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청년비서관 ‘자격 시비’, 진정 청년 위한 건가
청와대가 신설한 청년비서관직에 25살 대학생 정치인을 발탁한 것을 두고,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불공정 특혜’ 시비를 제기하고 있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박성민 청년비서관 임명과 관련해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청와대 인사가) 전시행정이 되면 안 된다. 장관이 5급 사무관으로 들어와 1급까지 가는 데 28년이 걸렸다. 청년의 입장에서 공정과 정의가 될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청년비서관이라는 직책과 별정직 공무원 인사의 특성을 무시한 채 어떻게든 이번 인사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인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도 박 비서관 임명에 이른바 ‘공정 프레임’을 덧씌워 ‘불공정 인사’라고 몰아가고 있다. 조선일보는 23일 사설에서 “청년들의 반발”이라며 “고시 출신도 25년 정도 걸리는 1급 공무원 자리에, 이렇다 할 공적도 없고 능력도 입증되지 않은 25세 대학생을 임명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했다.
취업난과 스펙 경쟁에 지친 청년층의 박탈감을 자극하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이야말로 ‘청년 차별’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 비서관은 ‘시험 봐서 들어간 뒤 경력과 실적을 쌓아 승진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이 특별한 목적에 따라 한시적으로 기용하는 별정직 참모다. 일반 공무원의 몫을 빼앗아 청년비서관을 임명한 것도 아니다. 더욱이 박 비서관의 나이를 가지고 시비를 거는 건 얼토당토않은 얘기다. 청년비서관에 25년 공무원 생활을 한 50대를 임명하라는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18년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한 박 비서관은, 청년대변인과 지명직 최고위원을 지내며 청년들의 목소리를 성실하게 대변해왔으며, ‘조국 사태’와 ‘박원순 시장 성폭력 사건’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소신 있는 내부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청년을 대변하고 청년 정책을 다룰 청년비서관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경력이다.
업무의 특성과 무관하게 고위직에는 무조건 장기간의 경력, 공인 자격, 화려한 스펙을 갖춘 이들만 임명해야 한다는 생각은 ‘자격증·시험 만능주의’에 빠진 낡은 인식이다. 이 때문에 가장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가 다름 아닌 청년들이다.
기성세대가 진정으로 청년을 위한다면, 박 비서관 임명이 ‘공정’에 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심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 2021. 6. 25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00825.html?_fr=mt0#csidx8c10607627cf7528ffc0398e83197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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