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MBC 사상 초유의 사태,,,망신 자초했다.

道雨 2011. 7. 20. 12:33

 

 

 

   MBC, 사회참여 출연자 봉쇄…헌법은 헌신짝?
 

 

‘고정출연 제한규정’ 파문 확산
표현의 자유 침해·모호한 잣대 ‘위헌 논란’
다양한 목소리·국민과의 소통까지 저버려
MBC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내겠다”

 

 

 

<문화방송>(MBC)의 ‘고정출연 제한 심의 규정’에 따른 파장이 각계 인사의 문화방송 출연거부 선언을 촉발한 데 이어, 법적 논란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는 19일 사쪽이 지난 13일 사규로 확정한 ‘고정출연 제한 심의 규정’에 대해 다음달 8일께 법원에 ‘사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도 19일 “해당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이나 국가인권위 제소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학계와 문화방송 노조 등은 문화방송의 고정출연 제한 규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 1항)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규정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하여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는 발언이나 행위”를 한 경우 고정출연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의뢰로 이 규정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한 민주노총 법률원은 의견서에서 “사회적 쟁점에 관한 의사를 표명했다는 이유로 방송 프로 고정출연을 제한하는 것은, ‘일반 대중이 자유롭게 언론매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볼 때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문화방송 노조도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와 방송법이 규정한 차별금지의 정신 등을 먼저 지켜야 할 언론사가 오히려 (해당 규정을 통해) 이를 어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규정이 ‘사회적 쟁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 등 모호하고 확정짓기 어려운 표현과 개념으로 이뤄진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 규정 탓에 <손석희의 시선집중>(시선집중)에 출연하지 못하게 된 배우 김여진씨 등 ‘소셜테이너’는 물론, 방송에 활발하게 출연하는 대다수 학자와 변호사 등 전문가 집단까지도 문화방송이 마음먹기에 따라 이 규정을 활용해 출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는 “해당 심의규정은 논리적 정합성이나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며 “당장 문화방송은 현재 출연중인 이덕화씨 등 다른 정치·사회 참여 연예인의 출연 문제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규정은 명확해야 하는데, 불확정 개념이나 막연한 용어를 사용하여 그 의미를 추정할 수밖에 없도록 해 ‘막연하므로 무효’(void for vagueness)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문화방송 티브이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진행자 이덕화씨와 배우 이순재씨 등을 거론하며 김여진씨와의 형평성을 문제삼고 있다.

이덕화씨는 2007년 대선을 앞둔 6월 동료 연예인과 함께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자리에 참석해 이 예비후보 지지발언을 한 바 있다.

같은 해 12월 문화방송 사극 <이산>에 출연중이던 이순재씨도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 시선집중 ‘진보·보수 토론’ 코너에 고정출연중인 전원책 변호사는 그동안 우파의 관점에서 ‘사회적 쟁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활발히 밝혀왔다.

 

 

이 규정이 ‘미디어의 개방’이라는 시대정신을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관심을 받는 것은 시청자들이 소수의 전문가가 아닌 많은 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길 원한다는 증거”라며 “방송사가 전에 없던 자격과 기준을 만들어 출연자를 솎아내겠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조처”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 가운데 정상모, 한상혁, 고진 등 3명의 야당 추천 이사는 19일 문화방송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고정출연 제한 규정 등에 대한 비판성명을 내고 20일까지 이틀간 예정됐던 업무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

 

 

 

 

 

         "MBC 초유의 사태... 망신 자초했다"

 

 

 

 

 

MBC판 '긴급조치'로 불리는 '고정출연자 대외 활동 규정'이 사회적 논란이 된 가운데,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이하 방문진)의 야당추천 이사들이 MBC의 업무보고를 거부하고 성명을 발표했다.

 

  
정상모 방송문화진흥회 야당측 이사(자료사진).
ⓒ 권우성
정상모

고진, 정상모, 한상혁 세 명의 이사는 19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방문진 사무실에서 열린 MBC 후반기 업무보고 회의에서 "국민의 방송 MBC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최근 사측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파기, 사회 참여 인사의 고정출연 제한과 시사교양 PD들에 대한 무분별한 징계 등을 문제 삼았다.

 

회의 중간 퇴장을 선언하고 밖으로 나온 정상모 이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근 MBC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야만의 시대에나 나올 수 있는 것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회 참여 인사의 출연을 제한한 규정에 "어떤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핵심을 아는 사람이 나와야 문제를 풀 수도 있고 올바른 여론도 형성되기 마련인데,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만 출연시키려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정 이사는 "MBC의 문제가 심각한데, 아무렇지 않게 업무보고를 받을 수는 없다"며 "현재 MBC에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일에 관리 감독해야 하는 방문진 이사로 책임감을 느끼며, 문제 해결이 이뤄질 때까지 업무보고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력비판이 고유 사명인 방송사가 망신 자초"

 

이후 전원이 퇴장한 야당추천 이사 3인은 공동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 언론의 자유와 양심의 제도적 장치인 단체협약의 즉각 원상회복 ▲ 언론 자유에 재갈 물리는 고정 출연자 대외활동 규정 즉각 철회 ▲ 부당 인사조치한 PD들을 즉각 원상복귀시키고 인사 책임자를 문책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기자, PD들에 대한 무원칙하고 자의적인 인사가 자행되더니 이제는 언론의 자유의 본질을 스스로 훼손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라며 "단체협약의 일방적 파기는 작은 견제도 받지 않겠다는 것으로, 모든 구성원을 경영진의 지시에 무조건 순응하는 기계의 부속품 취급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 참여 인사의 고정출연을 제한한다는 규정은 개인의 의견표현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내용"이라며 "권력에 대한 비판을 고유의 사명으로 하는 방송사가 이러한 규정을 만들어 출연자들을 규제한다는 것은 망신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MBC는 최근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특정인, 특정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하는 발언이나 행위로 인해 회사의 공공성이나 명예와 위신이 손상되는 경우" 고정출연을 제한하겠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홍익대 재단측이 청소노조 분회장과 전국공공서비스노조 간부 5명을 대상으로 농성중 발생한 비용 2억8천134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낸 가운데,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에서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지원해온 배우 김여진씨가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김여진

이에 따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토론 패널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배우 김여진씨의 출연이 취소돼 논란이 됐다. 김씨는 홍익대 청소노동자 문제, 반값등록금과 한진중공업 관련 집회 등에 참여해 여론의 관심을 모으면서 '소셜테이너'로 불리게 됐다. 이후, 이러한 제한 규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소설가 공지영, 서울대 조국 교수 등 사회 인사들이 연속적으로 MBC 출연거부 의사를 밝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또 MBC는 지난 15일부터 채용원칙, 국장책임제, 보직변경, 공정방송협의회 등 공정방송 관련 조항을 담고 있는 단체협약이 효력을 잃게 됐다. 사측은 지난 1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진행된 협상에서도 공정방송 관련 조항을 문제 삼아 타결의지를 의심케 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2~3주 후 열리는 재협상에서도 타결이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이날 방문진 회의는 야당추천 이사들이 퇴장함으로써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오후 4시 50분경 끝난 회의는 당초 하기로 한 업무보고를 다 하지 못한 채 전산총괄본부사업 관련 보고만 안광현 MBC 부사장이 진행하고 끝이 났다.

 

최창영 방문진 사무처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일부 이사(야당 추천 이사)분들이 제기한 회사 사규, 이사, 단체협약의 문제는 내일(20일) 있을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며 "기획본부, 편성본부, 경영본부 등 관련된 부서의 본부장들을 불러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회의는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