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에 올인하는 현대자동차는 바보일까?
전기차와 수소차, 현대차의 현명한 투트랙 전략
‘현대차 욕하기가 국민 스포츠’란 말이 나올 정도로 현대차의 평판이 안 좋은 요즘에도 욕을 먹지 않는 몇몇 분야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수소연료전지차(이하 수소차)입니다.
처음에는 내연기관차나 잘 만들라고 비아냥거렸던 많은 소비자들이, 이제는 수소차를 통해 앞서나가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습니다. 신기한 일이죠.
‘수소차에 나 홀로 올인, 지금 도박할 때인가’란 칼럼에 달린 댓글입니다. 부정적인 반응이 많겠지…란 생각으로 스크롤을 내린 순간, 허탈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베스트댓글로 등록된 댓글이 모두 현대차를 옹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닥 현대차를 좋아하진 않지만 현재의 하이브리드, 전기차 라인업과 상품성은 훌륭하다. 업계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뒤처진 다거나 포기한건 아니다. 이와 동시에 수소차를 개발하고 미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는 댓글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또, ‘현대차가 전기차를 안 만드는 것도 아니고, 투트랙이 맞다고 본다’는 글과, ‘글쓴이가 너무 극단적으로 전망했다. 선구자는 항상 모험 정신이 필요하다’는 글, ‘매번 그렇게 생각하니까 후발주자에 머무르는 것. 게임 체인저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글 등에도 애정이 물씬 묻어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현대차는 수소차에 나 홀로 올인하지 않습니다. 나 홀로도 아니고, 올인도 아닙니다. 차근차근 팩트체크를 해보겠습니다.
우선 ‘나 홀로’부터 살펴보죠.
현대차가 수소차에 가장 적극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소차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브랜드는 토요타입니다. 토요타는 아예 전기차를 건너뛰고 수소차를 준비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전기차도 만들죠. 그러나 이는 ‘아이로드’처럼 1~2인용 교통수단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근거리는 전기차, 중거리는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장거리는 수소차로 구분 짓고 미래 자동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라이 개발 및 수소충전소 건설에 앞장서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죠.
아우디는 현대차와 함께 수소동맹을 맺었습니다. 겉으로는 아우디를 내세웠지만, 아우디를 통해 현대차와 함께 만든 수소차 노하우는 폭스바겐그룹 전체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로서는 아우디가 h-트론을 만들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요.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해 말 SUV 모델인 GLC F-셀을 출시하며 수소차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또 미국 브랜드인 포드와 협업을 통해 수소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BMW는 토요타, GM은 혼다와 수소차 개발과 관련해 협업하는 등 열심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밖에 형식적이기는 하나 현대차를 비롯해 토요타와 BMW 등 28개 회사로 구성된 글로벌 수소 동맹도 맺어져 있고요.
그렇다면 ‘올인’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현재 중국 브랜드를 제외하고 전기차를 가장 열심히 만드는 대중 브랜드는 누가 뭐래도 현대차입니다.
지금 400km를 달릴 수 있는 양산형 전기차를 떠올려보세요. 어떤 모델이 생각나시나요. 전 테슬라 모델3와 GM 볼트EV를 제외하면, 아이오닉 일렉트릭, 코나 일렉트릭, 니로EV, 쏘울EV 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수소차인 넥쏘에 올인한 게 아니라 가장 실용적인 전기차를 함께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죠.
똑똑하게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현대차의 움직임을 보면 오히려 전기차를 배제한 토요타가 더 불안해 보이네요.
사실 이런 문제는 모든 자동차 브랜드에서 공통적으로 하고 있는 고민입니다. 내연기관 이후에 만들어질 미래 친환경차 시장에서 과연 어떤 자동차가 주류로 자리 잡을 지 말이에요.
그래서 자동차 브랜드들은 전기차와 수소차를 배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수소차도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달리는 전기차의 일종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측면이나, 에너지 자원적인 측면에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전기차보다 수소차의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현재는 전기차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나, 궁극적으로는 화석 연료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수소차로 갈 확률이 높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에 대해서는 자동차 업계가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기도 하고요.
결국 현대차가 지금 열심히 수소차를 개발하는 것은, 단순히 수소로 움직이는 차를 만들어 팔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기술로 경쟁력 높은 수소차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미가 더 크다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댓글에 나온 것처럼 게임 체인저가 되려는 것이죠. 우리가 수소 사회를 앞당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알리는데 수소차가 필요한 겁니다.
특히 수소차는 온실가스 감소 및 미세먼지 감축 등 지구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현대차가 이른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선구자적 이미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겠죠.
실제로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달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에 취임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수소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높은 충전소 건설비용, 고압 충전의 충전효율, 비싼 수소차 및 수소 가격, 소비자 인식 등 당면한 문제가 꽤 있네요. 그러나 이는 앞으로의 기술 개발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봅니다. 전기차가 이렇게 빨리 발전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수소차 시대가 언제 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점차 수소 사회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를 미리 고민하고 준비하는 현대차의 모습이 저는 긍정적으로 보이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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