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인권위원 "선진국도 계엄 많이 한다", 거짓
[팩트체크] 선진국은 1970년 캐나다가 마지막... 미국·독일 등 대통령은 계엄선포권도 없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안건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선진국에서도 계엄 선포를 많이 한다"며, 12.3내란을 정당화하는 발언이 나왔다(관련 기사 : 안창호 김용원 이충상 한석훈 이한별 강정혜, 6인이 불러온 "인권위 사망의 날" https://omn.kr/2c5xu).
'윤석열 방어권 보장' 찬성한 한석훈 "선진국에서도 계엄 선포 많이 한다"
국회(국민의힘) 추천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해당 안건에 찬성한 한석훈 변호사는 이날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탄핵 사유로 한 탄핵 재판은, 국내는 물론 미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그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 자체가 탄핵 사유가 되는지도 충분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안건에 반대한 남규선 상임위원이 "선진국에서 누가 계엄 선포합니까"라고 따지자, 한 위원은 "(선진국도) 계엄 선포 많이 하죠. 왜 안 합니까? 남 위원님은 선진국은 계엄 선포 안 한다는 거예요?"라고 반박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계엄 선포는 주로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의 독재국가나 개발도상국에서 이뤄졌다. 실제 서구 선진국에서도 전시 상황이 아닌데도 계엄을 선포한 전례가 있는지 따져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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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인권위 존재가치 상실 국가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1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집단진정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내란수괴 윤석열과 공범들의 인권침해를 분명히 드러내고, 이를 옹호한 안창호, 김용원, 강정혜, 이충상, 이한별, 한석훈 등 6인의 인권위원의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 이정민
2차 대전 이후 선진국 계엄 사례 거의 없어... 1970년 캐나다 퀘백주가 마지막
처음헌법연구소(소장 조유진)에서 지난 2019년 국방부 의뢰를 받아 국내외 계엄 선포 사례를 연구한 '계엄의 민주적 통제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지난 1970년 '10월 위기' 당시 캐나다가 퀘백주에 발동한 계엄령(전시조치법)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퀘백주 몬트리올에서 퀘백 독립무장세력인 퀘백해방전선(FLQ)이 퀘벡 주 부총리와 영국 외교관을 납치하자, 피에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전시조치법(전쟁대책법)을 발동했다. 전시가 아닌 평시에 전쟁대책법을 발동한 첫 번째 사례였다.
이후 중동-이스라엘 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전시 중인 국가에서 계엄령이 선포되긴 했지만, 한석훈 위원이 언급한 미국, 프랑스, 독일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에서 계엄령이 선포된 사례는 없었다.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 소장은 11일 <오마이뉴스>에 "2차 대전 이후 서구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전시 외에 계엄 선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면서 "2차 대전 당시에도 미국은 연방 차원이 아닌 지역별로 했고, 프랑스도 과거 식민지였던 알제리에 발령한 적은 있지만 자국 내에서 선포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계엄의 민주적 통제방안 연구' 책임연구를 맡았던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11일 "1970년 캐나다 계엄령도 반란 때문이었고, 지금 한국은 12.3 비상계엄 자체가 내란인 상황"이라면서, "선진국에서 계엄 선포를 하더라도 (선포자가) 탄핵을 안 당한 건, 그 나라 계엄법에 정한 요건대로 했기 때문이고, 윤석열은 전시 상태도 아닌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을 국회, 선관위 등 독립된 헌법기관에 투입해 헌법 규정을 위배하고 남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선진국도 계엄 선포 많이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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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선진국 계엄 제도와 최근 계엄 선포 사례. 처음헌법연구소 <계엄의 민주적 통제방안 연구> 보고서(2019). 'OECD회원국 계엄제도' 일람표에서 발췌. ⓒ 김시연
미국 독일 등 대통령은 계엄선포권 없어, '계엄 사유 탄핵 재판' 불가능
선진국에서 계엄 선포 사례가 거의 없는 걸 감안하면,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탄핵 사유로 한 탄핵 재판은 미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그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한석훈 위원 주장도 성립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들 국가의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달리 계엄 선포 권한도 없기 때문에,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탄핵 사유로 한 탄핵 재판' 자체가 불가능하다.
미국과 독일은 계엄선포권이 연방의회에 있고, 프랑스는 대통령과 양원 의장 등의 협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선포한다. 의회제 국가인 영국도 국왕과 정부가 계엄을 선포할 뿐 실질적인 권한은 의회가 갖고 있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미국은 헌법재판소가 없어 상원에서 탄핵이 최종 통과하기 때문에 탄핵 재판이 당연히 없을 수밖에 없고, 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 쿠데타 실패 이후 법적인 처리를 거친 사례는 있다"면서 "선진국에서 탄핵 재판 전례가 없었다는 건 사실일 수도 있지만, 탄핵 조건 속에서 헌재나 법원 판단이 필요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 같은 의회제도 국가도 비상계엄 권한이 있어, 총리가 내각과 논의해서 국왕이나 대통령에게 선포하도록 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국무회의는 단순 심의지만 의회제에서는 각료가 모두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11일 오전 한석훈 위원에게 선진국에서 계엄 선포를 많이 한다는 발언의 근거를 이메일로 요청했지만, 12일 오후 3시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선진국에서도 계엄 선포 많이 한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거짓
- 주장일
2025.02.10
- 출처
2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제2차 전원위원회 발언 출처링크
- 근거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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