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략무기 예고 속 대화 여지 남긴 김정은의 ‘새로운 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을 향해) 충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머지않아 새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며, 대미 강경 노선을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혀, 대화의 여지도 남겼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 대신 당 전원회의를 통해 ‘새로운 길’을 제시했는데, 긍정적, 부정적 신호가 뒤섞여 있다.
북한의 이날 발표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2018년 4월 선언했던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 방침을 거둬들일 뜻을 밝히면서, 새로운 전략무기까지 언급한 점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1만8000자에 달하는 당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서, ‘정면돌파’라는 말을 23차례나 쓰며 강경 노선을 천명했다.
경제건설을 통한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장기전에 대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당 인사 3분의 2를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도 이런 북한의 의도를 뒷받침한다.
대남 정책은 거론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대미 관계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을 향해 시간 끌지 말고 협상에 나서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로 볼 때 북한은 당분간 대화에 나서기보다 긴장을 고조시킬 것 같다.
특히 주목되는 것이 ‘새로운 전략무기’가 무엇이며, 언제 시험할지이다. 신형 엔진을 장착한 다탄두 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ICBM을 쏘아올린다면 타협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다. 유엔이 추가 제재에 나서는 것은 물론, 미국이 군사행동을 모색할 수 있다.
통일부 대변인이 “이(새 전략무기 시험발사)를 행동으로 옮길 경우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을 북한은 유념해야 한다.
다만 북한이 강경 일변도로 나가지 않고 외교적 해법의 여지를 남긴 점은 평가해야 한다.
북·미 협상 시한을 넘기면 큰일이 벌어질 것처럼 밝혀온 북한이, 미국을 향해 협상을 강조한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김 위원장이 집권 후 처음으로 신년사를 하지 않은 것도, 북한이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면서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북한은 또다시 도발 수위를 높이며 벼랑 끝 전술을 펴는 과거 행태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미국 또한 북한이 예전보다 훨씬 높은 전략무기 능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이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나는 그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유화적 태도를 보인 것은 다행스럽다.
최근 유엔에서 일부 대북 제재를 풀어주자는 중국과 러시아의 중재안이 재차 거론되고 있다. 연말 시한을 넘긴 북한과 김 위원장의 뜻을 확인한 만큼, 미국도 열린 자세로 나서야 한다.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도 촉진자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 2020. 1. 2 경향신문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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