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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대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道雨 2021. 3. 2. 11:28

청년 일자리 대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일자리가 98만개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말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고용충격이다.

이 가운데 청년층이 ‘고용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다. 청년층 취업자 수는 작년보다 31만4천명 줄었고, 체감 실업률은 27.2%에 달했다. 청년 10명 중 3명 가까이 백수인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충격은 세대를 가리지 않지만, 청년에게 훨씬 가혹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청년 실업은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이다. 청년들의 취업이 늦어지면, 이로 인한 임금 손실과 경력 상실의 피해를 보고, 이후에도 임금과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이력효과’에 빠지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에 따르면, 대학 졸업 이후 첫 취업이 1년 늦어지면 향후 10년간 임금은 4~8% 낮아진다고 한다.

과거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때 이런 일이 벌어졌다. 외환위기를 맞아 취업 기회를 잃었던 ‘아이엠에프 세대’가 그러했다. 그나마 아이엠에프 외환위기로부터 빨리 벗어난 덕분에 몇 년 지나지 않아 취업문이 다시 열렸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세대’는 아이엠에프 세대보다 어려운 시간을 훨씬 더 오랫동안 보낼 공산이 크다.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안 그래도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문이 언제 열릴지 기약하기조차 어렵다.

 

얼마 전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90만개 이상의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일부 언론에서는 재정으로 만든 알바 일자리가 아니라 민간 일자리 창출이 근본 대책이라 강변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비상한 고용위기를 타개하는 데에는 도움이 안 되는 한가한 얘기다. 비상 상황에서는 발상을 달리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버니 샌더스 후보는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를”(Jobs for all)이라는 구호로, 연방정부의 일자리 보장제를 간판 공약으로 내놓았다. 일자리 보장제는 민간 영역에서 적합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모든 사람에게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발상이다. 그간의 정부가 취업과 직업훈련의 기회만 보장하고 고용책임은 궁극적으로 민간에게 맡겼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일자리를 책임지는 최종 고용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민간을 대신해서 모든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의 충격으로 민간 기업의 채용이 꽁꽁 얼어붙은 비상한 상황이다. 비상 상황에는 정부와 공공부문이 나서서 청년들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해 경력을 쌓도록 해야 한다.

그간 정부는 6개월짜리 단기 일자리 프로그램과 구직활동지원금 같은 소득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런 프로그램은 알바조차 못 구하는 청년들에게 가뭄의 단비였다. 그렇지만 청년들에게 일을 충분히 경험하고 경력도 제대로 쌓을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만큼 더 절실한 것은 없다. 지금은 졸업과 동시에 실업의 위기에 처한 청년들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합심해서 괜찮은 일자리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청년 직접 고용은 이미 시작되었다. 서울시의 청년 뉴딜 일자리 사업을 보면, 월 임금 215만원(시급 1만150원 생활임금 적용)으로 23개월간 고용하여 일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청년들이 풀타임과 파트타임 중 선택할 수 있고, 연간 200시간 취업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돌봄, 지역 문화예술, 디지털 인프라 구축 같은 공공서비스 사업에 청년을 참여시키고 참여수당을 지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서울시의 뉴딜 일자리 사업을 중앙정부 차원으로 확대해 사업을 전국화하고 청년 일자리 보장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구제하고 손실을 보상하는 것은 응당 정부의 책임이다. 나아가 코로나19로 취업 기회를 상실하고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을 구제하고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는 것 역시 정부의 몫이다. 코로나 세대가 과거 아이엠에프 세대의 전철을 밟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청년 일자리 대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로나19 기간 중 졸업하고 취업을 희망하는 모든 청년에게 최소 2년간 일자리를 정부가 책임지고 보장하는 청년 일자리 보장제,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홍장표 |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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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4901.html#csidx54a7dd506b953eba71448295ed8f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