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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는 과거의 행적들

道雨 2021. 4. 15. 10:46

남양유업 ‘불가리스’ 마시면 코로나 억제 효과?

 

남양유업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는 과거의 행적들

 

“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77.8%” (뉴시스)

남양유업 “발효유 유산균, 코로나 억제 효과 있다” (머니투데이)

“불가리스 마시면 코로나 억제” 남양유업 등 관련株 급등세 (조선일보)

불가리스가 코로나에 효과?…남양유업 “77.8% 억제” 주장 (연합뉴스)

 

4월 13일 오후 남양유업은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뉴시스>와 <머니투데이>,<연합뉴스> 등은 남양유업의 보도자료를 검증이나 반론 없이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남양유업의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과 억제 효과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주가는 급등했고 <조선일보>는 호재라며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남양유업의 주가는 이날 내내 횡보하다가, 보도자료와 기사가 나온 직후인 오후 3시경 급등하며, 전날보다 8.57% 상승한 38만원에 마감됐습니다. 그러나 시간외 단일가에서는 가격제한폭(종가 대비 10%)까지 올라 41만 8000원에 거래됐습니다.

 

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19 바이러스 77.8% 저감효과?

 

13일 오후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발효유 완제품이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소장은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한 기사를 읽는 사람들은,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방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이번에 남양유업이 내놓은 실험 결과는 ‘개의 신장세포’와 ‘원숭이 폐세포’를 가지고 실험을 한 결과입니다.

일반적인 치료약이나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알아보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결과가 아닙니다.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약과 백신을 신뢰하지 못하거나 판매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한다면, 단순히 실험 결과로만 봐야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쉽게 단정지으면 안 됩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잘 통제된 사람 대상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그 이후에 공유할 만한 효능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라는 공식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질병청은 “해당 연구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결과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것으로,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남양유업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는 과거의 행적들

 

13일 오후 남양유업의 주가가 급등하는 호재가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오전에는 악재인 뉴스도 있었습니다.

는 13일 오전 남양유업이 출시한 뚜껑을 열면 알약과 음료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신제품이 중소기업 N사의 특허와 디자인을 침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N사는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는데, 만약 법원이 받아들이면 남양유업은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등의 타격을 입게 됩니다.

보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직접 생산한 게 아니라 계약을 한 용기 전문업체에서 생산 중이고 해당 업체가 특허 침해 소지를 확인해 문제가 없다고 해서 믿고 판매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남양유업의 해명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합니다.

 

남양유업이 홍보대행사를 통해 올린 경쟁업체 비방 게시물

“A사에 원유를 납품하는 유기농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어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을 것이다”

“A사에서 나온 유기농 우유의 성분이 의심된다”

“아이에게 먹인 걸 후회한다”

“우유에서 쇠 맛이 난다”

 

2020년 남양유업은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온라인 맘카페 등에 경쟁업체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게시했습니다. 

경찰은 남양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보고 홍원식 회장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했습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분노하고 또다시 ‘불매운동’이 벌어졌습니다. 그러자 남양유업은 홈페이지에 “온라인상 과열된 홍보 경쟁 상황에 실무자가 온라인 홍보 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매일 상하 유기농 목장이 원전 4km 근처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앞서 ‘용기 업체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과 비슷한 내용의 해명입니다. 남양유업은 전혀 잘못이 없다는 태도입니다.

만약 남양유업의 주장과 언론의 보도만 믿고 불가리스를 마시고도 코로나19에 감염돼 항의하면 “동물 실험에서 억제 효과가 나왔다는 연구소 발표가 있어”라는 식의 해명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남양유업은 2009년과 2013년에도 경쟁사 비방글을 올린 혐의로 두 차례나 적발됐고, 2013년에는 대리점 갑질 사건이 터지면서 ‘불매운동’이 벌어졌습니다.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남양유업의 주장은, 특허권 침해 소송 악재를 덮기 위한 물타기나 코로나 시국을 이용한 마케팅일 수도 있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남양유업은 소비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임상시험 등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정확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 임병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