘 1차 비상경제회의에선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도산 위험을 막고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첫번째 조치를 결정합니다.
50조원 규모의 특단의 비상금융조치입니다.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으로서 규모와 내용에서 전례 없는 포괄적인 조치입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론 전 금융권이 동참했고 모든 가용 수단을 총망라했습니다.
상황 전개에 따라 필요하다면 규모도 더 늘려나갈 것입니다.
특별히 이번 조치를 결정하는 데 있어 한국은행이 큰 역할을 해줬습니다.
재정 금융당국뿐 아니라 중앙은행과 정책금융기관,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까지 하나로 뭉쳐 협력하고 동참하는 구조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중앙은행으로서 국가의 비상경제 상황에 책임있게 대응하며 모든 금융권을 이끌어주신 적극적인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1차 회의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자금난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우선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 신규 지원이 12조원 규모로 확대됐습니다.
취급 기관도 시중은행까지 확대해 어디에서나 1.5% 수준의 초저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와 함께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5.5조원 규모의 특례보증지원도 시행됩니다.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여기에 더해 몇 가지 중요하고도 긴급한 조치를 빠르게 추가합니다.
첫째, 대출 원금 만기 연장을 모든 금융권으로 확대해 시행합니다.
사상 처음으로 저축은행, 보험, 신협, 새마을금고, 카드사 등 제2금융권 전체가 만기 연장에 참여했습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상환 부담을 줄이는 조치입니다.
둘째, 역시 전 금융권에서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금 이자 납부를 유예합니다.
코로나 19로 매출이 급격히 감소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을 경감하는 조치입니다.
셋째,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전액 보증 프로그램을 신설합니다.
총 3조원의 재원으로 연 매출 1억원 이하의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5천만원까지 대출금 전액에 대한 보증을 제공함으로써 신속하고 간편하게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입니다.
다시 한번 특별히 당부합니다.
아무리 좋은 대책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돼야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마련하는 금융지원들이 하루가 급한 사람들에게 그림의 떡이 돼서는 안 됩니다.
결국 지원의 속도가 문제입니다.
보증심사가 쏠리면서 지체되는 병목 현상을 개선하고, 대출 심사 기준과 절차도 대폭 간소화해 적기에 도움이 되도록 감독을 잘해주길 바랍니다.
또한 금융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려면 적극행정에 대한 면책처럼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의 금융지원 노력을 격려하고 뒷받침해야 합니다.
금융위는 적극적 금융 지원에 대한 면책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
신속하고 긴급한 자금 지원이 일선에서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현장을 세심히 살피고 점검해주길 바랍니다.
오늘 조치들은 소상공인 등이 가장 긴급하게 요청하는 금융 지원 대책들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필요한 대책의 일부일 뿐입니다.
경제난국을 헤쳐나가려면 더 많은 대책이 필요합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수입을 잃거나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 대한 지원 대책도 고민해야 합니다.
정부의 재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지자체들과의 협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통상적 상황이 아닌 만큼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국민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실효성 있는 취약계층 지원 방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준비해주길 바랍니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kjpark@yna.co.kr
****************************************************************************************************
각국 지도자들 이구동성 "전쟁과 같은 상황"...경제 추락 막기 위해 안간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경제적 충격이 커지자, 세계 각국이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잇달아 '현금 소화기'를 꺼내 들었다.
18일(현지시간) 기준 유럽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중국을 넘어서고,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7천명을 넘는 등, 세계가 코로나19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각국 지도자들 입에서 "전쟁과 같은 상황"이라는 경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항공업과 관광업에서 시작된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는, 이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산업계 전체를 잠식하고, 증시는 연일 기록적 수준으로 폭락하며, 전염병 못지않은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세계금융위기는 물론이고, 1929년 경제 대공황 수준의 타격까지 거론되자, 각국은 잇달아 각종 경기부양책과 재난지원금을 발표하고,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단행하면서, 경제 추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각국 앞다퉈 코로나19 긴급예산 편성…'기업 국영화' 카드도
미국 상원은 이날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코로나19 무료검사, 실업보험 강화, 취약계층 식품 지원, 유급 병가 등이 포함된 긴급 예산법안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상원 통과 직후 곧바로 법안에 서명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AFP통신은 이번 예산안 규모가 1천억달러(123조원) 규모라고 보도했고, 로이터통신은 유급 휴가 조항만 해도 1천50억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번 법안은 미 의회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지난 5일 83억달러에 달하는 긴급 예산법안을 처리한 데 이은 두 번째다.
후속 카드의 규모는 훨씬 더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예산과 별개로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피해 지원을 위해 1조달러에 달하는 경기 부양안을 추가로 처리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한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일부 언론은 이 예산 규모가 1조3천억달러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도 지난 11일 300억 파운드(약 45조원) 규모의 코로나19 정책 패키지를 내놓은 데 이어 17일 위기에 빠진 기업을 위해 3천300억 파운드(약 496조원) 규모의 대출 보증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맞먹는 것이다.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스페인은 17일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총 2천억 유로(274조원) 규모의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2천억유로는 스페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 가운데 절반인 1천억유로가량이 기업에 대한 긴급 대출에 쓰인다.
이와 함께 캐나다는 820억 캐나다 달러(71조9천787억원), 스웨덴은 6천억 스웨덴 크로나(77조원), 터키는 1천억 리라(19조4천억원), 이탈리아는 250억유로(약 34조2천730억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각각 내놓았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지난 13일 370억 유로(약 50조3천억원) 규모의 코로나19 투자 기금 계획이 나왔다.
EU는 또한 관광, 소매업, 교통 등 코로나19가 강타한 10만개 업체에 80억 유로(약 10조9천억원) 규모의 대출을 보증하는 데 10억 유로(약 1조4천억원)의 EU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7천500억유로(1천031조 원) 규모의 '팬데믹 긴급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국제금융기구들 역시 코로나19 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은행(WB)은 17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코로나19 긴급자금으로 총 140억 달러(17조4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6일 각국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적극적 재정·통화정책을 주문하면서 회원국들을 위해 1조달러의 대출 자금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국유화 카드도 등장했다.
프랑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17일 "프랑스의 대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재정 투입이나 국가의 지분인수가 될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국유화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산 시 프랑스 경제 전반에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기업들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면 정부가 나서서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16일 경영난으로 법정관리 중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국적 항공사 알리탈리아의 국영화 방침을 발표했다.
◇ 자국민 주머니에 현금을…재난지원금 계획 속속
소비 진작을 위해 국민의 주머니에 현금을 직접 꽂아주려는 계획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 개개인에 2천달러(250만원)씩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1조달러 규모 경기 부양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1천달러짜리 수표를 보내주는 방안으로 총 5천억 달러(620조원)가 소요된다는 게 미 재무부의 계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까지만 급여세 인하를 추진했으나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즉각적 효력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자 급여세 인하 카드를 접고, 대신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도 자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이어진 소비 부진의 영향을 고려해 2009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의 충격에 대응할 때 배포했던 것보다 금액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정부는 2009년에 1인당 1만2천엔(약 13만8천600원)을, 만 18세 이하와 만 65세 이상에 대해서는 1인당 2만엔(약 23만900원)을 지급해 총액으로 약 2조엔(23조864억원)을 투입했다.
이에 앞서 홍콩은 지난달 26일 만 7년 이상 거주한 모든 성인 영주권자 700만명에게 1인당 1만 홍콩 달러(약 155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지급 대상을 저소득층 신규 이민자로 넓혔고, 지급 일정을 7월에서 6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대만은 지난달 27일 600억 대만 달러(약 2조4천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확정하면서, 피해 업종·직원에 대한 바우처 지원에 404억 대만달러를 배분했다.
싱가포르는 21세 이상 모든 시민권자에게 소득과 재산에 따라 최고 300 싱가포르 달러(약 26만원)를 현금 지원하기로 했다. 20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100 싱가포르 달러를 추가 지원한다.
호주는 오는 31일부터 650만명의 연금·실업급여 수급자에게 1인당 750호주달러(약 58만원)의 일회성 현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 금리인하·양적완화로 유동성 공급↑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금리인하·양적완화도 동시다발로 단행됐다.
가장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든 곳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다.
연준은 일요일이었던 지난 15일 밤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무려 1.00%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동시에 7천억달러(약 8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도 발표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2주새 두차례나 '깜짝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연준의 결정을 시발탄으로 16일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완화책도 잇달아 나왔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도 기준금리를 1.00%에서 0.25%로 0.75%포인트 긴급 인하했다.
홍콩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금융관리국도 기준금리를 기존 1.50%에서 0.86%로 즉각 낮춘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선별적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함으로써 5천500억위안(약 9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는 정책을 내놨다.
일본은행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동요하는 금융시장에 자금 공급을 늘리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목표액을 연간 6조엔에서 12조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전격 인하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pretty@yna.co.kr
**********************************************************************************************
423조 쏟아붓는 마크롱
2월 중순 1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완치되고 확진자 제로를 선언한 지 불과 열흘이 지나지 않아, 프랑스는 이탈리아에서 밀어닥치기 시작한 확진자의 거대한 파도를 마주했다. 먼나라 얘기같았던 시즌1이 끝나고,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즌2의 서막이 열렸다.
2월 29일 확진자 100명을 기록한 후, 3월 18일(현지시각) 현재, 7730명의 확진자와 175명의 사망자가 나온 프랑스는 대대적인 코로나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3월 12일 탁아소부터 대학까지 모든 보육, 교육기관의 휴교를 선언한 데 이어, 3월 14일엔 다음날부터 레스토랑, 까페(테이크아웃, 배달 영업은 가능)를 비롯한 대부분의 상업시설을 폐쇄하고, 100인 이상의 회합 금지가 결정되었다. 이틀 뒤인 3월 17일엔 마침내 프랑스 전역에 통행제한 조치가 취해지기에 이르렀다.
불과 닷새 동안, 세 번에 걸쳐 대통령과 총리가 번갈아 등장하며, 긴급 조치를 한단계씩 상향시킨 셈이다. 3월 16일 텔레비전에 등장하여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은 통행제한 조치를 발표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것은 전쟁입니다"를 다섯 번 반복하며, 모든 시민들이 각별한 긴장감으로 이 전쟁에서 최소한의 피해만 남기고 최대한 빨리 끝날 수 있도록 협력을 당부했다.
강행된 지자체 선거, 최악의 투표율
이 비장한 선언 전날엔 아이러니하게도 지자체 선거가 치러졌다. 프랑스인들의 영혼이랄 수 있는 까페를 전격 폐쇄시키면서도, 유권자 모두의 참여를 요구하는 투표는 연기하지 않는 정부의 선택은 일관성을 상실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기록적으로 낮은 투표율(46.5%)로 화답했고, 정부는 유난히 좋았던 햇볕을 즐기러 공원에 나선 인파들을 나무랐다.
예정대로라면, 3월 22일 2차 결선투표를 통해 최종 승자가 가려지지만, 주말 사이 급변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판단과 끔찍하게 낮은 투표율은 결선투표를 무기한 연기시켰다. 1차 투표만의 결과를 놓고 보면, 집권당 LREM(레퓌블리크 앙마르슈, 전진하는 공화국)은 최악의 성적을 거두었다. 현 집권세력에 대한 불신과,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한 신생 집권당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결과였다.
대도시 가운데 집권당이 1위를 차지한 곳은 르아브르 한 곳뿐. 대부분의 지역에서 LREM의 후보는 3위나 4위에 그쳤다. 전국적으로 고루 선전한 당은 사회당과 녹색당이었다. 파리의 경우, 사회당의 안 이달고 현 시장이 압도적 1위를 점하며 안정적인 2선을 기대하게 했다.
이달고 시장은 임기중 자전거 전용도로와 녹지를 확대하고, 과감한 차량 통행 제한으로 환경시장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또 이번 선거 공약에서는 주차공간 6만 개를 없애고, 임대주택, 차없는 거리를 확대함으로써 '녹색 파리'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물론 파리 시민들은 그녀의 지난 임기 내내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대하느라 공사 중인 도로를 달리며 불평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론조사에서 늘 지지율 1위를 기록해 사랑받진 못해도, 신임받는 시장으로 불리곤 했다.
릴, 낭트 등의 도시에서도 사회당은 1위를 점했고, 마르세이유에선 좌파연합이 승리했다. 리옹, 스트라스부르그, 렌느, 그르노블, 브장송에선 녹색당이 1위에 올라섰다.
통행 제한 첫날
![](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20/0319/IE002618373_STD.jpg)
▲ 이동금지령 위반 단속하는 파리 경찰 프랑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에 이동금지령을 내린 가운데 마스크를 쓴 경찰관들이 17일(현지시간)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서 차량 운전자들의 이동 증명서를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마크롱은 3월 16일 TV 발표에서, 국가는 연금개혁을 비롯한 모든 개혁 논의를 잠정 중단하고, 국정의 힘을 코로나19 극복에 집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노력을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맞추어, 의료진이 확진자를 치료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이러스 확산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기에, 최소 15일간 프랑스 전역에서 통행제한을 단행한다고 공표했다.
18일 정오부터 시작된 통행제한 조치는, 몇가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곤 집 안에 머물 것을 요구한다. 아래 1~5에 해당하는 경우, 정부가 마련한 일종의 통행증 양식에 체크, 서명하여 소지하고 외출할 수 있으며, 어길시엔 최대 135유로(약 18만6천 원)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양식은 인터넷에서 출력해서 사용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손으로 직접 작성하고, 서명해도 된다.
1. 재택 근무가 여의치 않은 경우의 출퇴근
2. 식료품이나 필수품 장보러 가기
3. 건강상 이유 (약국, 병원 등)
4. 아픈 가족이나 자녀 돌보기 등 가족 관련 이유
5. 그 밖의 간단한 집 근처 외출 : 개인적 신체활동(산책, 조깅), 반려동물 산책 등
'조깅'과 '개 산책시키기'가 특수 사유에 해당하는 걸 보고, 사람들은 긴장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통행 제한 첫날, 재택 근무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출근 행렬로 외곽에서 파리로 진입하는 도로는 여전히 차량으로 채워졌다. 가벼운 산책도 허용되는 상황이기에, 폐쇄된 중국 우한과 같은 텅빈 도시의 광경은 연출되지 않았으나, 도시에는 차분한 적막이 감돌았다.
거리에서 마주친 이웃들은 서로를 위로하듯 격려의 미소를 주고받으며, 식료품을 집에 쌓아두고 두문불출하기 위해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파스타와 쌀은 재고가 거의 없었지만, 식료품들은 여전히 가득했다. 대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앞다투어 시골로 떠나기도 했다. 도시의 좁은 아파트보다는 좀더 여유있는 공간인 시골집이 갇혀지내기엔 더 수월할 거라는 판단에서다.
학교는 일제히 문을 닫았지만, 코로나19 진화 전선에 배치된 의료인력의 자녀들은 탁아소와 학교가 돌본다. 교육부는 각 학교에 최대한 SNS를 통한 수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고, 스카이프 등을 통한 수업이 이번 주부터 시작되었다. 집에 있는 중학생 딸은 어제 수학 수업과 영어 수업을 들었다. 스카이프 수업이라는 초유의 경험을 아이들은 재미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원거리 수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에 학부모들도 안도하는 메시지를 서로 주고 받기도 했다.
"어떤 프랑스인도 수입 없이 두지 않겠다"
정부의 강력한 통행제한 조치와 휴교, 상업시설의 영업정지 조치는, 불가피하게 시민들의 경제적 곤란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마크롱은 그 어떤 프랑스인도 코로나19로 인해 생계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필요한 만큼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정부가 약속한 재정적 부담의 내용을 합산해 보면 최소 423조 원이 소요된다.
1) 임금 노동자 : 제조업이나 호텔, 식당 등 서비스 업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시적으로 직원수를 줄여야 할 경우, 그들에 대한 일시적 실업수당을 급여의 84% 선에서 국가가 지급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2개월 간 85억 유로(약 11조6천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2) 자영업자, 프리랜서: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을 위한 특별 재정지원이 투입된다. 지급 금액은 월 1500유로(약 205만 원)로, 당장 3월부터 지급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대기금 20억 유로(약 2조7천억 원)을 우선 투입한다. 정부는 몇 달간 이 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세금과 각종 공과금, 사회분담금과 집세 납부를 유예받거나 경우에 따라선 감면받을 수 있다.
3) 육아 휴직 : 코로나로 인해 휴교가 결정된 상황에서 육아를 위해 휴직을 해야 하는 노동자의 경우, 공기업 직원은 급여의 100%를, 민간기업 직원은 90%를 받는다.
4) 가사도우미 : 다수의 시민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됨에 따라 일시적 실업상태에 놓이게 될 가사도우미들 역시, 각자의 통상임금에서 80%를 국가로부터 지원받게 된다.
5) 기업 지원 :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최대 3천억 유로(약 409조 원) 규모의 은행 대출을 국가가 보증할 것이며, 그 어떤 은행도 기업 대출을 거부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르메르 재경부 장관은 "기업들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재정 투입이나 국가의 지분인수라는 수단을 동원하거나 필요하다면 국유화"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진짜 전쟁터는 여기다
![](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20/0318/IE002618256_STD.jpg)
▲ 병원 로비에 모여, 가운을 집어던지는 의료진들 2020년 1월15일, 공공병원에 필요한 재정지원 요구를 외면하는 정부를 향해 가운을 벗어던지는 집단행동에 나선 파리 생루이 병원의 의료진들 ⓒ 동영상 캡쳐
마크롱이 텔레비전에 나와 "우린 지금 전쟁중"이라고 강조하는 말을 들은 프랑스인들은 ,그 전쟁을 누가 일으켰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송 직후, SNS에는 "우린 지금 무기없이 전쟁터에 보내졌습니다"는 프랑스 의료인들의 현장발 호소가 전해졌다.
급격히 늘어나는 환자들을 프랑스 공공의료가 수용할 수 있도록 바이러스 전파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말은 맞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지난 수년간 긴축재정이란 이름으로 공공병원의 병상과 의료인력이 얼마나 많이 축소(20년간 10만개의 병상 축소)되었으며, 이미 수 년 전부터 전쟁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을 의료인은 잘 알고 있었다. 그 총성 없는 전쟁을 일으킨 것은 바로 정부였다. 마크롱 정부는 2018년 한 해에만 4700개의 병상을 축소했다.
![](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20/0318/IE002618253_STD.jpg)
▲ 마크롱 대통령에게 공공병원 긴급 지원을 호소하는 의사 지난 2월 27일, 프랑스의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파리의 공공병원 Hopital la pitie-salpetrie를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이 병원의 신경외과 의사 프랑수아 살라샤가 프랑스의 공공병원을 긴급히 구해야 한다며, 시급한 재정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 동영상 캡처
2월 27일 저녁, 코로나19로 인한 프랑스인 첫 사망자가 발생한 후, 파리의 라피티에-살페트리에 병원을 방문한 마크롱에게 한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의료인력들은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하겠다는 노력은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공공병원은 재정투입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입니다. 1년 동안 우린 같은 호소를 했고 정부는 우리의 요구를 외면해 왔습니다. 지금, 당장 재정지원이 필요합니다."
지난 1월에는 1300명의 전국 공공병원의 센터장들이 사직서를 써놓고, 마크롱 향해 공개 편지를 써서, 당장 공공 병원에 수혈을 하지 않으면 공공의료체계가 무진다고 경고했다. 이 집단행동 소식은 모든 언론의 1면을 장식했다. 마크롱은 코로나19로 인한 전쟁에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그로 인해 어려움에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헤아리지만, 정작 전선에 나가 싸우고 있는 병사들이 호소해온 무기 충원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마크롱이 의료진에게 약속한 것은 환자 집중 지역으로 이동하는 의료인력의 숙박/교통비 지원과 마스크, 환자가 밀집된 알자스 지역에 군 전용 의료시설을 코로나환자 수용시설로 전환하기로 한 것 정도다.
코로나19는 마크롱 정권이 기업 국유화를 말하게 하고, 연금개혁 논의를 중단시킬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했지만, 정권이 공공의료에서 저지른 잔인한 행위를 반성하게 하진 못했다. 전염병이 야기할지 모르는 기업 도산을 막기 위해 400조가 넘는 예산투입을 단박에 결정하지만, 마침내 공공병원이 제대로 가동되게 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한다는 결정은 하지 않았다.
맹목적인 신자유주의 신봉자의 사고가 완치되기 위해선, 겪어야 할 뼈아픈 과정들이 아직 남아있는 듯하다.
'뉴스자료, 기사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19 장기화로 선별진료소 진화… '워킹 스루', '글로브-월' 등장 (0) | 2020.03.19 |
---|---|
막차처럼 떠난 전세기...이란 교민 "우리 정부 고마워" (0) | 2020.03.19 |
대구 확진자 증가, 파티마·가톨릭대병원 8명 확진...요양병원도 추가 감염 잇따라 (0) | 2020.03.19 |
코로나19 팬데믹에 각국 "세계대전급 위기" 민간동원 전시태세 (0) | 2020.03.19 |
대구 폐렴 증상 숨진 17세 고교생, 코로나-19 최종 음성 판정. (0) | 2020.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