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왜 그렇게 주가에 집착하는가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정부의 경제 운용을 비판하는 소리가 미디어에서 흘러나오곤 한다.
그러나 1993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5월까지 장기간에 걸쳐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끼친 경제변수를 연구한 결과(배형석·양성국, ‘한국 대통령 지지율과 경제변수’, 2019)를 보면, 코스피지수 흐름은 대통령 지지율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앞서 2015년 김덕파 등이 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참모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유난히 주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삼프로티브이(TV)’에 나갔다가 큰일날 뻔했다. 정책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공약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두루뭉술한 답변에 그쳐, ‘준비가 너무 안 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선지, 이틀 뒤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가 ‘1천만 개미투자자 살리는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을 내놓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다섯가지를 약속했다. ‘신사업 분할 상장 시 투자자 보호 강화’와 ‘내부자의 무제한 지분매도 제한’은 사소한 것이고, 큰 것은 ‘개인 투자자에 대한 세제 지원 강화’,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획기적 개선’이었다.
이른바 ‘재테크’에 밝은 청년의 지지를 얻겠다는 생각에서 깃발을 높이 든 이 정책의 성과를 주가로 평가하자면 아주 미미하다. 대통령 선거 전날 2622.40이던 코스피 지수는, 그해 9월 말 장중 2134.77까지 추락했다. 그 뒤 서서히 회복했지만, 7월18일 종가 2824.35는 대통령 선거 전날에 견줘 겨우 7.7%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20% 넘게 오른 미국 다우지수, 50% 넘게 오른 일본 닛케이지수에 견주면 투자자들은 성이 차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주가 상승률 비교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를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 코스피지수, 다우지수, 닛케이지수 모두 금리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보다는 ‘상장사 실적’과 ‘실적 전망’을 잘 반영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코스피 지수의 상승 폭이 미미한 것은, 우리나라 상장사 실적이 나쁘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업의 순이익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이 일정한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게 그 증거다.
특히 우리나라 상장사 시가총액은 제조업 비중이 70% 가까이를 차지하는데, 우리 경제의 고성장을 이끌어온 그 제조업의 취약성이 주가지수를 낮은 포복으로 기게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증권거래세 폐지 대신 도입하기로 한 금융투자소득세의 시행을 유보하더니, 아예 폐지하자고 한다. 연간 투자수익이 5천만원 이상인 경우 물리는 세금이다. 그 세금을 피하기 위해 큰손들이 우리나라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면 주가가 폭락한다고, 그래서 모든 주식투자자가 손해를 볼 것이라 한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해서는 안 되는 선동이다.
수익이 난다면 사람들은 세금을 각오하고 기꺼이 투자한다. 아직 시행도 하지 않은 금투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연민이 느껴질 정도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공매도를 6월 말까지 금지’하는 조처를 내렸다. 주가가 폭등하면서 공매도가 집중된 2차전지 관련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반등했다.
그러나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합리적 개선’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취한 공매도 한시 금지 조처는 연장됐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 증시를 ‘선진 증시와는 더 거리가 멀어졌다’고 평가한다. 정부는 공매도를 다시 허용하는 걸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획기적 개선’은 이른바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놀라운 것은 추구하는 목표와 수단이 따로 노는 것이다.
기업이 밸류업을 추구하는데 최대주주에게 엄청난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뜬금없다.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 평가를 없애 상속세를 대폭 깎아주는 것, 밸류업 기업이란 이유로 가업상속 공제 대상과 한도를 확대해주는 것은, ‘국고 편취’라고 할 만큼 부도덕해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자본시장 선진화’는, 주식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집중된다. 소액 개인투자자는 정책 효과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들러리로 쓰인다.
그런 겉 다르고 속 다른 정책이 또 하나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되고 있다.
정남구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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