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검경, 공권력, 공공 비리

북한 리호남은 그 자리에 없었다…"허위 진술 믿은 판결"

道雨 2024. 7. 5. 13:47

북한 리호남은 그 자리에 없었다…"허위 진술 믿은 판결"

 

'윤석열 정권 친위대' 오명엔 자성 한번 없던 검찰

행정부 일개 외청 소속 검사들, 야당엔 조직적 반발

민주 "수원지검 조작 또 드러나…탄핵 필요성 입증"

김성태, 필리핀서 리호남 만나 이재명 방북비 줬다?

2019년 7월 아태 국제대회에 리호남 참석도 안 해

당시 경기도‧북한 공식 문서 7건 입수‧분석해 확인

"북측 대표단에 리호남 있었다면 국정원 바로 포착"

"검찰 의도적 은폐…1심 재판부 부당한 편파 판결"

 

*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당시 이화영 평화부지사를 비롯한 경기도 인사들과 북측 대표단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이 국제대회에서 북한 리호남을 만나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지만 단체 사진에 리호남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검사 4명에 대해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검찰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 일가의 숱한 부정‧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면죄부만 안겨주거나 축소‧은폐 수사에 급급해 왔던 검찰은 국민적 지탄이 아무리 빗발쳐도 대외적으로든, 내부 게시판을 통해서든 자성의 목소리 한 번 낸 적이 없다. 행정부의 일개 외청 소속인 이들은 '윤석열 정권의 친위대'라는 오명에는 아랑곳없이 오직 야당에 대해서만 조직적인 반발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상습적인 표적 수사와 조작 수사를 감행해온 일부 정치검사가 왜 탄핵 돼야 하는지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 다시금 조목조목 짚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의 '키맨'인 북한 리호남이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이하 국제대회)에 방문하지 않았다는 제보를 받은 뒤 경기도의 2018년 제1회, 2019년 제2회 국제대회 문건 총 7건을 입수‧분석해 보니 실제로 제2회 국제대회 참석자 명단에 리호남의 이름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 국제대회는 경기도와 대북 교류 단체인 아태평화교류협회가 공동 개최했던 행사다.

 

민주당 정치검찰사건조작특별대책단(이하 대책단)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원지검은 숱한 사건 조작의 증거들이 넘쳐나는데 제대로 감찰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며 "자정능력이 전무한 집단에 더는 기대할 수 없고 무너진 사법 체계를 방치할 수 없다. 탄핵은 정치검찰이 자초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원지검의 부실 수사와 사건 조작 정황이 또 드러났다"면서 "탄핵이 필요한 이유를 다시 단적으로 입증한다"고 밝혔다.

 

리호남(이호남)은 김성태 쌍방울 그룹 회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위해 2019년 7월 필리핀과 2020년 1월 중국에서 100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북한 측 인사다. 김성태는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을 300만 달러로 조율할 당시 북측 협상 창구가 리호남이었다고 주장해왔다. 북한 정찰총국 대남 공작원 출신인 리호남(본명 리철, 1954년생)은 윤종빈 감독의 영화 <공작>에서 안기부 블랙요원 흑금성(황정민 역)의 북측 사업 파트너로 나온 북한 대외경제위원회 처장 이명운(이성민 역)의 실존 모델이다.

 

 

*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 명단. 여기에 리호남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 제공.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판결문에 따르면 김성태는 법정에서 "제2회 국제대회 당시 필리핀에서 원래 100만 달러를 주기로 했는데 경비로 여기저기 쓰는 바람에 70만 달러를 먼저 주고, 2020년 1월 15일경 마지막 30만 달러를 중국 심양에서 리호남을 만나서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민주당 대책단의 경기도 문건 분석 결과에 의하면, 김성태의 진술은 증거가 전혀 없는 허위 진술이다. 경기도의 제2회 국제대회 관련 공식 문건들, 즉 ▲업무보고 문건 ▲결과보고 문건 ▲주요 참석자 명단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발송한 통보서에는 국제대회 북측 대표단이 조선통일연구원 원장이자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인 리종혁을 포함해 총 6인으로 나온다. 2019년 북측대표단 6인 명단에 리호남 이름은 없었다는 얘기다. 2018년 1회 국제대회 때 역시 리호남은 명단에 없었다.

 

국가정보원 1차장 출신인 박선원 의원은 "이호남은 첩보 공작관이며 인민군 총참모장 산하의 정찰총국 특무상사급이다. 이종혁은 북한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의 직속이며 장관급 인사"라면서 "만약 북한 대표단에 이호남이 포함됐다면 국정원은 바로 그 순간 알 수밖에 없다. 정찰총국은 정보기관, 첩보기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 대표단이 평양을 출발해서 중국 북경 수도공원에 도착하고, 그다음에 아키노 필리핀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누가 영접을 갔는지까지 일지에 매우 상세하게 기록돼 있는데, 2019년 7월 23일부터 29일까지 7일간의 모든 일정에 이호남은 없었다"면서 "국정원이 갖고 있는 많은 사진에도 이호남은 대표단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호남이 왔다면 국정원 주시 대상 1호에 가까운 그는 우리 기관에 무조건 포착되게 돼 있다"고 단언했다.

 

박 의원은 "경기도와 사업을 연결하는데 이종혁이라는 통전부 직속 장관급 인사가 와 있다. 그런데 왜 특무상사급인 리호남을 만나겠는가? 만나지 않았다. 오지도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은 7월 18일, 22일, 29일 등 3건의 문건을 작성해 상부에 보고했다. 하다못해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과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이 싸웠다, 안부수가 '이화영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 행사를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 경기도와 사업하지 않겠다'고 말한 내용까지 다 들어 있지만 이호남은 등장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책단 제보센터장인 김문수 의원은 필리핀 국제대회 당시 문건과 현장 사진 3종을 증거로 제시했다. ▲북측에서 경기도에 대회 참석자 명단을 보내면서 비자 발급을 요청하고 비행기 표까지 끊어달라고 하는 내용이 담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사증 발급 통보서 ▲북측에서 보낸 문서를 토대로 경기도 측이 만든 북측 대표단 명단 ▲이화영 전 부지사를 비롯한 경기도 인사들과 북측 대표단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 등이다.

 

김문수 의원은 "북측 대표다 명단에도, 단체 사진에도 리호남이라는 사람은 없다. 경기도 어떤 문서에도 없다"면서 "김성태가 필리핀 국제대회에서 리호남에게 70만 불을 지급했다는 검찰 조사와 판결문 내용이 완전히 허위라는 증명"이라고 말했다.

 

 

*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측이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참석을 위해 공식 초청장을 보내달라며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앞으로 보냈던 문건. 여기에 리호남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 제공.

 

 

 

대책단 제보센터가 이화영 전 부지사와 신명섭 전 평화협력국장, 문현수 전 평화운영팀장으로부터 청취한 증언에서도 리호남은 해당 대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미 파악된 바 있다. 경기도의 공식 문건들은 세 사람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인 것이다. 아울러 북한과 필리핀은 미수교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 인사가 공식 초청이 아닌 비공식적으로 필리핀에 입국할 수는 없다. 여러 증거와 정황을 종합하면 리호남은 제2회 국제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경기도의 해당 문건들은 검찰 측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이 필리핀 출입국 기록만 확인해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검찰과 재판부가 이 같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했는지는 극히 의심스럽다. 대책단은 "정치검찰이 이런 증거들을 외면하고 김성태의 진술만을 근거로 제2회 국제대회에 참석하지도 않은 리호남에게 김성태가 70만 달러를 건넸다고 주장하는 것은 짜맞추기 수사를 위한 의도적인 은폐이고 직무 유기"라며 "증거가 전무한 김성태 진술과 검찰 측 주장만을 사실로 인정한 1심 재판부의 편파 판결은 부당하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정치적 공작의 일환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의 정치검찰은 정적 제거를 위한 표적 수사와 조작 수사로 대한민국의 정치와 인권을 군사독재 시절로 후퇴시키고 있다"며 "피땀으로 이룩한 민주화 이후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치검찰의 사건 조작과 불공정한 편파 판결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 결과 공소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증거라고는 허위 진술뿐이다. 정치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편파 판결은 사법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대북송금 검찰조작 특검'을 반드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대책단에는 민형배 단장을 비롯해 박균택‧주철현‧김용민‧이성윤‧김문수‧김기표‧김동아‧김현정‧노종면‧박선원‧양부남‧이건태‧한민수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 쌍방울 측이 작성한 북남협력사업제안서. 2018년 12월 말에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과 함께 중국으로 건너가 북측에 건넸다. 뉴스타파

 

 

 

한편 뉴스타파는 "수원지검 검사가 이재명 방북 비용으로 몰아갔다"는 쌍방울 내부 관계자의 또 다른 증언을 공개했다.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비롯한 공범들을 수시로 모아 놓고 진술을 짜맞추는 일종의 '진술 세미나'를 벌인 정황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뉴스타파는, 2일 쌍방울 대북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핵심 임원 A 씨로부터 검찰 수사의 전말을 자세히 들었다고 전했다.

 

A 씨는 "경기도와 이재명과 관련된 물증이 없다 보니 검사가 윽박지르거나 몰아갔다"며 "혹독한 조사를 받으면서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또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대납에 대해선 (당시에) 들어본 적도 없고, (지금도) 회의적인 입장"이라며 "이재명 대표 (방북 비용) 대납 관련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그분하고 회사가 연계 고리가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고 말했다.

 

 

 

김호경 에디터haojing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