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김건희 ‘전주’ 의혹과 주가조작 ‘선수’ 도주

道雨 2021. 11. 22. 10:29

김건희 ‘전주’ 의혹과 주가조작 ‘선수’ 도주

 

 

 

법조계 은어 중에 ‘일도이부삼백(빽)’은 꽤 알려진 말이다. 범죄가 들통났을 때, 최선은 도망, 차선은 부인, 그다음은 ‘빽’이라는 얘기다.

 

도망을 첫번째로 앞세운 건, 고대 중국의 병법서 <삼십육계>가 마지막 36번째 계책으로 ‘도주’를 제시한 것과 다른 듯 닮았다. 삼십육계는 승전계, 적전계, 공전계, 혼전계, 병전계, 패전계 등 6개 항목마다 6가지 계책을 담고 있다. 이 중 패전계의 마지막 계책이 ‘주위상’(走爲上)이다. 강한 적과 싸울 때는 도주도 좋은 전략이라는 뜻이다.

삼십육계는 명·청 시대 이후로는 병법보다도 처세술로 주로 활용돼오고 있다. ‘일도이부삼빽’에서 ‘도망’이 일번에 올라간 것도 ‘삼십육계 줄행랑이 최고’라는 속설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싶다.

 

일상적으로 쓰는 만큼이나 실제 범죄 수사를 피하는 계책으로 도주를 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최근 사례로는 아무래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받다가 줄행랑을 쳤던 이○○씨를 떠올리게 된다.

주가조작 업계 ‘선수’로 통하는 이씨는 김건희씨로부터 10억원이 든 증권 계좌를 건네받아 주가조작에 실탄으로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돈을 댄 김씨에 대해서도 ‘전주’의 한 명으로 가담한 공범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런 이씨가 지난 10월6일 열릴 예정이던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그 뒤 무려 37일간 도피 행각을 벌인 끝에 검거됐다.

아무리 도망이 일번이라지만, 법원 심사를 앞두고 달아나는 건 사실 위험한 선택이다. 잡히면 구속은 당연하고, 가중처벌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왜 이런 도박을 한 걸까?

일부에선 이씨가 김건희씨 의혹 수사의 마지막 관문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 검찰은 이씨 신병 확보 뒤 김씨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이씨 도주로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씨가 잡히지 않고 내년 대선 이후까지 도피를 이어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미 모종의 ‘묵계’가 이뤄진 건 아닐까? 이씨 도주로 김건희씨 소환이 미뤄진 새, 국민의힘 경선에서 윤 후보가 승리한 것만으로도 도피 목적은 달성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생각만으로도 찝찝하고 찜찜하다.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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