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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시험부정 돕고, 장학관은 학생 '회유'

道雨 2012. 12. 1. 11:05

 

 

 

  교사는 시험부정 돕고, 장학관은 학생 '회유'

일제고사 '1등' 충북교육청 시험부정... 학생들 "교사가 문 잠근 채 답 공유"

 

 

충북교육청 소속 한 중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이 "올해 6월 26일 치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이 학교 교장은 부정행위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일제고사 1등 충북교육청에서 이어지는 부정 시비

 충북교육청이 지난해 말 일제고사 1등을 기념해 청사 앞에 세운 일제고사 석탑.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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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1등 석탑'을 교육청사에 직접 세운 충북교육청 소속 2개 학교는 일제고사 직후에도 시험부정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관련 기사 - '1등 돌탑' 충북교육청, 일제고사 부정게이트 조짐)

그런데 이번에 이 지역 또 다른 학교에서 부정 논란이 생긴 것이다. 이 교육청은 29일 교과부가 발표한 2012 일제고사 결과에서도 기초학력 미달학생 하위 전국 1등을 차지했다.

30일 청주 A학교 교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확인해본 결과 일제고사 당일 3학년 시험 감독을 한 체육교사가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의 시험지를 체육부 학생에게 보여주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 주장과 달리 객관식 답안을 모든 학생에게 불러준 것은 아닌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학교 학생 2명이 29일 공동작성해 기자에게 건넨 '당시상황 요점정리'란 글을 보면 "학부모 시험 감독이 밖으로 나가시자 (체육선생님이) 문을 잠그라고 지시하신 후, 답을 서로 공유하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선생님은) '누가 수학을 가장 잘 하는 아이냐'고 물은 후, 해당 학생의 서술형 답안지를 한 아이에게 공개했다"고 적었다.

이어 학생들은 글에서 "시험지를 공개당한 피해 학생 등이 (11월 22일 아침) 교장실에 찾아가 사건의 정황을 상세히 말씀을 드리려고 했지만 교장선생님이 말을 끊으시며 끝까지 듣지 않으셨다"면서 "학생이 큰 다짐을 하고 말씀드린 것인데, 교장선생님의 모습이 너무도 위선적이고 납득이 되질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일이 묻힐 것을 염려한 학생들은 해당 교사의 일제고사 부정행위에 대해 반 학생들에게 설문을 벌였다. 전체 34명의 학생 가운데 30명이 해당 교사가 시험 부정을 벌인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29일 작성해 기자에게 건넨 일제고사 부정 상황 문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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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일제고사 부정을 주도한 교사로 지목된 체육교사는 "학부모가 교실에서 나간 것은 2분 정도였는데 어떻게 시험지를 다른 학생에게 보여줄 수 있겠느냐"면서 "학생들에게 답안을 불러준 적도 없고 체육부 학생에게 다른 학생 시험지를 보여준 적도 없다"고 부정 의혹 전체를 부인했다. 이 교사는 지난 23일부터 일주일째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충북교육청 장학관, 제보 학생에게 "생선가시 되지 말라"

한편, 일제고사 부정행위를 학교와 교육청 차원에서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학교 학부모 박아무개씨는 "해당 반 학생들 거의 전체가 시험부정을 인정하는 데도 학교와 교육청이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고 은폐와 회유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충북이) 일제고사 전국 1등이라는 사실에 흠이 갈까봐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8일 오전 충북교육청에서 일제고사 관련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김아무개 장학관은 일제고사 부정 사실을 교장에게 전한 학생을 직접 교장실로 불러 "내년에 동생도 이 학교에 입학한다. 학생이 생선가시가 되어서 목에 걸려서야 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 박씨는 "내 자식을 회유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장학관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그렇게 말한 것은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학생으로서 학교 발전에 기여하고 국가인재가 되라는 뜻이었지, 결코 시험 부정을 알린 것에 대해 탓하거나 회유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충북교육청은 "이른 시간 안에 해당 중학교에 대해 감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 윤근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