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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곡동 땅에서 출발해 대부기공(현 (주)다스)-BBK의 실소유주 논란으로 이어진, 의혹의 도가니 속에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에게 또 땅 문제가 불거졌다. 퇴임 이후에 살 집터를 사는 과정에서다. 이번에는 아들 시형씨의 명의를 빌렸다. 과거와는 달리 실소유주 논란으로 번지지 않고 주인이 명확히 드러났다. 내곡동 사저 터 문제가 불거진 뒤 이 대통령은 ‘내가 살 땅 맞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12일 동포 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시끄러운 나라다. 국내 신문을 보면 시커먼 것(기사 제목)으로 매일 나온다”라고 말했다. 내곡동 사저 터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들끓는 여론을 단지 ‘시끄러운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언론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다면? 미국행 직전에 이 대통령은 사저 터의 명의를 자신으로 바꾸도록 지시했다. 아들 시형씨로부터 되사는 형식이다. 시형씨가 매입한 값인 11억2천만원, 시형씨가 부담한 취득세와 등록세 3천여만원, 시형씨의 은행 이자 등을 합쳐 12억원가량이 든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직전에 살았던 서울 논현동 집을 제외한 모든 재산을 출연해 재단법인 청계를 만들었다. 그래서 목돈을 마련하려면 시형씨가 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던 논현동 집을 다시 담보로 제공하고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한다. 결국 이 대통령은 시형씨가 유아무개씨에게서 땅을 사며 낸 세금(취득세와 등록세) 3천여만원을 몇 개월 사이에 거듭 부담하며 내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되는 셈이다.
자신의 임기 중에 더 어려워진 나라 살림을 세금으로 보태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세간에 화제가 되는 ‘나는 꼼수다’의 유행어를 빌리면 “우리 가카께서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다”.
청와대의 설명은 이렇다. 대통령 퇴임 뒤 사저라는 점이 알려지면 보안에 문제가 생기고 값이 치솟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아들 시형씨와 대통령실(청와대 경호처)이 땅을 사고 건축허가 시점에 이 대통령이 매입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이런 해명은 내곡동 땅 논란이 불거진 뒤라는 점을 고려하고 들을 필요가 있다. 계약 주체에 대통령실이 등장하는 순간 시형씨 명의로 구입할 때의 보안과 가격 안정이라는 이점은 사라진다. 시형씨는 지난 5월13일, 올 초까지 영업을 했던 고급 한정식집 건물과 땅 일부를 계약하고, 12일 뒤인 5월25일엔 대통령실이 나서서 나머지 땅을 계약한다. 게다가 시형씨나 청와대 양쪽 모두 땅을 판 사람이나 부동산 중개업체 쪽에 특별히 보안을 당부하지도 않았다.
내곡동 사저 터 논란을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여기는 듯한 이 대통령은 귀국 비행기 안에서 발화점을 없앴으니 불씨가 사그라지기 바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저와 경호용 땅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아들 시형씨는 공시지가보다 싸게, 세금을 쓴 대통령실은 비싸게 구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특혜 및 편법 증여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0월12일 ‘내곡동 MB 사저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내곡동 땅의 수상한 거래를 제대로 읽는 방법 중 하나는 이 문제가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바람대로 ‘언론의 문제제기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다면’이란 가정을 전제로 보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 전문가는 “들통 나지 않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다면 내곡동 집은 자연스럽게 아들 자산이 됐을 것”이라며 “편법으로 재산을 증여하려는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대통령 임기 종료를 앞두고 나랏돈까지 보태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아들에게 재산을 넘기려는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는 삼성 등 재벌가들이 수십 년에 걸쳐 부를 이전한 것과 비교하며, 이 대통령의 경우 기간이 짧고 방식이 거칠었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도 10월11일 성명을 통해 “부동산실명제 위반 의혹과 편법 증여 의혹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대통령과 청와대가 앞장서서 법과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의 실상을 보여준 실례”라고 밝혔다.
그 땅은 내 땅이 아니란 부인 사실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친인척의 각별한 땅 사랑은 역사가 깊다. 대표적 사례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서울 강남 노른자위의 ‘도곡동 땅’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는 1985년 15억원에 산 땅 1300평가량(4240㎡)을 10년 뒤인 1995년 포스코개발(현재 포스코건설)에 263억원을 받고 팔았다. 17배가 넘는 장사였다. 도곡동 땅 중 세 필지(3934㎡)는 ‘한일개발주식회사(1978년)-현신애권사복음선교회도곡제일교회(1981년)-전아무개씨(1984년)’로 소유권이 바뀌어왔지만, 한 필지(306㎡)는 이 대통령이 사장이던 현대건설로부터 사들였다.
네 필지 모두에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는 주장은 1993년 그가 민주자유당 의원이던 시절부터 제기돼왔다. 당시는 고위 공직자의 재산 공개를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되던 시점이었다. 이명박 의원은 이즈음 부동산 자산을 매각한다. 작은형인 이상득 의원과 함께 갖고 있던 서울 은평구 땅을 제3자에게 팔았다가 이상득 의원의 아들을 통해 되사들이는가 하면, 서울 서초동에 있던 1554㎡ 크기의 대지 2필지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팔기도 했다. 고위 공직자가 재산 신고를 해야 하는 기준 시점을 앞둔 때였다.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기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였다. 박근혜 후보를 돕던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이 ‘이명박 의원이 1993년과 94년 세 번이나 찾아와 (도곡동 땅을) 사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감사원 보고서에도 도곡동 땅의 실소유자에 대한 언급이 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시절 검증청문회에서 도곡동 땅은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며 “당시 이 거래(이상은·김재정씨와 포스코 건설의 도곡동 땅 매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논란은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은 2007년 8월 “이상은씨가 갖고 있던 도곡동 땅의 지분은 이씨가 아닌 제3자의 차명 재산으로 보인다”고 중간 발표를 했다가, 12월 대통령 선거일에 임박해 이명박 후보가 도곡동 땅의 실제 소유주라는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인 시절 진행된 특검 수사 결과도 동일했다.
하지만 도곡동 땅 논란은 2년 뒤인 2009년 11월 국세청 간부의 입을 통해 다시 불거진다. 안원구 당시 국세청 국장은 “2007~2008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의 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란 자료를 봤다”고 폭로했다. 입출금 거래 내역이 적힌 전표 형태의 자료였다는 주장이었다. 국세청은 자료의 존재를 부인했다.
아들의 다스 입사, 과감한 결정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은, 현대자동차에 자동차 시트를 납품하던 대부기공의 실소유주 논란으로 이어진다. 이 회사의 지분 95% 이상을 소유한 1·2대 주주가 도곡동 땅 명의자와 동일한 김재정·이상은이었다. 김씨가 48.99%, 이씨가 46.85%, 그리고 이 대통령의 친구인 김창대씨가 4.16%를 소유했다. 이 대통령의 처남과 형, 그리고 친구가 지분 100%를 가진 회사였다.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의 일부가 다스로 흘러 들어가기도 했다.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은 2007년 대선 때 최대 쟁점이던 BBK 사건과 더불어 불거졌다. 한 해 매출액이 수십억원에 불과한 다스가 2000년 3월 이 대통령과 관련 있던 BBK에 190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였다.
이 사건은 다스와 BBK, 그리고 한때 이명박 대통령의 동업자였으나 지금은 수감 중인 김경준씨와 그의 누나 에리카김이 얽혀 있고, 한국과 미국, 스위스 은행까지 연루돼 최근까지 이어진다. 굵직한 줄기만 요약하면 이렇다.
2000년 당시 이 대통령은 정치 낭인이었다. 1992년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해 1996년 서울 종로에서 당선됐으나, 선거 비용을 속이고 증인을 국외로 도피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져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하기 직전 의원직을 사퇴한다.
피선거권마저 제한돼 정치적 재기를 꿈꾸며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야 했던 그가 주목한 것이 ‘선진’ 금융기법이다. 2000년 2월 김경준씨와 BBK의 자매회사인 LKE뱅크를 설립하고 김씨와 공동대표를 맡는다. 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시기는 그로부터 한 달 뒤였다. 다스와 BBK를 연결해준 이는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이고, 김 기획관을 다스에 소개한 사람은 바로 이 대통령이다.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은 지난해 8월, 내곡동 땅 문제로 조명을 받고 있는 이시형씨가 다스에 입사하며 증폭됐다. 당시는 1대 주주였던 김재정씨가 사망해 이 지분의 향배에 관심이 쏠렸던 때다. 유족이 상속받는 일반적 관례에서 벗어난다면 실소유주를 의심받을 수 있는 시기였는데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입사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4월에는 다스의 재무제표가 공개되면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고 김재정씨의 지분 가운데 시가 100억원에 달하는 5%가 지난 1월10일 청계재단으로 이동한 것이다. 고 김재정씨의 부인 권아무개씨가 기증하는 형식이었는데, 기부(지분 출연)에 대해서는 본인의 뚜렷한 설명이 없었다.
2대 주주이던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씨가 1대 주주(46.85%·13만9600주)가 됐고, 김재정씨의 지분을 상속받은 부인 권씨가 2대 주주(43.99%·13만1100주), 청계재단은 지분 5%로 3대 주주가 됐다. 4대 주주는 주식 변동이 없는 이 대통령의 친구 김창대씨 그대로다.
다스의 대표이사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메트로 사장이던 강경호 전 코레일 사장이다.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고 가정할 경우, 아들이 다스에 입사해 간부(경영기획팀장)로 초고속 승진을 하고, 청계재단이 적은 지분이나마 3대 주주로 자리를 잡음으로써 다스에 대한 장악력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은밀한 화해, 노골적 관리 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지듯, 청계재단이 다스의 주주로 합류한 뒤 20여 일이 지나 다스의 오랜 숙원사업이 해결된다. 2000년 BBK에 투자했다가 돌려받지 못한 돈 140억원을 김경준씨 남매가 선뜻 내준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도 명쾌하지 않다. 다스는 2003년 미국에서 김경준씨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김씨가 선의로 내주지 않는 한 돈을 날릴 위기였다. 그런데 김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옵셔널캐피털의 주주와의 소송에서 져서 미국 법원은 “스위스 계좌에 있는 김경준씨의 돈은 누구도 인출해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내렸다. 즉 김씨가 미국 법원의 명령을 어기면서,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무방한 다스에 140억원을 돌려준 것이다. <한겨레21>은 지난 2월 말, 이명박 대통령과 김경준씨를 연결해준 김씨의 누나 에리카김, 그리고 ‘도곡동 땅 ’ 내막을 알 만한 위치에 있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하루 차이로 나란히 입국했을 때 ‘비밀의 귀환’(851호 이슈추적)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바 있다. 동생과의 공모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중지(수배) 상태이던 김씨가 제 발로 들어온 데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나중에 드러난 사실과 맞춰보면, 에리카김은 입국 전인 2월1일 다스에 140억원을 송금하고 2월 말 기소유예 처분이라는 ‘당근’을 받는다. 동생 김경준씨도 지난 7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상대적으로 수감생활이 편한 외국인 수형자 전용 교정시설인 천안외국인교도소로 옮겼다. 법무부 장관이 결정하면 미국 시민권자인 김씨는 언제든 미국으로 이송된다. 그런데 이 사안은 한때 동업을 하다 싸우다가 다시 화해를 하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 연방검찰은 법원의 ‘인출 금지 명령’을 어기고 스위스 계좌의 돈을 다스로 송금한 과정을 수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관련된 다스가 미국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는 국제적 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이번엔 이 대통령의 아호를 따서 이름지은 청계재단을 보자. 이 재단은 “대통령이 재산을 출연해 만들었을 뿐 직접 관련이 없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재단 주요 구성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청계재단도 꼼수”라는 야당의 비판이 전혀 엉뚱한 소리는 아니다. 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동기이자 친구인 송정호 전 법무장관으로, 임태희 실장의 후임 대통령실장으로 물망에 오르는 이다. 이 대통령의 맏사위인 이상주 변호사, 박미석 전 청와대 수석, 이명박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 김도연, 이 대통령과 가까운 김승유 하나은행그룹 회장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다스의 4대 주주인 이 대통령의 고향 친구 김창대씨는 청계재단에서 감사를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330억원에 달하는 이 대통령의 재산을 출연해 만든 청계재단에 대해 이 대통령의 자산을 맡아 관리하는 재단이라는 비판도 있다. 청계재단은 2010년부터 어려운 환경의 중·고등학생 450명을 선발해 해마다 6억원가량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시 내곡동으로 돌아가보자.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설명을 100% 참으로 놓고 보면 별일이 아닌데도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일부 언론이 시끄럽게 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BBK만 보더라도 “BBK를 (내가) 설립했다”(2007년 대선 당시 공개 강연 및 언론 인터뷰)에서 “BBK와 아무 관련이 없다”(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토론회)로 바뀌었다. 도곡동 땅 등 짧게 봐도 10년, 길게 보면 20년 가까이 이 대통령에겐 늘 의혹과 논란이 따라붙었다. 상식에 입각해 다스의 지분 구성과 주요 경영진, 청계재단 이사진을 들여다보면 누구의 것인지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이게 다 꼼수의 업보다.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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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가 또 문제다.
개별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 35억8000만원에서 올해 19억6000만원으로 16억2000만원이나 떨어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재산세 등도 지난해 1257만원에서 올해 654만원으로 반감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단순한 행정착오라고 해명한다.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다른 사람 집도 아니고 현직 대통령 사저의 공시가격을 그렇게 엉터리로 산정했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공시가격은 균형성이라고 해서 이웃과 균형이 맞아야 하고 전년도에 비해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이 있어야 한다. 이례적으로 차이가 나면 당연히 의심을 갖고 현장을 확인하도록 돼 있다.
하필 대통령 집이 올해 서울시 전체 오류 165건에 포함될 정도로 강남구청이 소홀히 다뤘다는 게 이해되지 않을뿐더러, 해명을 보면 더욱 어이가 없다. 1994년 건축물 대장에 등재된 지하 1층·지상 2층 주거용 건물인데 1층이 상가 가게로 둔갑했고, 상가분이 빠져 주택 공시가격이 내려갔다는 것이다.
공시가격은 매년 산정하는 것이고 그동안 면적 변동이 없었는데도 단순한 오류로 이런 일이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뒤 내곡동 사저로 옮기고, 논현동 집은 자녀들에게 증여하기 위해 공시가격을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청와대가 지난 2009년 그린벨트에 대통령 경호훈련장을 이전하거나 신축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해, ‘그린벨트 딸린 사저’를 일찌감치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경호처가 내곡동에 매입한 경호시설 터 대부분이 그린벨트인데다, 내곡동 외에 감정평가를 의뢰한 다른 지역도 그린벨트였던 까닭이다.
내곡동 이전 계획은 철회했지만 대통령의 사저 매입에 국가 예산을 썼다는 본질적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그린벨트를 풀거나 공시가격을 조정하는 등 변칙적 방법으로 이 대통령 부동산에 특혜를 부여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덧붙여졌다.
서초구청이 내곡동 사저 부지 인근에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계약을 한 다음달, 특별교부금을 불법 전용해 테니스장을 만들려 한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총괄기획을 해 행정력을 동원한 것이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
그 장인에 그 사위인가. 아버지 소유의 한국타이어 임원으로 있는 사위는 “회사까지 빼먹고 왔다”고 했다. 서울시장 취임 사흘째. 북상하는 태풍에 서울시 공무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정작 그는 부인이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한 대학 여성고위지도자과정 하계수련회에 참석해 1시간30분 동안 특강을 했다. 공사 구분 없는 아들 사랑, 아내 사랑은 딸 사랑, 손녀 사랑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된 그는 2010년 1월 인도·스위스 순방길에 올랐다. 대통령 특별기에 남몰래 오른 맏딸과 초등학생 손녀의 존재는 사진기자들의 카메라에 모습이 잡히기 전까지 아무도 몰랐다. 아들을 ‘랜드푸어’로 만든 아버지
9년 전 히딩크 감독과 웃으며 사진을 찍었던 철없던 그 아들이 또다시 아버지의 ‘공사 구분 몰지각’에 동참했다. 아버지는 이명박 대통령, 아들은 이시형씨. 이번에는 단순히 사진 한 장 기념으로 간직하는 정도가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부동산실명제 등 현행법 위반에 서울 강남 금싸라기 땅 편법 상속·증여 의혹, 국고 낭비, 청와대 경호실 경비 전용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1978년생인 이씨는 주로 아버지 주변 사람들의 회사에 다녔다. 1남3녀 중 막내인 이씨는 2008년 7월 이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한국타이어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석 달여 만에 국제영업부서 정식사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특혜 채용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이씨는 불과 1년 만인 2009년 11월 갑자기 퇴사했다. 그러던 이씨는 2010년 8월9일 큰아버지(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가 1대 주주로, 이 대통령의 측근인 강경호 전 코레일 사장이 대표로 있는 (주)다스에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입사한다. 현대·기아차에 시트 등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다스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이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씨가 다스에 입사하자 경북 경주 본사에 있던 해외영업팀이 갑자기 서울로 이전했다. 이씨는 지난 3월 차장으로 승진해 경영기획팀장을 맡고 있다. 그의 취업 경로는 아버지가 입이 부르트게 강조하는 ‘공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난해 다스는 연결실적 기준으로 6408억원 매출에 1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거래처가 안정적인 알짜 회사에서 차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이씨의 연봉은 보너스 등을 합쳐도 5천만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어머니의 서울 논현동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6억원을 대출받고, 청와대에서 존재조차 확인해주지 않는 친척에게서 차용증을 쓰고 5억2천만원을 빌려 퇴임 뒤 대통령 사저 터를 사들였다고 한다. 청와대는 은행권 대출 6억원의 이자로만 매월 250만원 정도가 이씨의 통장에서 자동이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년에 3천만원의 이자비용이 든다. 여기에 친척 쪽에서 빌렸다는 돈의 이자까지 더하면 ‘봉급쟁이’인 이씨가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된다. 대출과 빚으로만 11억2천만원을 만들어 금싸라기 땅을 사들였다가 이자에 허덕이는, 이른바 ‘랜드푸어’가 된 셈이다. 이런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 쪽은 <조선일보>를 통해 ‘해명’을 바꿨다. 애초 친척 쪽에서 빌린 돈이 5억2천만원이라고 했던 청와대는 “실제 친척에게서 빌린 돈은 6억원인데 아직까지 이자를 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9년 전 히딩크 감독과 웃으며 사진을 찍었던 철없던 그 아들이 또다시 아버지의 ‘공사 구분 몰지각’에 동참했다. 정치권에서는 부동산실명제 등 현행법 위반에 서울 강남 금싸라기 땅 편법 상속·증여 의혹, 국고 낭비, 청와대 경호실 경비 전용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자 받지 않는 착한 친척은 누구?
이씨는 아버지 대신 땅을 사들이며 상당액의 취득세와 등록세를 냈다. 청와대는 편법 증여 논란에 대해 “이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 이씨에게서 땅을 되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이 대통령도 또다시 취득세·등록세를 물어야 한다. 이중으로 세금을 내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나 증여세까지 부과될 수 있다. 뭐가 이리 복잡해야 할까. 이 대통령이 아들을 통하지 않고 전임 대통령처럼 직접 자신이 살 집을 구했다면 간단한 일이었다. 청와대가 내세우는 ‘보안 문제, 땅값 상승 우려’ 등은 아들을 내세우지 않고 청와대 경호처 직원들이 땅을 보러 다녔어도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감수하면서까지 복잡한 거래를 한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복잡한 대목은 또 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온갖 재산 관련 의혹이 터져나오자 당선되면 서울 논현동 자택을 제외한 모든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생긴 것이 재단법인 청계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현재 이 대통령에게는 사저를 따로 지을 여력이 별로 없어 보인다. 지난 3월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는 54억9천여만원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35억8천만원이 논현동 집 평가액, 13억7천만원이 논현동 땅 평가액이었다. 이 대통령은 퇴임 뒤 논현동이 아닌 내곡동에 살게 된다. 그런데 아들을 내세워 사저 터를 사면서 논현동 땅만 담보로 잡아 대출을 받았다. 이 대통령 명의로 된 2층짜리 집(200평)은 담보를 잡히지 않고, 대신 부인 명의의 땅(100평)만 담보로 6억원을 대출받았다. 집과 땅 모두 담보로 잡았다면 현직 대통령이 굳이 친척에게까지 손을 내밀지 않아도, 정치권으로부터 친척과 차용증을 공개하라는 불필요한 공세를 받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6억원을 빌려주고도 반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이자를 받지 않았다는 ‘착한 친척’은 누구일까. 이 대통령 쪽 가계도를 살펴보면 큰형 이상은씨(다스), 둘째형 이상득 의원(사위는 LG가 구본천씨), 사위 조현범씨(한국타이어 부사장) 등이 보인다. 지난해 숨진 처남 김재정씨의 부인도 다스의 대주주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해명을 위해 사저 터 매매계약서까지 야당 의원에 제공한 청와대가 친척과 차용증을 숨기는 것을 보면 실제 친척에게서 돈을 빌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친척에게서 빌리지 않았다면 6억원의 출처는 이번 의혹의 핵심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이씨의 해명을 들어보고자 다스로 전화를 걸었지만 경영기획팀 관계자는 “이번주에 출근했는데 출장을 가서 다음주에나 온다”고 했다.
지난해 11월25일 국회에서는 이 대통령 퇴임 뒤 경호시설 비용 70억원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청와대 경호처 최찬묵 차장은 “부지 매입비 기준은 현재 사저를 기준으로 해서 할 수밖에 없다. …현재 사저가 있는 논현동 땅값이 저희들이 알아보니 평균 평당 3500만원 간다. …70억원 정도 소요되지 않느냐 이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진영곤 비서관도 “기왕에 가지고 사시던 그 장소 자체가 땅값이 비싼 지역이기 때문에 그걸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거주하도록 하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 한복판 논현동 땅값이 비싸니 경호부지 매입비도 많이 든다는 논리였다. “논현동 집은 주변 빌딩에서 다 내려다보여 경호에 부적절하다”는 현재의 경호처 주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여야는 퇴임 뒤 대통령 사저인 ‘논현동’을 기준으로 40억원을 책정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논현동 기준 40억원’이라는 거액을 따내자마자 다른 땅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내곡동 사저 터의 청와대 쪽 중개인은 “지난해 말에 자신을 회사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전화를 해서, 40억~50억원에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대지 200평에 전(밭)이 붙어 있는 땅을 구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무실을 둔 중개인은 ‘강남 땅’ 전문이다. 그는 강남구 수서동 등 6곳을 청와대 쪽에 소개했는데 수서동 쪽 땅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내곡동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경호처는 국회에 사저 터 변경 사실을 알리지도 않은 채 애초부터 땅값이 비싼 강남 쪽 땅만 염두에 두고 물색한 것이다. 땅을 찾아헤매던 ‘회사 직원’들은 지난 5월25일과 6월20일 ‘대통령 경호처 재무관’ 도장을 매매계약서에 찍었다.
이씨와 경호처는 사저 터와 경호시설 부지를 하나로 묶어 통째로 사들였다. 전체 매입비용 54억원 가운데 이씨가 11억2천만원, 경호처가 42억8천만원을 댔다. 그런데 각자의 매입비용을 땅값 시세와 연동시켜보면 이상한 결과가 나온다. 이씨는 사저 터를 공시지가의 1.3배라는 비교적 싼 가격에 사들인 반면, 경호처는 그린벨트가 대부분인 밭을 공시지가의 4배나 주고 사들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씨는 5억5천만원 정도의 이익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사저 터 논란이 격화하자 이 대통령은 이 땅을 자신의 명의로 ‘뒤늦게’ 돌리기로 했다. 앞으로 사저 터와 경호시설 부지의 지적 분할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투자한 11억2천만원을 넘는 이익은 고스란히 이 대통령 본인의 이익이 된다. 이 대통령이 특혜의 당사자가 되는 셈이다.
애초 땅 주인은 사저 터와 함께 매매 가능성이 별로 없는 그린벨트 부지까지 한꺼번에 팔기를 원했다고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큰 이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혼자 사들일 수 있는 땅은 기껏해야 11억원어치 정도였지만, 땅 주인은 사저 터만 쪼개서 팔지 않았다. 11억원만으로는 현재의 내곡동 땅은 절대 사들이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호시설 부지를 굳이 사저 터와 함께 구하겠다며 나랏돈 42억8천만원이 ‘공동 투자’되면서 개발 여력이 충분한 곳에 자리한 금싸라기 땅을 사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손 안 대고 코 풀기다.
이 대통령 혼자 사들일 수 있는 땅은 기껏해야 11억원어치 정도였지만, 땅 주인은 사저 터만 쪼개서 팔지 않았다. 그러나 경호시설 부지를 굳이 사저 터와 함께 구하겠다며 나랏돈 42억8천만원이 ‘공동 투자’되면서 개발 여력이 충분한 곳에 자리한 금싸라기 땅을 사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손 안 대고 코 풀기다.
궁금한 아들의 호주머니
내곡동 사저 터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6년 그린벨트가 해제되며 ‘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3월에는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땅값이 크게 오르는 등 개발 압박이 커진다. 사저 예정지 바로 옆에는 2013년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선다. 인근에는 1993년 첫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이상득 의원이 10억원이 넘는 땅을 2억2천만원에 신고했다 홍역을 치렀던 내곡동 땅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청은 테니스 동호인도 많지 않은 인구 6천여 명의 내곡동에 갑자기 테니스장을 짓기로 했다. ‘황제 테니스’로 유명한 이 대통령의 사저 예정지에서 1.5km 떨어진 곳이다.
중요한 것은 도곡동 땅도, 다스도 모두 자기 것이 아니라고 했던 이 대통령으로서는 아들에게 물려줄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4년 가까이 재산공개를 하지 않은 아들 이씨. 이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에는 아들의 재산을 고지할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아들의 호주머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어쨌든 이 대통령은 내곡동을 ‘점령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편법으로 사서 특혜로 키우려 했나
[표지이야기] ‘독립 생계 유지’ 이유로 재산 공개도 안 한 월급쟁이 아들이 거액을 빌려 사들인 땅… 친척에게 빌렸다는 6억원의 출처는 불분명하고, 세금에 얹혀 사들인 땅 값은 크게 오를 가능성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것은 어쩌면 그의 특기다. 애초부터 공과 사의 칸막이 자체가 없었거나, 있었어도 깻잎 한 장 두께였을지 모른다. 2002년 7월3일 서울시장 취임 이틀째.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아들과 양복을 차려입은 사위가 거스 히딩크 감독 옆에 섰다. 그날 오전 서울시 고위 공무원들을 모아놓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호통을 쳤다는 그는, 오후가 되자 공식 행사장에 와 있던 아들과 사위를 손짓으로 불러 히딩크 감독과 사진 촬영을 하게 했다. 공과 사를 섞는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다.
강남 사람은 강남에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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