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까지 영업제한 유지 대신 손실보상 서둘러야
정부가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설 연휴까지 유지하기로 지난 6일 결정했다.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인 거리두기를 오는 14일까지 한주 더 연장하되, 비수도권 다중이용시설은 영업시간을 기존 오후 9시에서 10시로 한시간 늦췄다.
이번 조처는 정부가 방역과 경제, 설 명절에 대한 국민 정서 등을 두루 고심해 내린 판단이라고 본다. 하지만 계속된 영업시간 제한으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한계상황에 달한 만큼, 피해 손실보상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1주일(1월31일~2월6일) 동안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가 355명이다. 이 수치는 그 전주 하루 평균 424명에 견줘 감소세이나, 지난해 추석 직전 하루 평균 약 80명 수준을 고려하면 여전히 상당한 규모다. 식당, 직장, 병원 등 전국 일상생활 공간에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도 지난 6일 51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수도권은 전주에 견줘 확진자가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도 현행 거리두기를 연장한 이유로 코로나19 3차 유행이 확실하게 줄지 않아 재확산 위험이 있는 상황을 강조했다.
수도권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 유지에 반발한 일부 코인노래방, 피시방 등 자영업자들이, 2월7~9일 방역기준 불복 개점시위를 벌이겠다고 나섰다.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코로나19 상황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자율적인 참여와 협력 덕분이었다. 코로나 3차 유행을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한 마지막 고비로 생각하고 다시 한번 인내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정부가 당장 거리두기를 완화하기는 어렵다면, 자영업자 손실보상 제도화와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거듭 강조했지만, 제도화는 더디기만 하다. 자영업자의 고통의 시간이 갈수록 가중되는데, 보상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영업 손실보상을 위한 법제화에 시간이 걸린다면, 논의 중인 4차 재난지원금을 피해 계층 중심으로 최대한 두텁게 지급하는 것이 순리다. 개점시위에 나선 자영업자들이 “차라리 국가재정이 어려우니 손실보상을 못 하겠다고 말하는 게 자영업자를 두번 죽이지 않는 길”이라고 절규하는 심정을, 정부와 정치권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 2021. 2. 8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82228.html#csidx9c6c677f005903b84bcab3f149c7f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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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화수분’은 없다
“오늘도 안 팔렸네.”
일주일째 하루에 한두번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을 열어보고 있다. 물건을 사거나 팔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오늘도 들어가서 몇몇 매물이 팔렸는지 살펴본다. ‘거래완료’가 붙어 있는 물건을 보면 마음이 놓이고, 아직도 별다른 관심을 못 받는 상품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이게 다 ‘토마토케첩’ 때문이다. 일주일 전 당근마켓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게시물을 본 뒤 ‘1일 1당근’에 빠져버렸다. ‘토마토케첩 1회용 160개 3000원에 팝니다. 폐업으로 넘깁니다. 유통기한 넉넉합니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주방기구, 그릇, 커피머신 등을 매물로 내놓는다는 건 뉴스를 보고 알고 있었지만, 1회용 케첩 같은 소소한 물건도 나온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일었다.
‘폐업’으로 검색해봤다. ‘포도당 사용하고 반 정도 남았습니다. 바가지도 같이 드려요’ ‘포장 피클 100개 일괄로 팝니다’ ‘폐업으로 음식 모형 팝니다. 몇만원 주고 맞춘 건데… 5000원에 가져가세요’ ‘(업소용) 조미료 1㎏씩 팝니다’ ‘소스 2㎏ 팝니다’… 100원부터 몇천원, 몇만원까지 판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호기심은 안타까움으로 바뀐다. 언젠가 피자나 치킨을 시켜 먹었던 동네 가게 사장님들이 올린 매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 구석구석에 놓인 손때 묻은 물건들을 찾아 몇백원, 몇천원이라도 건지려는 누군가의 마음을 가늠하다 보면 괜스레 나까지 속이 상한다.
그때부터 당근마켓 속 폐업 매물들의 ‘운명’을 주시하게 됐다. ‘케첩이, 피클이 팔린다면 누군가 가게를 꿋꿋이 꾸려가고 있거나, 또 다른 누군가 새로 가게를 여는 것이 아닐까’라는 근거 없는 기대를 해본다.
한국의 자영업은 퇴직자, 실직자, 실업자 등이 특별한 기술이 없이 진입하는 ‘제2의 노동시장’ 구실을 해왔다. 현실에서 폐업과 창업이 반복되는 자영업 생태계는, ‘제1 노동시장’에서 탈락한 이들에게 하나의 안전망처럼 자리매김해왔다.
팔리지 않는 폐업 매물들은 이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주방용품 거래로 유명한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도 폐업으로 인한 매물이 쏟아지지만 이를 사 가는 이들은 드물다고 한다. 자영업자의 상징 같은 ‘1톤 트럭’도 중고차 시장에 쏟아져 나오지만, 좀처럼 주인을 찾지 못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0년 월평균 전국 자영업자 수는 553만1천명으로 전년도보다 7만5천명(1.3%)이 감소했다. 2018년 -4만4천명, 2019년 -3만2천명에 견주면 자영업자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창업보다 폐업이 7만5천명 많았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모이면 확산하는 코로나19 특성상 술집, 음식점 등의 영업제한은 방역을 받치는 주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공동체 방역을 지탱하며 받는 고통은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의 몫으로만 남았다. 최근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한국신용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정부의 집합금지·제한 조처 대상이 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지난해 매출은 업종별로 2019년보다 최대 42%까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에서는 지난해 일찌감치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만들고 시행해왔지만, 우리 정부는 ‘착한 임대인 제도’ 등 구성원들의 ‘선의’에만 기대왔다. 자영업자들이 최근 집단행동에 나서며 ‘공정’과 ‘형평’을 호소하자, 뒤늦게 ‘이익공유제’ ‘손실보상제’ 등의 대책 마련 논의가 나온다.
피해 업종, 손실 정도 등을 산정하는 기준을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국가 재정’에 대한 고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 희생을 했다면, 그 고통도 공정하게 나눠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영업자들의 질문을, 정부와 정치권이 계속 외면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은 듯싶다.
“홍남기 장관이 말하는 대로 정부 재정이 화수분이 아니듯이, 자영업자의 호주머니도 화수분이 아니다.”(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6일 보도자료)
이승준 | 사건팀장
gamj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2189.html#csidxb57690cbc564d0990d04e51aaa6e4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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