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재판부 회피’ 원칙 안 지킨 윤석열 후보 장모 2심 재판

道雨 2022. 1. 27. 09:42

‘재판부 회피’ 원칙 안 지킨 윤석열 후보 장모 2심 재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불법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여원을 편취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 25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심 재판부는 최씨 이름 일부를 따서 요양병원 이름을 짓고, 최씨의 큰사위가 병원 행정원장으로 재직한 사실 등, 1심에서 유죄 근거가 됐던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고도 “그렇더라도 병원 개설·운영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단만 달리해 무죄를 선고했다. 사실관계는 그대로인데 재판부 판단에 따라 1·2심 판결이 정반대로 갈린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심 재판장과 최씨 변호인 사이에 상당한 학연 및 업무상 연고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관계가 실제로 재판에 영향을 미쳤는지와는 별개로,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불러일으킬 만한 흠결이 아닐 수 없다.

 

2심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5부 윤강열 부장판사는 최씨 변호인 중 한명인 유남근 변호사와 고려대 법대 동문에 사법연수원 동기다. 더욱이 판사 출신인 유 변호사와 윤 부장판사는 2012~13년 수원지법, 2014~17년 서울중앙지법에서 5년가량 함께 근무한 사이다.

최씨 변호는 지난해 8월 2심이 시작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1심에 이어 손경식 변호사가 주로 맡았는데, 2심 재판부가 최씨의 보석을 허가한 직후인 지난해 9월 유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추가 선임됐다. 또 윤강열 부장판사는 윤석열 후보와도 사법연수원 동기이다.

 

이런 경우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법관 스스로 재판에서 손을 떼는 ‘회피’나, 검찰·피고인이 법관 교체를 요구하는 ‘기피’ 제도가 마련돼 있다.

형사소송법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검사 또는 피고인이 법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고, 법관 역시 이런 사유가 있다고 사료한 때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고법은 2016년 재판부와 변호인이 일정한 연고 관계가 있으면 사건을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고교 동문, 대학(원) 동기, 사법연수원 또는 법학전문대학원 동기, 같은 시기 재판부 또는 같은 업무 부서 근무 등 구체적 기준까지 만들었다. 실제로 변호인이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거나 대학 동기라는 이유로 재판부가 바뀐 사례들이 있다.

 

최씨 재판장인 윤강열 부장판사와 변호인인 유남근 변호사의 관계는 법원이 정한 회피 기준에 여러 건 해당되는데도 재판은 그대로 진행됐다. 재판부 스스로 회피하지 않았고, 검찰도 기피 신청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기피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수사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공소 유지를 했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이번처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정치적 파장이 큰 재판이라면, 평소보다 철저하게 회피·기피 원칙을 적용했어야 마땅하다. 결과적으로 1·2심 판단이 극명히 달라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어야 했다.

‘재판은 실제로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외관상으로도 공정하게 보여야만 한다’는 오랜 법 원칙에 비춰, 이번 재판은 되돌아볼 대목이 적지 않다.

 

[ 2022. 1. 27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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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장모 무죄’ 재판장-변호인은 동문·동기·동료였다

 

‘고대 동문+연수원 동기+5년간 함께 근무’
“재판 공정성 논란 차단 위해 회피 신청했어야”

 

 

불법 요양병원 개설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76)씨에게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던 1심 판단이 항소심에서 모두 뒤집히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 손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 이름 일부를 따서 요양병원 이름을 짓고, 최씨 큰사위가 병원 행정원장으로 재직한 사실 등, 1심에서 유죄 근거가 됐던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그렇더라도 병원 개설·운영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단만 달리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때문에 원칙적으로 법률심인 대법원에서도 사실관계에 대한 원심 판단이 적절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심 판단이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항소심 재판장과 최씨 변호인 중 한 명이 대학 동문이면서 사법연수원 동기, 같은 법원에서 내리 5년을 함께 근무했던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예규 등은 이럴 경우 재판장이 사건을 회피하도록 하고 있지만, 재판은 그대로 진행됐다. 이런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검찰 역시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씨 사건은 지난해 8월 항소심이 시작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1심부터 사건을 맡았던 손경식 변호사가 주로 담당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가 최씨의 보석를 허가한 직후인 지난해 9월24일, 최씨 쪽은 판사 출신인 유남근 변호사 등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 2명을 추가 선임했다.
이들은 선임 뒤 주도적으로 변호인 의견서와 변론요지서, 증거자료 등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유남근(53) 변호사는 재판장인 서울고법 윤강열(56) 부장판사와 고려대 법대 동문이다. 300명이 채 되지 않는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1992년부터 2년간 함께 공부했다. 두 사람은 2012~13년 수원지법에서 함께 근무했다. 2014년 2월 정기인사 때 함께 서울중앙지법으로 자리를 옮겨 2017년 2월까지 3년 더 근무했다. 유 변호사는 2020년 변호사가 됐다.
대학부터 사법연수원, 수원지법·서울중앙지법 등 두 사람 인연이 최소 7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서는 공정성 시비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윤 부장판사가 이 사건을 회피하거나 법원이 재배당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법은 2016년 재판부와 변호인이 일정한 연고 관계가 있으면 사건을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고교 동문 △대학(원) 동기 △사법연수원 또는 법학전문대학원 동기 △같은 시기 재판부 또는 같은 업무부서 근무 △기타 업무상 연고나 지연·학연 등이 있는 경우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역시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재판장이 개인적인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사의 선임으로 재판 공정성에 대한 오해와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으며, 법원 역시 이 경우 재배당을 하도록 했다.
형사소송법도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검사 또는 피고인이 법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고, 법관 역시 이런 사유가 있다고 사료한 때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6년 국정농단 관련 최순실(개명 뒤 최서원)-차은택씨 사건은 재판장과 변호인 중 한명이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이유로, 2019년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은 재판장과 변호인이 대학 동기라는 이유로 각각 재배당된 바 있다.
 
게다가 윤강열 부장판사는 윤석열 후보와도 사법연수원 동기이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선을 앞두고 국민 주목도가 높은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배당 논의를 하든 회피 신청을 하든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했어야 한다. 재판부가 사실에 입각한 재판을 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외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사법부는 재판을 공정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 시각에서 공정한 재판을 했다고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공보판사는 “해당 변호인이 선임되기 전 이미 공판준비기일과 1회 공판기일을 진행한 상태였다. 기일을 한 차례 진행한 뒤에는 재배당을 하지 않는 것이 내부 지침이다. 기일이 진행된 뒤 연고 관계를 이유로 재배당을 하게 되면, 일부 변호인들이 재배당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재배당 또는 회피 신청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서울중앙지검 공보관은 “수사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공소유지를 했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항소심 재판 진행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유남근 변호사는 정작 취재진이 몰린 선고일 당일에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