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황색 저널리즘의 끝판왕을 보여준 ‘류호정 원피스’

道雨 2020. 8. 7. 13:59

류호정의원의 원피스가 왜 말썽인가?

 

 

 

정의당의 류호정의원이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등원한 것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인 류 의원은 지금까지 티셔츠·청바지, 세미 정장 등 단정하고 편안한 복장을 즐겨 입었다. 류호정 의원은 어제는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국회에 출근했다. 류의원은 최근 불거진 의상 논란에 대해 “이 정도 옷도 못 입나? 이런 일에 해명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당황스럽다”며 앞으로는 “더 당당히 입겠다”고 했다.

정의당의 류호정의원의 원피스 논란이 보면 옛날 생각이 난다. 30여 년 전, 명절 끝에 한복차림으로 출근한 선생님을 두고 “선생이라는 사람이 정장을 해야지... 한복을 입고 출근하다니… 참다못한 교장선생님은 이튿날 직원회의에서 “선생님들 출근 복장은 정장입니다. 정장을 입고 출근하세요” 직원회의에서 대놓고 항의를 못한 선생님들이 교직원 회의가 끝난 후 “대한민국 사람이 전통 한복이 정장이 아니라니… 교장선생님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가?”라며 쑥덕거리기도 했다.

<유시민의 백바지와 김옥선의 남장>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퇴장 시켜야 한다’ 20여년 전, 류시민의원이 백바지를 입고 의원선서를 하러 등원했을 때 터져 나온 고성이었다. 1993년 11월 황산성 장관이 바지 차림으로 국회 상임위원회 업무보고에 나서서 주머니에 메모지를 꺼내려다 “여자가 바지 차림으로, 건방지게 손까지 넣었다”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유신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했다가 금배지를 박탈당했던 김옥선의원은 남장을 하고 등원했을 때 그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비난한 사람은 없었다. 여성의원이 분홍색 치마를 입고 등원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색깔이 야해서…? 원피스가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시키는가?

‘남자는 남자답고 여성은 여성다워야 하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 농부는 농부다운 옷을 입어야 하고, 장사를 하는 사람은 상인다운 옷을 입어야 하는가? 학생은 교복을 입어야 학생다운가? 국회의원은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야 유능한 국회의원이 되는가? 지금이 복식제도를 규정한 계급사회도 아닌데… 왜 자기가 좋아 하는 옷을 출근하는 자유가 말썽인가?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 국회법 제25조 ‘품위유지의 의무’다. 이 조항 달랑 한 줄 때문에 ‘TPO(시간과 장소ㆍ상황)’에 맞지 않는다며 류의원의 원피스 등원이 입방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알파고시대, 요즈음은 학생들의 두발이며 교복도 자율화된 학교도 많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천편일률적으로 검은색 교복에 두발까지 규제당하며 생활해야 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체화하는 학교에는 아직도 학생들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입을 옷도, 두발의 자유도 규제하는 학교가 많다. 대한민국은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의 가치 위에 지은 집이다. 경제력만 허용된다면 내가 먹고 싶은 음식, 내가 살고 싶은 집, 내가 읽고 싶은 책은 내 취향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국회의원이니까… 품위(?)에 맞게 옷을 입어야 한다? 그 품위의 기준은 도대체 누가 어떤 기준에 의해 결정해 놓은 규정인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우리헌법 제 11조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복장이 분홍색 원피스라는 이유로 차별당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15대 국회 이미경 통합민주당 의원은 ‘치마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불문률을 깨고 바지를 입고 등원하기도 하고 민주노동당 강기갑의원은 긴 수염과 두루마기에 고무신.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단병호의원은 점퍼차림으로 국회에 등원하기도 했다.

내용보다 형식을 강조하는 것은 관료주의적 사고 방식이다. 외모지상주의는 자본주의가 만든 가치다. 헌법에 버젓이 규정한 평등을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생김새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능력이나 효율을 중시한다면 몸에 불편한 의복이 논란거리가 돼야 옳지 않은가? ‘무식한 것들이… 천한 놈이… 여자가 감히… ’라는 전근대적인 가치관은 이제 폐기처분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을 실현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고색창연한 가치관으로 알파고시대를 이끌어 갈 것인가? 류호정의원을 비난하는 국회의원들은 부끄러운 사이비 보수라는 옷부터 갈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 김용택 ]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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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 저널리즘의 끝판왕을 보여준 ‘류호정 원피스’

 

기사들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절한 기사들

 

 

8월 4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출석했습니다. 류 의원의 옷차림에 대해 언론은 앞다퉈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기사들의 제목과 내용을 보면 이게 ‘정치’ 기사인지 흥미위주의 가십 기사인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절한 기사들

 

 

8월 5일 <조선일보>는 “류호정 분홍원피스 입고 등원에..‘티켓다방이냐’ 도 넘은 비난”으로 <중앙일보>는 “류호정 분홍원피스 등원에, 與지지자 ‘룸싸롱 새끼마담’ 막말”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나중에 제목 수정)

조선과 중앙일보가 올린 제목 그대로 네이버에 검색했습니다.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절한 검색 결과 제외’라는 검색 설명이 붙었습니다. 그만큼 제목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언론사가 제목에 사용한 단어들은 류호정 의원 옷차림에 대한 일부 댓글에서 나온 표현들입니다. 언론은 댓글을 비판하면서 스스로 제목에 성희롱 단어와 막말을 복사해 붙이는 이중적인 보도 태도를 취합니다.

언론의 이런 보도 행태는 자극적인 제목 장사를 통해 오히려 여성 비하, 혐오표현을 조장하고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원피스 가격이 국민의 알 권리인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친절하게도 류호정 의원이 입은 원피스가 어느 브랜드인지 가격이 얼마인지를 취재(?)해서 기사로 내보냈습니다.

보통 이런 기사는 연예기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보도 행태입니다. 연예인의 경우 패션도 하나의 콘텐츠이기에 가능하지만, 도대체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 가격과 브랜드가 왜 정치 기사로 올라와야만 할까요? 류 의원의 원피스 가격이 국민들의 알 권리에 해당될까요?

언론은 류 의원의 원피스가 논란이라고 보도하면서 클릭만 유도할 수 있다면 어떤 내용이라도 상관없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황색저널리즘의 끝판왕

 

 

<중앙일보>는 ‘화보’라며 류호정 의원의 옷차림을 보도합니다. 이 기사를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패션을 집중 보도했던 <중앙일보>의 기사들이 떠오릅니다.

국민들이 류호정 의원의 옷차림에 크게 관심을 기울일 시대는 아닙니다.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하면서 포털사이트를 장악하고, 관련해서 댓글을 달리면 또다시 언론에 노출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박 전 대통령 패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론이 실황중계하듯 보도하니, 박 전 대통령이 오늘은 무슨 옷을 입었는지 모를 수가 없었습니다. (관련기사: 박근혜 패션은 찬양했던 중앙일보, 김정숙 여사는 조롱)

‘황색 언론, 옐로 저널리즘’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본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 위주의 선정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는 보도
‘빽바지’ 17년만에 ‘분홍 원피스’ 논란 (조선일보)
‘류호정 원피스’ 뭐길래? 8만원대 국내브랜드 “완판” (국민일보)
[TF이슈] “무슨 상관” vs “오빠 외쳐봐라”…류호정 ‘원피스’가 왜? (더팩트)

하루 사이 네이버 뉴스에 ‘류호정 원피스’에 관련한 기사만 167건이 나왔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자사 온라인 사이트에만 각각 11건 9건의 기사를 올렸습니다.

과연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가 이럴 정도의 중요한 정치 기사인지는 아마도 기사를 쓴 기자들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 임병도 ]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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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때'와 다르다...류호정 '원피스' 응원하는 의원들

 

2003년 4월 이른바 '백바지' 논란에 휩싸였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과 2020년 8월 '원피스 논란'에 선 류호정 정의당 의원. / 사진제공=뉴스1

 

“‘빽바지’ 한번 빌려주시죠, 저라도 입고 등원해야겠습니다.” -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깨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니 그 복장이 어때서요.”-김재섭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

“민주주의? 개혁? 이런 것 이야기하는 사람들 모여 있는 방 맞나?” -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

 

‘원피스 논란’의 당사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을 향한 동료들의 ‘응원’ 메시지다. 8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여당 중진’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물론 고민정·유정주 민주당 의원, 야당 원외 인사인 김재섭 미래통합당 비대위원도 응원에 나섰다.

류호정에 여야 인사 '응원'…작지만 큰 변화

단순한 ‘편 들기’가 아니다. 류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 붉은색 원피스 차림으로 등장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며 과도한 비난 여론을 함께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낸다.

유정주 의원에 따르면 하루 앞선 3일 개최된 의원 연구단체 ‘2040 청년다방’의 창립행사에서 류 의원은 원피스를, 유 의원은 청바지를 입었다. 이들은 ‘오늘 복장으로 본회의에 참석하기’를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류 의원만 약속을 지켰다는 유 의원 설명이다.

정의당 일에 미래통합당 인사도 이례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김재섭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비대위원이 되고도 반팔 (상의)를 입고 회의에 잘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물론 누구도 복장 지적한 적 없다고 했다. 되레 “시원해보인다”, “팔뚝 굵다”는 칭찬을 받았다고 김 비대위원은 덧붙였다.

2003년 유시민 '백바지 논란' 때는

2003년 4·24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유시민 당시 개혁국민정당 의원이 국회 선서식에 일명 ‘백바지’ 차림으로 등장해 동료 의원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받았던 것을 감안할 때 그간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에 적잖은 기여를 한 그였으나 비난은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쏟아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에 대한 모독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집단 퇴장했다. “탁구치러 왔는가”, “TV 토론회에는 넥타이 하더니 국회는 만만한가” 등 민주당 의원들의 비판도 거셌다.

결국 유 전 의원은 ‘백기’를 들었다. 다음날 양복을 입고 의원 선서를하며 우여곡절 끝에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유 전 의원은 “국회가 제 일터가 됐고 일하기 편한 옷을 입은 것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여야 의원들은 ‘노기’를 거두지 않았다.

"다양한 시민 모습 닮은 국회, 더 많은 국민 위해 일한다"

지난해 10월 유럽연합의회 모습. / 사진=심상정 정의당 대표 SNS.


류호정 의원을 향한 여권 내 일부 극성 지지층의 과도한 비난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시대 변화를 외면한 채 17년전 일명 ‘빽바지’ 논란 시점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여권의 극성 지지자들이 21대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간 갈등 국면에서 느꼈던 불만을 이같은 맹목적 방식으로 드러낸다는 비판도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6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다채로운 옷차림의 인사들이 참여한 유럽연합(UN) 의회 장면을 올리면서 이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표현’은 더 큰 문제다. 일명 TPO(시간·장소·상황)에 맞은 옷차림이 중요하다는 수준의 문제 제기를 넘어 ‘커피 배달 왔냐’, ‘룸살롱 마담’, ‘탬버린 쳐봐라’ 등 성희롱과 여성 혐오적 발언까지 나온다.

문제는 이같은 소모적 논쟁이 각종 이슈를 빨아들이고 정국을 멈춰세운다는 점이다. 일부 정치인은 물론 극성 지지층 역시 시대에 발맞춘 균형 감각과 표현 방식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으로 의정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라”며 “다양한 시민의 모습을 닮은 국회가 더 많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원광 기자 awardk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