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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 정치검찰의 말로 보여준 막장드라마

道雨 2012. 11. 30. 10:46

 

 

 

  추악한 정치검찰의 말로 보여준 막장드라마

 

 

검찰이 사상 초유의 내분을 겪고 있다.

검찰총장과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감찰 문제로 정면충돌한 데 이어 어제는 검사장들이 집단적으로 한상대 검찰총장을 찾아가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일촉즉발의 장면까지 연출됐다고 한다.

결국 한상대 검찰총장은 오늘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뒤 사표를 내어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말할 것도 없이 한 총장에게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을 맡으면서 주요 사건마다 정권의 속내를 헤아리며 시녀검찰, 정치검찰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러다 재벌 친구까지 봐줬다는 논란에 휘말리며 총장으로서 지켜야 할 도덕성의 마지노선마저 무너뜨렸다.

어찌 보면 이제 와서야 검찰 내부에서 한상대 총장 퇴진론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국민 여론과 담쌓은 검찰의 퇴행적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 총장뿐 아니라 민간인 불법사찰 등 여러 사건에 연루되고,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부리는 데 앞장서온 권재진 법무장관까지 즉각 사퇴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검찰 내부의 움직임을 보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책략만 난무할 뿐 치열하고도 진정성 있는 반성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과거처럼 장관·총장 사퇴로 다시 어물쩍 위기를 넘기려는 것이라면 본말이 뒤바뀐 것이다.

 

 

총장과 갈등을 빚은 대검 중수부장과 사퇴를 요구한 대검 검사장들도 마찬가지다. 검찰 간부들이야말로 오늘날 검찰의 신뢰 추락을 방치하거나 사실상 주도해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 정권 들어 검찰이 은폐·조작·왜곡한 사건이 한둘이 아니다. 임기 초의 피디수첩,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미네르바 사건을 비롯해 한상률 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내곡동 사건에 이르기까지 검찰이 진실을 뒤틀어버린 사건은 부지기수다.

이런 허물을 못 본 척 내버려두고 검찰 총수만 물러난다고 검찰이 새로 태어날 수 있을까. 검찰 개혁안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먼저다.

 

 

그동안 권력 비리를 덮었다가 특검에서 왜곡 사실이 들통나도, 엉터리 표적수사로 무죄를 받아도 좌천은커녕 영전시키는 일이 벌어지는데도 검찰에서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막장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최근의 검찰 사태는 그동안 쌓여온 이런 폐단이 고름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것일 뿐이다.

검찰의 미래를 이끌 소장검사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이번에도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검찰에는 미래가 없다.

 

[ 2012. 11. 30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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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력에 줄 선 ‘MB의 검찰’…예고된 파국

 

검찰 총체적 난맥상
TK·고려대 출신 요직에 포진
BBK 의혹 무마 등에 ‘보은 인사’
정권 눈엣가시엔 무리한 수사
한상대 총장 30일 조건부 사퇴 뜻

‘엠비(MB) 검찰’에 조종이 울렸다.

한상대 검찰총장과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정면충돌은 검찰 간부들과 일선 검사들의 유례없는 총장 사퇴 요구로 이어졌다. 29일 오전 대검찰청 부장(검사장)들과 기획관·단장(차장검사급)들이 잇따라 한 총장을 찾아가 퇴진을 건의했다. 한때 완강히 저항하던 한 총장은 결국 30일 자신에 대한 신임을 묻는 조건부 사퇴를 발표하기로 했다. 한 총장의 사표 수리 여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결정한다.

뇌물 검사, 성추문 검사에 이어 검찰 수뇌부의 내분으로 검찰 조직이 ‘총체적인 파탄’에 빠진 것은, 이명박 정권 들어 정권 보위 기구로 전락한 검찰의 예견된 붕괴라고 볼 수 있다. 뇌물·성추문 사건은 잇따른 정치적 수사가 초래한 검찰에 대한 불신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마지막 방아쇠일 뿐이었다.

시민사회는 한상대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권재진 법무부 장관,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 등 검찰 지휘부를 ‘정치검찰’로 규정하며 이들 모두 퇴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엠비 검찰, 인사로 망했다”

 

검찰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대구·경북(티케이)과 고려대 출신 등 정권에 충성하는 검사들을 요직에 포진시켰다.

첫 법무부 수장이었던 김경한 장관은 정권친위형 인사안을 관철하면서 “인사는 박으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장관이 퇴임한 뒤에는 같은 경북고 출신인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힘이 실렸다. 전국 최대 검찰청으로 온갖 민감한 사건을 다루는 서울중앙지검장에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노환균(경북 상주)-한상대(서울)-최교일(경북 영주) 순서로 고려대 출신만 중용했다.

중요 보직을 장악한 검찰 간부들은 해야 할 수사를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수사를 거듭했다. 한 부장검사는 “이명박 정권 들어 우리 검찰은 인사로 망했다”고 말했다.

 

 

■ 충성하면 보상

 

이명박 정권은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한 검사들에게는 좋은 보직을 선물했다. 2007년 대선 직전 이 대통령의 각종 의혹을 깔끔하게 무혐의 처분한 이른바 ‘비비케이(BBK) 검사’들이 ‘엠비식 보은인사’의 첫 수혜자였다. 최재경 중수부장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비비케이 사건을 처리한 뒤 대검 수사기획관-서울중앙지검 3차장-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하며 이명박 정권 내내 서울을 떠난 적이 없다.

2009년 6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제작진을 무리하게 기소한 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과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을 거친 전현준 서울중앙지검 3차장도 마찬가지다.

‘충성하면 보상한다’는 인사 원칙을 보여주자, 정연주 <한국방송>(KBS) 사장,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등 정권의 눈 밖에 난 인사들을 겨냥한 무리한 수사가 속출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검찰이 국민들의 불신을 사게 된 이유는 이런 정치적 사건을 불공정하게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한상대의 잇단 무리수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법무부 장관에 권재진 민정수석을, 검찰총장에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동시에 임명했다. 이들은 현역 검찰인사 가운데 대구·경북과 고려대 인맥을 대표한다. 대통령의 측근인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한 적도, 온갖 정치적 사건을 처리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곧바로 영전한 사례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두 자리 다 ‘자기 사람’을 앉혔다.

특히 한 총장은 이 대통령이 10여년 전부터 고려대 동문 모임에서 ‘관리’하던 후배였다. 일선 검사들은 한 총장이 이 대통령에 대한 ‘보은’을 잊지 않았다고 본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 과정에서 한 총장은 결정적인 순간에 제동을 걸었고, 서울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사건도 이 대통령 일가의 ‘안위’를 위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양경숙 전 <라디오21> 대표 사건을 대검 중수부에 맡겼고, 자신의 ‘테니스 친구’인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에게는 ‘봐주기 구형’을 지시했다.

 

 

■ 시민사회 “정치검찰 모두 물러나라”

 

그동안 검찰을 감시해온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한상대 대 최재경’의 대립 구도로 보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명박 정부의 검찰 길들이기와 이에 순응해 출세가도를 달린 정치검찰이 빚어낸 구조적 폐단의 폭발이라는 것이다.

이재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지금 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대검 간부들도 이명박 정부 이후 검찰 내에서 특권을 누리며 출세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건 역설적이게도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것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새사회연대 등 82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비리검찰, 엽기검찰, 막장검찰의 모든 책임을 지고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은 물론이고 정치검찰의 핵심인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의 즉각적인 동반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태규 김정필 진명선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