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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덮친 뒤 호주·미국 위협...'일본화' 현상이란?

道雨 2019. 12. 11. 10:37




유럽 덮친 뒤 호주·미국 위협...'일본화' 현상이란?




저물가·저금리·저성장이라는 '3저(低)' 충격이 세계로 번지고 있다.

일본에서 처음 시작돼 '일본화(Japanification)'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이미 유럽을 덮쳤으며, 내년에 더 넓은 지역으로 퍼질 전망이다. 영국, 호주 등이 유력한 다음 희생양이다. 미국마저 '제로(0) 금리'에 굴복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일본이 먼저 걸었던 불황의 길


'잃어버린 10년'이란 문구처럼 일본은 긴 불황을 터널을 지났다. 금리는 낮고, 성장은 정체됐으며, 물가도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상한 상황이 오랜 기간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일본화'라 불렀다.

일본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을 통해 기준금리를 낮추고, 자산매입을 통한 금융완화 정책을 펼쳤는데, 이 때문에 국채금리까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현재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0.002% 정도다. 일본 국채에 투자하면 이자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손해라는 의미다.
        

일본화가 가장 먼저 전염된 지역은 유럽이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은 0.1%에 그쳤으며, 지난 10월 물가상승률도 1.1%에 불과했다.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0.3%대로 추락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둔 영국도 위험하다. 정정 불안과 불확실성 확대로 경기 하강 신호가 뚜렷하다. 오는 12일 총선에서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최악의 시나리오인 '노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 없는 유럽연합 탈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영연방 국가인 호주도 일본화가 우려된다. 호주 기준금리는 현재 0.75%로 사상 최저 수준인데, 호주중앙은행은 BOJ와 유럽중앙은행(ECB)처럼 추가 양적완화를 준비 중이다. 호주에서 224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니코자산운용의 크리스 랜즈 펀드매니저는 "일본화는 해결하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큰 문제"라며 "가장 큰 문제는 유럽인데, 그들(유럽)이 재채기하면, 우리(호주)는 감기에 걸린다"고 했다.

나 홀로 호황 미국도 위험지대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워싱턴 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오늘날 미국 경제는 스타 경제이다. 경기 침체의 확률이 높아졌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며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거듭 피력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경제 상황이 가장 좋은 미국도 제로 금리 위험에 노출됐다. 지난달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발표됐지만, 침체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익률곡선(일드커브)은 이미 불황을 가리키고 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미중 무역합의 기대감에도 여전히 2% 아래에 머물러 있다. 잭 매킨타이어 브랜디윈글로벌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 국채금리는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며 "10년물 금리가 2016년 기록했던 1.318%의 역대 최저 기록을 깨고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투자은행 JP모건의 얀 로이스 장기투자 전략 선임고문은 "불황 조짐이 뚜렷해지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일본과 유럽을 따라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다시 양적완화를 시작할 것"이라며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정 혼란과 세계적인 과잉 저축 현상을 생각하면, 채권 금리가 앞으로 수년간 제로 부근에 머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이미 최근 단기자금시장이 경색 현상이 나타나자, 자산 매입을 통한 지급준비금 확대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