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장사꾼 정권’의 허위광고

道雨 2012. 5. 1. 16:01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부는 물가와 일자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염두에 두고 종합적으로 살펴 정책관리를 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의 광우병 사태 관련 언급이라는 게 청와대 쪽 설명이다. 그런데 설명을 들으니 그런 줄 알 뿐, 언뜻 들으면 도대체 무얼 말하려는 건지 알 수 없다. 광우병과 물가, 일자리가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현안들을 그냥 깔아뭉개거나 두루뭉술하게 언급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이 대통령의 ‘불통’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어제 아침 전파를 탄 이 대통령의 라디오방송 연설은 현안 깔아뭉개기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10여분 진행된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불법사채와의 전쟁을 장황하게 홍보하더니, 끝머리에서는 18대 국회에 ‘112 위치추적법’ 등 민생 현안을 반드시 처리해 달라고 당부까지 했다. 국가적 현안으로 떠오른 광우병 사태 관련 언급은 없었다.

뒤이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광우병 관련 언급이라고 했지만 그게 더 가관이다. 광우병 관련 발언이라고 누군가 토를 달아줘야 그런 줄 아는 발언이니, 이걸 과연 일국의 대통령 발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언급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괜히 건드려서 손해 보지 말자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말 한마디라도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식으로 국민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줄 수는 없었을까. 답답할 따름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이야기는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이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방송 파업이 석달을 넘었지만 아직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파이시티 사건으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측근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도 별말이 없다. 야당이 대통령 하야까지 언급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서는 “국정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고 동문서답식으로 어물쩍 넘어갔다. 청와대 참모들은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을 언급할 경우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들 현안을 언급하지 못하는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소통의 시대에 ‘불통령’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보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어느 조직이든 소통을 제일의 미덕으로 치는 요즘 시대에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안쓰러울 따름이다. 임기말 이 대통령의 처지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 2012. 5. 1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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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한 지 닷새 만에 민관합동조사단을 파견했다. 그동안 국민 건강 보호 차원에서 ‘선 검역(또는 수입) 중단-후 역학조사’를 요구하는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요구가 빗발치자, 마지못해 취하는 조처란 인상이 짙다. 정부는 조사단 파견 전에, 미국 정부의 설명을 들어보니 국민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므로 검역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이미 세워놓은 터다.

지난 2008년 쇠고기 촛불시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 농림수산식품부·통상교섭본부의 책임자들이 목소리를 높여 ‘광우병 발생 시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한 약속은 더 상기시키고 싶지도 않다. 자신들이 텔레비전 생중계와 국회 답변, 명확한 자료를 통해 한 약속도 손바닥 뒤집듯 부인하는 당국자들의 낯두꺼움을 보면서 염치와 신의를 저버린 못 믿을 정부임을 다시금 확인할 뿐이다.

그렇다고 이번 조사단이 제대로 조사를 할 것 같지도 않다. 먼저 정부와 학계, 소비자단체 9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의 면면을 보면, 친정부 인사 일색이다. 특히 소비자단체 대표를 제외한 8명이 모두 농식품부 산하기관인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출신이다. 학계 대표로 참가하는 서울대 유한상 교수는 무려 11년이나 검사본부에서 검역원으로 일한 전력이 있고, 유관단체 대표로 따라가는 김옥경 대한수의사회 회장도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과 같은 시기에 국장을 함께 한 사이라고 한다. 소비자단체 대표도 농식품부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친 농식품부 장관 인사라고 하니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이번 조사단 구성은 2010년 캐나다와 쇠고기 수입 재개를 앞두고 구성했던 조사단에 정부에 비판적인 학자와 전문가를 3명이나 포함했던 것과 대비된다.

조사단이 미국에 가서 하는 활동도 매우 제한적이다. 가장 핵심적인 장소인 광우병 발생 농장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조사단이 원하는 작업장이나 도축장을 독자적으로 지정해 평가하거나 필요한 조처를 취할 수도 없다고 한다. 쇠고기 협상 때 실질적인 현지조사 권한을 명시한 일본과 달리, 미국 정부가 하는 말만 듣고 그들의 안내에 따라 돌아다니다 귀국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눈가림 검역 강화에 이은 눈 가리고 아웅 식 행정의 전형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 하는 시늉이라도 해서 여론의 압력을 피해 보려는 것은 국민을 한없이 우습게 아는 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 2012. 5. 1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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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허위광고는 1912년에 나온 ‘안주 모기 포선향’이라는 모기향 광고가 꼽힌다. “동양은 물론 구미제국의 각국에서 사용치 않는 곳이 없다”고 허풍을 쳤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을 딴 뒤 평화당주식회사는 ‘백보환’이라는 자양강장제를 선전하면서 “금회 독일 백림올림픽 선수들이 애용한 보약은 백보환뿐”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식 광고를 내보냈다. 같은 해 ‘와카모토’라는 의약품 광고는 신문 전면에 걸쳐 거의 모든 병명을 빽빽이 나열해놓고 “이 모든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으니 요즘 같아서는 당연히 영업정지감이다.(박성혁 <대한민국 일등광고의 20법칙>)

우리 정부는 전통적으로 광고 내용 등에 심하다 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왔다. 원로 카피라이터 김태형씨의 회고에 따르면 한 칼슘제 광고에 “아내 몸에서 뼈 빠져나가는 소리”라는 카피를 내보냈더니 곧바로 의약품 심의에 걸렸다고 한다. 1988년에는 “임신중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등의 각종 제약광고가 약의 오·남용을 부채질한다는 이유로 제약회사 광고담당자들이 무더기 형사처벌을 받은 적도 있다. 오피스텔 건설업자들이 분양촉진을 위해 오피스텔을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합성어인 ‘아파텔’이라고 쓰는 것도 당국은 주택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가 2008년 신문에 낸 ‘광우병 발생시 즉각 수입중단’ 광고는 이런 예에 비하면 죄질이 훨씬 무겁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공식 발표’를 기업의 영업활동 일환인 ‘광고’와 똑같은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부터 어이없다. 아무리 ‘장사꾼 출신 대통령’을 모신 정부라고는 하지만 국가운영이 완전히 장삿속이 돼버렸다. 더욱이 ‘사기죄’ 수준의 허위광고를 해놓고 “광고가 원래 그런 것인 줄 몰랐냐”고 국민을 나무라니 할 말을 잃는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