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서울외신기자클럽’ 성명서, 박근혜 때와 비교해보니

道雨 2019. 3. 18. 11:52




‘서울외신기자클럽’ 성명서, 박근혜 때와 비교해보니
기사의 문제는 기자가 답해야 한다
임병도 | 2019-03-18 08:41:46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외신기자들의 모임인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가 <블룸버그통신> 이유경 기자에게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블룸버그통신의 이유경 기자가 쓴 악명 높은 기사”라며,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 당시에도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비판한 내용이 원인입니다.


‘서울외신기자클럽’의 성명서는 과거에도 몇 차례 나왔습니다. 가장 유사한 사례라고 볼 수 있는 것은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한 의혹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던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위한 편지입니다.

당시 가토 전 지국장은 8개월 동안 출국금지를 당해 일본으로 출국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는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우편으로 발송했습니다.


두 사건에 대해 서울외신기자클럽의 태도는 어떻게 달랐는지 살펴봤습니다.


서울외신기자클럽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vs 성명서’


▲2015년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지국장이 출국금지에 대해 서울외신기자클럽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좌) 2019년 <블룸버그통신> 이유경 기자가 쓴 기사에 대한 서울외신기자클럽 성명서(우)



‘서울외신기자클럽’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편지’와 ‘성명서’로 형태부터 차이가 많이 납니다. 편지는 부탁이고, 성명서는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나타내는 표현 방식입니다.


첫 문장부터 비교해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출국금지에 대하여 우려하고 있습니다’라고 표현했지만, 성명서에는 ‘개인의 신변안전에 큰 위협이 가해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라며 강한 어조로 시작됩니다.


편지의 두 번째 문단을 보면 ‘팔순이 넘는 어머니와 장모가 귀국할 거라 믿고 있다’라며 애절한 사연을 구구절절 늘어놓습니다. 또한, ‘서울외신기자클럽’이 그동안 많은 기여를 했다며 선처를 부탁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성명서는 ‘언론 통제의 한 형태이고 언론 자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라며 언론을 핍박하고 있다는 식으로 강하게 비난합니다.


편지의 세 번째 문단에 있는 ‘나쁜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표현과 비교하면 마치 문재인 정부의 언론 환경이 박근혜 정권보다 더 나쁘게 보입니다.


마지막을 보면 편지는 끝까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관심을 보여 달라며 부탁을 하는 어조입니다. 그러나 성명서는 ‘즉시 철회’를 요구하는 명령조입니다. 차이가 나도 너무 납니다.


박근혜 때는 왜?


▲KTV 국민방송이 보도한 ‘외신이 본 박근혜 정부 1년’ 리포트 ⓒKTV국민방송 화면 캡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언론을 신뢰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래서 일부 외신의 날카로운 보도를 찾아 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외신이 박근혜 정권을 비판한 것은 아닙니다.

박근혜 정권 초창기 일부 외신들은 박 대통령이 원칙과 신뢰의 리더십을 가진 인물로 평가했습니다. 박근혜 정권과 국내 언론은 외신의 이런 보도를 인용해 포장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산케이신문> 지국장이 기소된 뒤, 일부 외신들은 ‘언론 탄압’이라는 기사를 쓰기도 했고, 취재하기 가장 어려운 정부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부를 비교해보면, 어느 정권이 언론을 억압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서울외신기자클럽’이 민주당 대변인 논평 하나만을 가지고 언론 통제를 운운하는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경향이 보입니다.


기사의 문제는 기자가 답해야 한다.


▲2018년 9월 26일 이유경 기자가 쓴 블룸버그 기사 ⓒ블룸버그 홈페이지 화면 캡처



‘서울외신기자클럽’은 성명서에서 “기사와 관련된 의문이나 불만은 언론사에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제기되어야 하고 결코 한 개인을 공개적으로 겨냥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I don’t think of Moon as Kim’s spokesperson, but rather a leader who realizes he needs both Kim and Trump amenable to agreement,” said Noerper. Moon’s approach “risks accusations of compromise, but in reality is geared toward effectively managing two outsized egos.”

노에르퍼는 “나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대변인이라기보다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 모두가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문 대통령의 접근방식은 “타협한다는 비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두 명의 초대형 인물의 자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했다. (번역: 뉴스프로)


<블룸버그통신> 이유경 기자의 기사는 전형적인 ‘낚시 기사'(내용과 전혀 다른 제목으로 클릭수를 높이려는 기사)입니다. 본문에는 분명 ‘대변인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결론을 내릴만한 근거가 희박하거니와 억지스럽습니다.


이유경 기자와 <블룸버그통신>은 미디어오늘이 공식적으로 요청한 ‘김정은 수석대변인’ 기사에 관한 물음에 “질문에 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왜 기자가 자신의 기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답하지 않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취재한 외신 기자라면 한국의 언론 상황이나 ‘기레기’라는 단어를 알고 있을 겁니다.

이유경 기자의 기사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과연 언론 탄압인지 ‘서울외신기자클럽’이 스스로 반문해봤으면 합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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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조선일보가 인용한 ‘외신’ 누가 썼나 봤더니
조선일보, 나경원 발언은 블룸버그 통신이 첫 보도했다. 그러나…
임병도 | 2019-03-13 08:19:5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3월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원내교섭단체 연설이 있었습니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이 발언으로 국회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민주당은 사과를 요구했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삿대질을 하면서 서로 언성을 높였습니다.


2019년 들어 국회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자유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했기 때문입니다. 71일 만에 3월 국회가 열렸지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또다시 무산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조선일보, 나경원 발언은 블룸버그 통신이 첫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김정은 수석대변인’은 블룸버그 통신이 첫 보도했다고 밝혔다. 기사 작성자는 한국인 이유경 기자였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이 나오면서 국회가 시끄럽자, 조선일보는 <‘文은 김정은 수석대변인’은 블룸버그통신이 첫 보도>라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와 여당이 ‘국가원수 모독’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이 발언은 외신이 먼저 보도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 기사는 조선일보가 지난 9월 28일에 <외신 “文 대통령, 김정은 수석 대변인 됐다”>라는 사설에서도 인용됐습니다.

조선일보는 ‘외신’이라는 이유 만으로 굉장히 신뢰가 있는 것처럼 인용하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기사를 보면 작성자가 ‘이유경’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처럼 보입니다.




한국인 이유경 기자가 20일 만에 작성한 ‘문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의 ‘문재인은 북한수석대변인’ 보도 기사는 이 기자가 9월 5일 첫 번째로 쓴 기사 20일 만에 나왔다



일반 사람들은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으니 외국인 기자가 기사를 작성했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기사를 작성한 사람은 연합뉴스를 거친 한국인 기자입니다. 한국인이라도 해외 언론사에서 근무하니 외신은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외국인의 시선, 다른 나라가 판단하는 ‘외신’이라고 보기는 무리가 따릅니다.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가 작성했던 문제의 기사는 2018년 9월 26일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찾아보니, 이유경 기자가 <블룸버그 통신>에서 쓴 첫 번째 기사가 9월 5일입니다.

이유경 기자는 연합뉴스와 AP통신 등에서 IT와 비즈니스를 전문적으로 취재했던 기자입니다. 외신의 한국인 기자라서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북한과 국제 관계, 한국 정치를 취재하지 않았던 기자였기에 과연 ‘외신’으로 인용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에게 해당 표현을 쓴 근거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지만, 이 기자는 “질문에 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외신을 자꾸 인용하는 조선일보의 속내는?


▲3월 6일 조선일보는 외신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갈라섰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기사는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가 작성했다.



조선일보 조의준 워싱턴 특파원은 3월 6일 <“文·트럼프 갈라섰다” 해외서 나온 불화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외신’이 불화설을 쏟아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인용한 외신을 보면 또다시 <블룸버그 통신>이 등장합니다. 3월 4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Moon Lauds North Korea’s Nuclear Offer, Splitting With Trump’ 기사의 작성자를 보면 이유경 기자입니다.


이유경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자세히 보면, 하노이 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 서로 다른 부분 등을 서술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충돌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조선일보는 일반적인 ‘불화설’과는 온도 차이가 나는 외신 보도를 가지고 자꾸 해외에서도 대북 관계가 문제가 있고, 한미 동맹이 위태롭다는 식으로 보도합니다.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 행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문제가 있다고 외신의 입을 빌려 말하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신이라고 무조건 맹신해서는 안 된다.


▲2019년 2월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인터뷰 기사 ⓒ블룸버그 통신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유경 기자가 올해 2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했던 인터뷰 기사가 <블룸버그 통신>에 실렸습니다. 기사 대부분은 북한 비핵화를 의심하고 한미동맹이 위태롭다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또한 자유한국당이 국회 핵심 의제로 ‘법인세 감면’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경제 전문지인 <블룸버그 통신>에 맞춘 인터뷰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한국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외신을 봐야 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느 면에서는 외신이 더 객관적이고 날카로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외신을 무조건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외신이라고 해도 기자가 어떤 전문 분야에서 활동했는지, 그동안 어떤 식으로 기사를 작성했는지 확인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외신만을 골라 인용하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오히려 외신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