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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 금지한 학생조례에 대한 헌재 합헌 결정의 울림

道雨 2019. 12. 10. 16:09




혐오표현 금지한 학생조례에 대한 헌재 합헌 결정의 울림

 



헌법재판소가 “혐오표현을 금지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5조 3항 등이 양심에 따른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일부 교사·학생·학부모가 낸 헌법소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헌재는 혐오표현이 사회적 약자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허용되는 의사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혐오표현 규제와 관련해 처음 내려진 헌재 결정이 한국 사회에 주는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 


문제가 된 조항은 “학교구성원은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다.

청구인들은 이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에 대해 “해당 조항은 학교구성원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인권의식을 함양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과잉금지 원칙에 부합하므로, 정당하다는 것이다.


헌재는 혐오표현에 대한 헌법적 기준도 제시했다.

혐오표현은 ‘내뱉는 즉시, 상대방은 물론 다른 사회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쳐, 적대감을 유발·고취시키고, 특정 집단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으로, 피해는 회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주의의 장에서 허용되는 한계를 넘는 것으로, 민주주의 의사형성의 보호를 위해서도 제한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 사회는 여성, 이주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강화되고 조직화되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 온라인을 통해 여성·성소수자 대상 혐오표현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고, 일상에서도 수시로 혐오표현을 접하게 된다.

시민의 97%가 혐오표현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할 정도다.


혐오표현은 상대방을 위축시키고, 공포에 떨게 하며, 때로는 그 자체로 ‘흉기’가 된다. 유명 연예인들의 극단적 선택이나, ‘묻지마 살인·폭행’은 강화된 혐오표현에 따른 비극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근절되지 않고 잊을 만하면 발생한다.


문제는 피해자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법적 규제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막기 위해 민형사적 입법 보완과 함께,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지자체 조례로도 혐오표현 규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부와 국회, 지자체가 할 일은 명확하다.

당장 혐오표현을 없앨 입법에 나서고, 12년간 묵혀둔 차별금지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 2019. 12. 10  경향신문 사설 ]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2092057005&code=990101#csidxb2c40d93b81848a953adfb2e95797e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