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법원 결정 존중한다'는 말 하지 않겠다
법원이 민주주의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가 회의적
정권 연장 위해 정적 제거에 동원된 검찰과 법원
윤석열 후보 선거기간 상습적 거짓말은 어쩔건가
보수논객 정규재 마저 "잘못된 판결이다" 글 게재
사람에 따라 기억력은 천차만별입니다. 기억력이 비상하여 시시콜콜 별걸 다 기억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모든 걸 똑같이 기억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기억은 뚜렷이 선명하게 오래도록 기억하지만, 어제 누구와 점심을 같이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있듯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쉽게 잊혀집니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뇌가 스스로 뇌 용량 또는 기억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별 의미 없이 불쑥 내뱉은 말도,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압박감이나 위협 같은 심리적 부담을 주기도 하고 모욕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랫사람에게 상급자의 의견은 그냥 의견이 아니라 지시로 들립니다. 지위가 높을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상급기관의 의견을 그냥 의견이라고 무시했다간 하급기관은 불이익을 받거나 곤욕을 치를 수도 있습니다.
기억이나 주관적 판단, 심리적 부담을 측량하고 일반화하여 누구에게나 똑같이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나오는 악당처럼 키가 큰 사람에겐 키를 잘라 맞추게 하고 키가 작은 사람은 키를 늘려서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그건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습니다. 검찰의 법 적용이 그러하다면, 국민은 검찰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판결이 그러하다면, 국민은 재판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내 아내는 교회를 열심히 다녀 구약을 다 외운다’고 기자들에게 자랑을 했고,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오히려 손해를 봤고 주가조작꾼들과는 절연을 했다’고 했고, 돈 문제에 얽힌 장모의 비리에 대해선 ‘내 장모는 누구에게 10원 한 장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흔히 ‘돈 안 드는 선거’를 말할 때, 입은 풀고 돈은 막으라고 합니다. 선거판은 말로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말의 잔치입니다. 유권자들은 많은 말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결정합니다.
공직선거법의 취지는 학력이나 재산, 전과 등 객관적 사실에 어긋나는 명백한 허위의 사실로 유권자들의 오판을 유도했을 때 사후적으로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는 것이지, 이미 유권자들이 충분히 판단했을 영역에까지 법이 개입하여 말의 진위 여부를 따지라는 게 아닐 겁니다. 그건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한 선거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세상의 일에는 법으로 처벌해야 하는 일이 있고 도덕적 비난으로 그칠 일이 있습니다. 법이 나서야 할 일이 있고 개인이나 선관위 같은 기관의 자율 영역에 맡겨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법이 나서지 않아도 될 일에 법이 나서는 건 법의 과잉입니다.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는 법이 나서지 않을 일에 법을 들이밀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기소 독점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참에 기억이나 주관적 판단, 느낌까지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의 허위 사실 관련 규정에서 ‘행위’가 포함된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 제청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낄끼빠빠, 법도 낄 데 끼고 빠질 데는 빠져야 권위가 서고 국민의 신뢰를 받게 됩니다.
명태균씨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검찰의 구속영장에도 그렇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실 홈페이지의 ‘사실은 이렇습니다’에는 윤 대통령 부부는 명씨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몰랐고 친분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거짓으로 드러났음에도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아무렇지도 않게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합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는 법이 산 권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죽은 권력과 정적과 비판적 언론에겐 맹수가 되어 사납게 물어뜯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보수 논객 정규재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공직선거법의 근본적인 취지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 지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공직선거법은 당선 낙선을 구분하여 적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낙선자는 이미 유권자로부터 사실상 판결을 받은 결과라는 점에서 공직선거법이 보호하려는 실질적인 이익이 없다’고 합니다. ‘공직선거법이 당선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짓과 허위로 당선되는 것을 재판이라는 절차를 통해 사후적으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것이므로 예방의 실익이 없고 회복이 공직선거법이 원하는 법적 정의’랍니다.
저는 그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공직선거법은 자유의 원칙에 걸맞게 개정되어야 한답니다. 그 말에도 동의합니다.
그 글에 달린 댓글에는 “꼴통보수들이 이 글을 싫어하는 이유는, 진영논리 따위가 지배하는 이재명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의 절대 가치에 의한 원칙 중 하나로서 법치주의를 보수는 결사의 태도로 사수해야 함이 옳다”면서 “정말로 중죄를 지은 사안을 가지고 이재명을 법에 따라 처벌하겠다 함과, 억지로 옭아매어 유죄를 때려서 정치적으로 뭔가 변곡점을 만들어내겠다는 의도에 따른 행위는 전혀 다른 것이다”라는 댓글도 있습니다. 이쪽 저쪽을 모두 비판하는 글이지만 그 주장의 논거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1600만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불과 0.7% 차이였습니다. 그때의 한두 개 발언에 시비를 걸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인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를 막으려 하는 행위는, 후사가 불안한 현재의 권력이 다수 국민의 선택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중대범죄입니다.
검찰은 정적 제거를 위한 수사로 죄를 만들어 정치적 기소를 하고, 법원은 판결로 정치적 기소를 합리화하고, 언론은 그 판결을 미화하여 대중을 세뇌시키는 정치 선동을 하고...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통제사회에 사는 기분입니다.
저는 오늘 ‘라 마르세예즈’를 들으며 광장으로 나갈 겁니다. 국민으로 사는 게 참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송요훈 편집위원· 전 MBC기자mindlenews01@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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