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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의 현장을 찾아서(2) : 당팟, 북촌초등학교, 너븐숭이 4.3 기념관, 다랑쉬굴

道雨 2017. 6. 13. 15:52




제주 4.3 사건의 현장을 찾아서(2)

: 함덕해수욕장, 당팟, 북촌초등학교, 너븐숭이 4.3 기념관, 다랑쉬굴



제주 4.3 평화공원을 둘러보고 나서, 점심식사도 할 겸 함덕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함덕 해변은 해수욕장으로 유명하지만, 4.3 사건의 현장이기도 하다.

북촌초등학교 인근의 북촌리 일대의 주민들 수백명이 희생을 당하였는데, 당시 북촌리 일대의 마을과 집들이 모두 불태워져서, 학살당하고 남은 주민들이 갈 곳이 없어 함덕으로 강제 이주되었다.


함덕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4.3 사건의 중요 현장이었던 북촌초등학교로 가는데, 초등학교에 막 다다르기 전 안내판이 보이기에 잠시 차를 세우고 봤더니, 4.3 사건과 관련된 안내판이었다. 바로 북촌초등학교 동쪽편 학살 현장인 당팟이었다. 


여기서 잠시 4.3 당시의 북촌리 민간인 학살사건에 대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북촌리는 조천면의 동쪽 끝에 자리 잡은 해변마을이다. 국민학교(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됐지만 서우봉과 접해 ‘해동’이라는 마을이 서쪽에, 또 산간 선흘리 방향으로 ‘억수동’이란 마을이 흩어져 있기도 했었다.

북촌리는 일제시대에는 항일운동가가 많았고, 해방 후에는 인민위원회를 중심으로 자치조직이 활성화 됐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1947년 8월 경찰관에 대한 폭행사건과, 1948년 6월 우도지서장 살해와 납치사건이 북촌리 청년들에 의해 벌어지면서부터 늘 토벌대의 주목을 받았고, 4․3의 와중에는 많은 청년들이 토벌대의 횡포를 피해 피신하면서 엄청난 희생자를 냈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자의반타의반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1948년 12월 16일에 첫 번째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민보단을 조직해 마을을 지키고 토벌대에 협조하던 24명의 주민들이 느닷없이 군인들에 끌려가, 동복리 지경 ‘난시빌레’에서 집단총살 당한 것이다.


이 엄청난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도 못한 1949년 1월 17일, 세계사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민간인학살이 북촌리에서 자행됐다.

4․3 당시 단일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인명희생을 가져온 북촌리학살 사건이 북촌국민학교를 중심으로 한 동서쪽 들과 밭에서 자행된 것이다. 이 날 북촌리의 마을에 있었던 불가항력의 남녀노소 400명 이상이 한 날 한 시에 희생되었다.

명절처럼 제사를 한날 한시에 지내는 북촌리에는 너분숭이 애기무덤 등, 당시의 상황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많은 흔적들이 있다.


               - 바로 윗 부분은 카페 '시앗'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당팟


1949년 1월 17일, 북촌국민학교 운동장에 모인 주민들은 일단의 군인들에 의해 이 곳 당팟으로 끌려왔다. 이미 학교에서 일부 주민이 총살되어서, 이곳으로 끌려오는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군인들은 주민들을 끌고 오자마자 바로 총살했다. 북촌대학살의 1차 집단학살지가 된 것이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대학살이 북촌국민학교 동서로 나뉘어 이루어졌지만, 동쪽지역의 당팟에서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했다.





* 북촌리 양민학살사건의 현장 중 하나인 당팟 안내판.

  북촌리 학살사건으로 북촌리 주민 400명 이상이 희생되었는데, 이곳 당팟에서만 100명 이상이 총살되었다고 한다.





* 오른 쪽의 제주 목사 선정비가 총탄으로 훼손된 흔적이 보인다.



* 당팟 일대에는 밭담으로 둘러쳐진 움푹한 밭들이 많이 있다.

  민간인 100여 명이 총살로 희생된 현장 중의 하나.





                                 * 북촌리 학살사건의 현장인 북촌초등학교 운동장 한켠에 세워져 있는 비석.






너븐숭이


북촌초등학교 동쪽에는 당팟이, 서쪽에는 너븐숭이가 있다.

너븐숭이는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에서 주인공인 순이삼촌이 4.3 당시 시체들 속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곳이자, 30년이 지난 후 자살한 장소이기도 하다.

너븐숭이에는 '너븐숭이 4.3 기념관'이 건립되어 있고, 옴팡밭 등 주변 일대는 역사의 현장으로 정비되고 조성된 곳이다.



이곳 너븐숭이 일대는 북촌리 마을 인구 1천여 명 중 절반 가량인 443명이 희생된 슬픈 역사의 현장으로서, 사진 찍기도 송구스런 마음이 드는 곳이라, 올해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

아래 두 장의 사진은 작년도 사진 활용함.


너븐숭이 4.3 기념관과 이곳에서의 희생, 소설 순이삼촌 등에 관한 것은, 이 블로그의 '답사사진' 카테고리에 있는 '너븐숭이 4.3 기념관과 옴팡밭, 순이삼촌 문학비'(2017. 4. 6)을 읽어보면 되겠다.

작년에 찍은 사진에, 올해 『순이삼촌』을 읽고난 후인 4월에 글을 덧붙여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 너븐숭이 4.3 기념관 전경 : 2009년 3월 31일 개관. '순이삼촌'의 실제 현장인 옴팡밭 옆에 건립.



* 제주 4.3 사건 당시 총살 등으로 희생되거나 행방불명된 북촌리 마을 사람들의 이름과 나이, 성별, 희생 일시, 희생 장소 등이 커다란 3개의 검은색 현수막에 써 있다.  

* 4.3 당시 이 곳 북촌리에서만 희생자가 443명에 달한다.




너븐숭이 다음으로는 거문오름의 세계자연유산센터 상설전시관에서 제주의 설화를 담은 4D 영화를 보고, 다랑쉬굴을 찾아 떠났다.



다랑쉬굴


몇 년 전(2007년)에 다랑쉬오름을 올라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다랑쉬마을이나 다랑쉬굴에 대해 몰랐었기에 오름 내부와 주변 경치만을 보고 내려왔지만, 이번에는 다랑쉬오름이 아닌 다랑쉬굴을 찾아보려고 마음먹고 왔기에, 지도를 보기도 하고, 근처에 있던 사람에게도 물어가면서 다랑쉬굴을 찾았다.


다랑쉬굴은 아끈다랑쉬오름과 용눈이오름 사이에 있는데, 다랑쉬오름에서 용눈이오름방향으로 난 소포장길을 따라 가면 '다랑쉬마을' (마을은 4.3 때 불타 없어지고 흔적만 남아 있다) 안내판이 나오고, 조금 더 가면 '다랑쉬굴' 안내 표지판이 나온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왼쪽 비포장길을 들어가면 맨 끝에 다랑쉬굴 안내판이 서있다.



* 다랑쉬굴은  1992년에유해 발굴 후 다시 폐쇄시켜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 1992년도 발굴 당시 11명의 유해와 생활용품, 농기구 등만 발견되었고, 무기(총, 칼 등)는 발견되지 않아, 양민들의 억울한 죽음임을 증명해주었다.  



                                  * 다행히 다랑쉬굴 가는 길가 곳곳에 방향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어, 찾아가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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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대통령 중, 너븐숭이 4.3 기념관을 찾은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11월 대통령 후보 시절에 너븐숭이 4.3 기념관을 방문하여, 참배, 헌화하였다.



** 지난 2013년, 미국 최고의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격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영화 '지슬'의 모티브가 된 곳이 바로 '다랑쉬굴'이라고 함(실제 촬영은 용눈이오름과 큰넓궤굴에서 촬영)


*** 유튜브에는 1992년도 다랑쉬굴 발굴 상황에 대한 동영상이 올려져 있다. 검색창에 '다랑쉬굴'을 치고, 그 중에 '다랑쉬굴의 침묵' 편을 보면 된다.


*** 제주 4.3 사건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회에 특위를 설치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명예회복과 보상을 통한 4.3문제 해결을 공약했으며, 대통령이 된 후에 이를 실천하였다. 

1999년 12월16일, 제주4.3특별법은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2000년 1월11일에는 청와대에서 역사적인 법안 서명식이 열렸다. 각계 인사를 초청해 공개적인 서명식을 가진 김대중 대통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제주4.3특별법은 인권이 그 어느 가치보다 우선되는 사회, 도도히 흐르는 민주화의 도정에 금자탑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제주도를 방문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부 수립 이후 정부 차원의 첫 공식사과였다.

노 대통령은 2006년 4.3추모제에도 참석했다. 그때 다시 한 번 국가권력의 잘못을 사과했다.


너븐숭이 4.3 기념관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5년부터 국비 15억여원을 들여, 2532㎡의 부지에 연면적 294㎡의 1층건물과 위령비, 문학 기념비, 방사탑, 산책로 등을 갖췄으며, 개관식은 2009년 3월 30일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