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윤석열의 ‘10원 한 장’과 ‘건보 23억 사취’ 의혹

道雨 2021. 6. 23. 09:55

윤석열의 ‘10원 한 장’과 ‘건보 23억 사취’ 의혹

 

‘장모 10원 한 장’ 발언을 접하고 처음 든 느낌은 생경함이었다. 10원은 동전인데, 왜 한 장이지? 나만 그런 건 아니었나 보다. 관련 기사에 이런 댓글이 적잖이 달렸다. ‘한 장은 차표 한 장이지.’ ‘10억 한 장 아닌가요.’

의문을 풀어 준 답도 댓글에 있었다. ‘옛날에 10원짜리 지폐도 있었어요.’ 검색을 해봤다. 1962년 1환, 10환으로 쓰던 화폐 표시를 1원, 10원으로 바꾸는 긴급통화조치가 발동됐다. 이 때부터 종이돈 10원짜리가 통용되다가 1973년 10월 발행 중지됐고, 동전으로 전면 대체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961년생, 10원 지폐를 꽤나 만져봤을 세대다.

 

표현의 미스터리는 풀렸다. 그러나 그가 이 말을 한 맥락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전언인데, 말을 전한 사람이 갑자기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고향 친구’라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6일 식사 자리에서 들었다며 처음 전한 발언은 이랬다.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이 없다. 약점 잡힐 게 있었다면 아예 정치를 시작도 하지 않았다.”

궤변이다.

 

윤 전 총장 장모 최아무개(74)씨가 검찰에 의해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요양병원 사기’와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두 가지다. 이 중 ‘사무장 병원’을 설립해 불법으로 23억여원의 요양급여를 타낸 혐의(의료법 위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가 걸린 사건에선 검찰이 지난달 31일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 사건은 애초 2015년 경찰이 1차 수사를 했다. 당시엔 동업자와 병원 운영자 등 3명이 기소돼 유죄 판결이 확정됐지만 장모 최씨는 빠졌다. 최씨는 돈을 빌려줬을 뿐 병원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동업자에게서 받은 이른바 ‘책임면제 각서’를 제시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검찰 재수사 결과 최씨의 범죄 정황 3가지가 새로 드러났다.

 

첫째, 장모 최씨가 소유한 건물을 담보로 요양병원 재단이 17억원을 빌린 사실이 밝혀졌다. 단순 ‘금전 대여’ 관계라면 있기 어려운 일이다.

둘째,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언니의 남편, 곧 윤 전 총장 손윗동서가 이 병원 행정원장을 지낸 사실이 드러났다. 사위가 행정원장인데, 병원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누가 믿겠나.

셋째, 장모 최씨가 제시한 책임면제 각서를 써준 것으로 알려진 동업자가 ‘그 각서는 내가 작성한 게 아니라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필적이 다르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이런 사건을 놓고 윤 전 총장은 ‘장모는 사기 피해자일 뿐 피해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가족의 결백’ 주장이야 자유이자 권리다. 그러나 ‘법과 원칙’을 입에 달았던 직전 검찰총장이, 검찰 구형까지 무시하면서 “장모가 피해자”라고 주장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에는 역대급 수사력을 투입해 ‘먼지떨이’ 수사를 독려했던 그다. 자기 가족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결과마저 전면 부인하면서 감쌌다는 건데, 이쯤이면 ‘내로남불’의 에베레스트 아닌가.

 

파문이 커지자 정 의원은 이달 10일 돌연 말을 잘못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이 아는 바로는 사건의 유무죄 여부와 관계없이 장모 사건이 사건 당사자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준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다.”

 

정작 윤 전 총장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우당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았다. 그러나 국민의힘 입당, 대선 출마와 관련해 “좀 지켜봐 달라”고 했을 뿐, ‘10원 한장 피해준 것이 없다’고 말한 입장 그대로냐’ 등 이어진 7개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설령 정 의원의 갑작스런 해명이 사실이라고 해도, 나아질 건 없다. 윤 전 총장의 취지가 ‘사건 당사자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안 줬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라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장모 최씨는 국민이 낸 돈으로 운용되는 건강보험 급여를 수십억원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일반 사기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 국민연금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을 잡아넣은 윤 전 총장 아닌가.

 

그의 발언은 ‘내 식구’에겐 한없이 너그러운 한 검찰주의자의 박약한 공적 책임감을 드러낸다. 국가 지도자로선 치명적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7월2일 ‘요양급여 사기’ 1심 판결이 나온다. 첫 검증의 시간이다.

 

손원제 ㅣ  논설위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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