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신공항 난맥상’ 사죄가 우선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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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두 곳 모두 신공항 건설 입지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신공항 백지화 방침을 공식 확정했다. 입지평가위원회가 내린 점수는 밀양 39.9점, 가덕도 38.3점으로, 양쪽 모두 낙제 기준점(50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신공항 건설 계획이 애초부터 경제적 타당성 등을 외면한 선심성 공약이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지만 어쨌든 옳은 방향이라고 판단한다. 막대한 국가재정을 낭비하면서까지 잘못된 공약을 계속 밀어붙이는 것보다는 포기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잘했다’고 칭찬하기에는 정부의 그동안 대응이 너무나 문제투성이였다. 정치권의 사탕발림 공약 남발은 그렇다 쳐도 정부의 ‘출구전략’도 판단착오와 실기의 연속이었다. 타당성 없는 계획임을 알고서도 6·2 지방선거 등 정치일정을 의식해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다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늑장대응을 해온 정부가 입지선정 결과 발표를 불과 하루 앞두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현장실사를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처럼 앞뒤 분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니 그러잖아도 들끓는 영남권 민심이 폭발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 중심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공약 제기부터 결정 미루기,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 등이 모두 이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국정운영의 최고사령탑다운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지역간 갈등이 첨예해지자 뒤로 꽁무니를 빼고 국토해양부 등에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대형 국책사업 등 대통령 공약사항을 챙기는 국정기획수석 직책이 없어진 뒤에는 청와대에 주무 수석마저 없었다고 하니 할 말을 잃는다. 어제 정부 발표도 김황식 국무총리가 전면에 나섰을 뿐 정작 공약 파기의 당사자인 이 대통령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원전 수출이나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선원 구출작전 성공 등 ‘빛이 나는’ 사안에는 곧잘 나서는 이 대통령이 막상 껄끄러운 자리에는 뒤로 숨었으니 비겁하다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방침으로 이 대통령은 신뢰도에 또 한 번 치명상을 입었다. 해당 지역의 반발은 물론 여권 내부의 동요도 심상치 않다. 이 모든 후폭풍은 이 대통령이 자초한 것인 만큼 수습 책임 역시 이 대통령에게 있다. 하지만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다른 국책사업을 영남권에 나눠줘 반발을 달래는 것을 민심수습책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대통령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적극적으로 이해를 구하는 겸허하고 진솔한 태도다. 그런데도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어렵더라도 국가 미래를 멀리 내다보는 어려운 결정” 따위의 말로 이 대통령의 결단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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