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미국의 경기부양책과 좋은 경제학

道雨 2021. 2. 9. 10:05

미국의 경기부양책과 좋은 경제학

 

 

“우리는 미국인들이 집과 음식이 없어서 고통받지 않도록 하여 팬데믹 최후의 몇달을 버텨내고, 안전하게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만 합니다.”

미국의 재무부 장관 재닛 옐런이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그의 말처럼 바이든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국내총생산(GDP)의 약 9%나 되는 1.9조달러 규모의 미국구제계획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경기부양책이 거대하고 담대할 뿐 아니라, 좌우의 많은 경제학자가 지지하는 좋은 경제학이라고 강조했다.

이 정책에 관해 오히려 바이든 정부와 재정확장을 지지해온 경제학자들이 최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부양책의 규모가 너무 커서 경기 과열과 인플레를 낳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로런스 서머스에 따르면, 이미 지난 경기부양책으로 잠재산출과 비교한 총수요 부족이 많이 해소되었고, 작년 미국의 개인소득은 약간 증가했다.

그러나 소비는 위축되어 개인저축률이 전년에 비해 2배 넘게 뛰었고 저축이 1.5조달러나 늘어나, 코로나가 진정되면 소비가 급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여기에 추가적으로 엄청난 재정지출이 이루어지면 인플레이션에 불을 지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그는 이번 부양책이 코로나 극복 이후 필요한 공공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정치적·경제적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정확장을 지지해온 저명한 케인스주의 거시경제학자 올리비에 블랑샤르도 비슷한 의견을 트위터에 올렸다. 현재의 부양책 규모가 잠재산출과 실제 산출의 차이인 산출갭보다 약 4배나 커서, 초과수요를 일으키고, 2.5%보다 더 높은 인플레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높은 인플레가 나타나면 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고 높게 금리를 인상할 위험이 커진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밀어붙일 전망이다. 백악관의 경제학자들은 높은 인플레에 대한 우려는 비현실적이고, 현재는 재정확장이 모자라는 것이 과도한 확장보다 더 큰 위험이라 강조한다. 실제로 팬데믹 충격 이후 급락한 고용이 회복되어 1월 실업률은 6.3%를 기록했지만,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이들을 모두 합하면 약 15%에 이르러, 더딘 경제회복과 그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서머스는 스스로도 인정하듯 오바마 행정부 때 부족한 재정확장으로 인해 경기회복을 촉진하는 데 실패했던 책임이 있다.

사실 바이든의 경제팀이 추구하는 목표 자체가, 경제위기의 상흔이 잠재산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이력효과를 역전시키기 위해 총수요를 크게 확장하는 것이다. 옐런은 연준 의장이던 시절 연설에서 일시적으로 초과수요를 유지하는 고압경제를 운용하는 것이 총공급 확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잠재산출 추정치의 추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 둔화되었고, 고용률 또한 코로나 이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편 옐런이 역설하듯, 크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코로나 이전에도 심각했던 불평등이 더 악화될 것이므로, 정부의 강력한 역할이 필수적이다. 미국 정부는 중소규모 사업자들에 대한 고용과 소득지원 프로그램과 실업보험 확대를 통해 국민들의 소득을 메꿔주었다. 이번 계획의 1400달러 현금 지급도 소득하위 약 70%의 미국인들에게는 전액을 지급하고, 그 이상 소득계층에는 부분 지급하며, 최고소득층은 제외될 전망이다.

과열을 걱정할 정도로 대규모의 부양책을 둘러싼 미국의 논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서는 여당과 기획재정부 사이에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하여 보편이냐 선별이냐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방역으로 소득이 감소한 자영업자와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나 무급휴직자, 그리고 고용보험 바깥의 취약한 노동자들과 같이 피해를 본 계층에 큰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연말정산과 세금 정보를 활용하여 중하위 소득계층과 소득이 감소한 이들에게 충분한 도움을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논쟁의 핵심도 지급 방식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들에게 넓고 깊은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불황과 불평등을 극복하는 데 재정확장의 규모는 충분한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옐런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경제학은 사람들을 돕는 수단이며, 재무부 직원들도 경제정책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도구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썼다. 우리 정부의 경제학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이강국 ㅣ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2348.html#csidxb5ef5ac46f566089d790caefb64859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