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사회주택 흠집내기’ 도 넘었다

道雨 2021. 10. 5. 09:22

‘사회주택 흠집내기’ 도 넘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모한 도전’ 유감

주택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어야 한다. 집값은 물론 전월세 보증금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여기에 편승하기 위해 ‘영끌’까지 하는 세태에 비춰볼 때,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사는 것으로서의 주택은 아무리 많이 사도 효용이 줄지 않는다. 오히려 더 는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고 공급이 는다는 수요 공급의 법칙이 주택시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달리 사회주택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서의 집을 공급한다. 최장 10년간 시세의 80% 수준으로 주거비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임대주택이 곧 사회주택이다. 이런 사회주택 정책이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임대주택이라고 부르는 주택의 공급 주체는 공공이다. 집값과 전셋값 상승으로 주거난이 크게 사회문제가 된 1989년부터 공공에서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그런데 서울과 같은 도심지에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땅도 부족하고 주민 반대도 심하다. 이를 극복하려면 소규모 주택을 여러 곳에서 공급할 수밖에 없다. 비영리조직 등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활동하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주체가 최적이다. 소규모다 보니 획일적이지 않은, 다양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시장의 민간임대주택은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 임대료는 서민들이 부담하기 벅차다. 집값과 임대료는 오르는데 소득은 정체되어 있어, 적당한 임대료의 집을 찾는 사람이 살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하다.

 

사회주택은 민간임대의 비싼 임대료와 불안정한 주거 문제, 공공임대의 비효율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다. 사회주택은 서울시 이외에 전주와 시흥, 고양 등 기초자치단체와 부산, 경기, 충남 등 광역자치단체로 확산하고 있다. 2016년에는 윤관석 의원이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을 개정하여 사회주택을 지원하려고 시도했다.

정부는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에서 사회주택 공급 확대방안을 포함했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은 주택도시기금 등의 자금 우선 지원을, 조세특례법 등에서는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한 조세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기존주택 매입임대주택 업무처리지침에서도 사회적 주택 운영 특례를 규정한다.

 

전국으로 확산하는 사회주택 정책이 나름대로 성과를 내며 법제화까지 추진되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이를 감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경제주체를 배제하고 공공이 할 수 있도록 재구조화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목표에 견줘 실적이 저조하고 입주자 보호도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사회주택이 공공과 민간이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영역을 보완하고 있는 현실과 역사를 무시한 처사다.

 

모든 정책과 제도가 항상 잘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다. 어디에서든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그 문제는 신속하게 진단해서 이해당사자끼리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면 된다. 시장이 실패한다고 시장을 철폐하거나, 정부가 실패한다고 정부를 폐쇄하지 않는 것처럼, 사회가 실패한다고 사회를 없앨 수는 없는 일이다.

사회주택의 경우 목표 대비 실적이 낮은 것은 공공의 지원이 미흡했기 때문이며, 일부 보증금 미반환 문제도 사회주택협회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주택도시기금의 보증금반환보증 의무가입 상품도 도입했다. 목욕물 버리면서 아기까지 버리는 우를 범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권 강화는 온 사회의 책임이다. 정부와 민간, 특히 비영리조직, 종교단체, 노동조합 등 다양한 사회적 경제주체가 협력하여, 공공임대주택과 함께 사회주택을 꾸준히 공급·관리해야 한다. 주거안정을 통해 사람 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민주시민으로서 건강성을 지킬 수 있으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면, 사회주택 정책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택은 단순한 물질로서의 주택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연결해주는 공동체적 삶의 공간이다. 사회주택 공급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경제주체, 사회주택에 거주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입주민과 지역사회, 이를 지원하기 위한 공공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처사는, 2011년 초등학교 무상급식 반대에 이은 시민사회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다.

 

 

임재만ㅣ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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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13839.html?_fr=mt0#csidxd6a9eec144ce88bb0d93309b8a2bdf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