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친일 청산이 ‘국민 분열’이라는 나경원의 역사 인식, 경악스럽다

道雨 2019. 3. 16. 10:36




친일 청산이 ‘국민 분열’이라는 나경원의 역사 인식, 경악스럽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여론의 거센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방 직후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국민을 분열시켰다는 망언을 거듭했다.

그는 의원총회와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반민특위 활동이 잘돼야 했지만, 국론 분열을 가져왔다”면서, 국가보훈처의 ‘친일 독립유공자 가려내기’ 작업을 좌파 사회주의에 면죄부를 주는 문재인 정부의 역사공정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해방 뒤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많이 분열했다”는 주장을 사실상 반복한 것이다.

그는 “반민특위 활동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극우적 역사 인식을 정당화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반민특위는 1948년 8월 헌법에 따라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반민족 행위를 조사·처벌하기 위해 설치됐다. 일제에 국권을 넘기고 독립운동가를 고문·박해한 친일파 처단은 시대적·민족적 과제였다.

그런데 이승만 정권과 친일세력이 결탁해 반민특위를 1년 만에 와해시켰다.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킨 게 아니라, 일제 잔재를 온존시킨 이승만과 친일파의 반격이 바로 국론 분열의 주범인 것이다. 청산하지 못한 잔재는 지금까지도 우리 현대사의 질곡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런 역사적 진실에 대한 성찰은 고사하고, 친일파의 반동을 정당화하는 나 원내대표의 비뚤어진 역사 인식이 개탄스럽다.


나 원내대표는 보훈처의 독립유공자 전수조사를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한 세력에까지 독립유공자 서훈을 주려는 것”이라고 억지를 부린다.

이 또한 궤변이다. 나 원내대표 스스로 밝혔듯, 가짜 유공자가 있으면 들어내는 게 옳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제라도 ‘진짜’ 독립운동가를 제대로 밝혀내는 건 중요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과거 자위대 창설 기념식에 참석해 입길에 오른 바 있다. 또한 김순례 의원 등의 ‘5·18 망언’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라고 옹호했고, 원내대표로서 5·18 진상조사특위 출범을 6개월째 가로막고 있다.


나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이 친일·보수세력 결집을 위해 반민특위 와해를 정당화하는 게 아니라면, 왜곡된 역사 인식을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반민특위 발언에 대한 나 원내대표의 성찰과 사과를 거듭 촉구한다.



[ 2019. 3. 16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86149.html?_fr=mt0#csidx2300b15188ce7d6b8ef051c4e8308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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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왜구…친일파 수석대변인 나경원, 역사 법정에 서야”




역사학계·정치권 강한 규탄
나경원 원내대표 반민특위 발언 후폭풍
“당시 친일파의 반민특위 공격 논리”
“친일청산 안돼 나경원 같은 이 등장”
나경원 ”반민특위가 나쁘다는 말 아냐”진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해방 뒤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 인해 국민이 분열됐다”는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부르고 있다. 역사학계와 정치권은 나 원내대표의 역사 인식을 강하게 규탄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1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나 원내대표의 논리는 당시 친일파들이 반민특위를 공격할 때 사용한 논리다. 나 원내대표는 친일파의 수석대변인인가”라고 비판했다. 방 실장은 “올해가 반민특위가 해체된 지 70년 되는 해다. 이승만 정권의 방해로 반민특위가 친일파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해체돼서 수많은 부정의가 정의가 됐다”며 “국회 누리집에 보면 제헌의회의 성과로 반민특위를 들고 있다. 본인의 선배들이 한 행위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역사연구회 현대사분과의 이신철 성균관대 연구교수는 “이승만 대통령과 친일 경찰들의 방해로 반민특위의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지금까지도 국론 분열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진실이다. 친일행위자 처벌이나 재산 환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역사적 평가라도 제대로 하자는 것인데, 그마저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내세우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철호 한국근현대사연구회 편집위원장(동국대 교수)은 “반민특위는 해방 이후 국가를 바로 세우고 민족정기를 바로잡아달라는 민족적 염원으로 만들어진 기구다. 만천하에 죄상이 밝혀진 친일파에 한정해서 청산을 하려 했으나, 제대로 되지 못해 지금의 나경원 같은 이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당략과 사리사욕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마구잡이로 왜곡해 국민을 분열시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개탄했다.

여야 4당도 이날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5·18 폄훼에 이은 ‘또 하나의 망언’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규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이 자유당의 부정선거에 항거했던 ‘3·15의거 기념일’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역사를 왜곡하고, 민족·민주 운동에 헌신하다 죽고 고문당하고 다친 사람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제헌국회 반민특위 활동이 이승만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좌절됨으로써 친일청산의 기회를 놓친 것은 천추의 한을 남긴 일”이라며 “자유한국당이 정녕 오늘을 기념할 만한 날로 여긴다면 과거 자유당의 만행들을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의 당명을 ‘자유한국총독부’로 바꾸라고 꼬집었다. 김정화 대변인은 “단죄와 분열을 구분 못 하는 빈약한 역사 인식이 부끄럽다. 나 의원의 조국은 어디냐”고 물으며 “나 의원은 독립유공 영령과 국민 앞에 통렬히 사죄하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평화당은 “토착왜구 나경원을 반민특위에 회부하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문정선 대변인은 “국민을 분열시킨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친일파들이었다. 실패한 반민특위가 나경원과 같은 국적불명의 괴물을 낳았다”며 “토착왜구 나경원을 역사의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반민특위의 해체는 친일파의 복권과 독립운동 세력의 몰락을 가져왔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한국당이 친일파의 후예임을 고백한 것”이라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서슴없이 넘나드는 한국당에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피디연합회도 이날 성명을 내 “그동안 역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온 피디들의 성과에 찬물을 끼얹는 망언이다. 유력 정치인이 왜곡된 역사관을 공공연히 설파하여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은 이 땅의 비극”이라고 밝혔다.

한편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시비에스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반민특위 활동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 “(반민특위 활동)이후에 국론 분열이 온 것처럼 다시 과거를 헤집으면서 좌익 활동을 한 분 중에서 대한민국에 자유 민주주의 정부가 수립되는 것을 반대했던 분까지 대거 포함시켜 다시 분란을 일으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지훈 김태규 기자 watchdo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886150.html?_fr=mt1#csidxb54781d16da60a5831d26bb93850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