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재

[스크랩] 동네 목욕탕된 신라 고분 1500년 ‘묵은 때’ 벗긴다

道雨 2007. 8. 24. 18:41

동네목욕탕된 신라 고분 1500년 ‘묵은 때’ 벗긴다

 

 

마을사람들이 야외 목욕탕으로 애용하던 삼국시대 고분이 발굴 중이다.

수십년 전 도굴됐지만, 고분 안에는
장군총(장수왕릉 추정)에서나 볼법한 거대한 돌침대(=시상·屍牀·관을 놓기 위해 만든 것)가 남아 있어 무덤 주인공의 권세를 엿보게 한다. 동양대 박물관 발굴단(단장 노대환)이 16일부터 발굴에 들어간 경북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 산 3 바느레고분이다.

16일 오전 10시. 발굴단이 현장에서 개토제(開土祭)를 드렸다. 발굴하는 동안 큰 사고 없이 좋은 유물을 발굴하게 해 달라고 드리는 제사다. 개토제를 지켜 보던 향토사학자 박석홍(55) 순흥문화유적권관리사무소 학예연구사는 “감개가 무량하다”고 했다.

“부모님을 따라 처음 와 보았던 50여년 전에도 도굴된 상태였습니다. 돌로 쌓은 무덤 안에 여름이면 물이 고였어요. 피부병이나 옻 오를 때 이 물로 목욕하면 신기하게도 나아서 사람들이 이 물로 목욕을 했어요. 고분에 오다가 뱀이나 상여를 보면 ‘부정탔다’며 되돌아갈 정도였고, 무당들이 이곳에서 굿판도 자주 열었습니다. ‘옻샘’이라고도 불렀지요.” 마을사람들은 ‘바느레’라고 불렀는데, 정확한 뜻을 아는 이는 없다. 현재 남은 봉분 크기는 직경 10m, 높이 2m 정도인데, 도굴 구멍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서 지금은 길이 2m, 높이 1m 정도로 확장됐다. 주변에서 물이 스며들어 무덤 안에는 개구리와 올챙이 등이 자라고 있다. 돌을 10단 이상으로 쌓아 무덤방(현실·玄室)을 만들고, 그 안에 길이 230㎝, 폭 130㎝, 높이 30㎝ 짜리 통돌로 만든 돌침대(=시상)를 놓았다. 무덤 지붕은 길이 3m가 넘는 덮개돌 하나로 덮어서 마감했다. 6세기 후반 때 것으로 추정되는데, 큰 돌 하나로 무덤 안 돌침대(시상)를 만든
신라 고분은 바느레고분이 유일하다.

이한상 동양대교수(고고학)는 “돌침대 규모로 봐도 당시 이 지역 지배자의 무덤이었음이 확실하다”며 “비록 도굴됐지만 무덤 바닥에 유물이 남았을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그는 “영주는 고구려벽화고분의 영향을 받은 신라 벽화 무덤이 유일하게 발굴된 지역이지만 발굴이 그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신라 고분이 개집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며 보존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신형준기자 2007.8.18>

 

 

출처 : 토함산 솔이파리
글쓴이 : 솔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