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정치 보복 논란’ 한발 뺀 윤석열, 분명하게 사과해야

道雨 2022. 2. 11. 08:56

‘정치 보복 논란’ 한발 뺀 윤석열, 분명하게 사과해야

 

문 대통령 “강력한 분노” 입장 표명

파문 확산…얼렁뚱땅 넘길 일 아냐

증오 부추기는 선거전 당장 멈추길

 

 

 

‘정치 보복’ 논란을 촉발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지난 5년간 이끌어온 정부를 적폐로 규정하고 이를 청산하는 수사를 하겠다는 윤 후보의 발언을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은 “부당한 선거개입”이라고 반발했는데, 이치에 맞지 않는다. 불과 11개월 전까지 현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이가 마치 정권 차원의 불법·비리가 만연한 것처럼 주장하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대통령이 어디에 있겠는가.

 

보수언론조차 비판하는 등 자신의 발언이 거센 역풍을 맞자,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제 사전에 정치 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 (이 점에선) 문 대통령님과 저는 똑같은 생각이다”고 말했다. “우리 문재인 대통령께서도”라고도 했다.

“현 정부에서 수사한 건 헌법 원칙에 따라 한 거고, 다음 정부가 자기들 비리·불법에 대해 수사하면 보복인가”라고 정색하고 따진, 하루 전 나온 <중앙일보> 인터뷰 발언과는 사뭇 다르다. 한마디로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적폐가 무엇인가’ ‘대통령에게 사과할 뜻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오늘은 그 얘기는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떳떳하지 못한 태도다.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얄팍한 속내가 아니라면, 큰 파문을 불러온 자신의 발언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하고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진솔하게 사과하는 게 옳다. 얼렁뚱땅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해명과 사과의 대상에는 당선도 되기 전에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독립운동가’에 비유하며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히겠다고 한 것도 포함돼야 한다. 검찰 중립성 훼손을 넘어 검찰 장악 의도를 드러낸 위험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후보들은 미래 비전과 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선거 양상은 비전과 정책 경쟁이 실종된 빈 공간을 갈등과 증오를 부추기는 날 선 언어들이 채우고 있다. 이런 대선이라면 어느 쪽이 승리한들 원활한 국정 운영에 필요한 권위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를 “중국에는 한마디도 못 하면서 야당에만 극대노한다”는 식으로 비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당 대표가 자기 당 후보의 발언을 편드는 것까지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를 조롱하고 깎아내려 적대감을 키우는 ‘도발의 정치’는 이쯤에서 멈추기 바란다. 그렇게 키운 국민 절반의 적의와 분노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2022. 2. 11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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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을 건드린 윤석열, 盧비극을 떠올리게 하다.

 

윤석열 후보는 이제 노무현-문재인과 싸워야 한다.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 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

이 말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밝힌 “대통령 되면 문재인 정권 적폐청산 수사한다”는 발언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이다.

 

문 대통령은 이 말을 홧김에 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메모지에 써서 청와대 참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참으려고 해도 도저히 참지 못해 분노를 표출했다고 봐야 한다.

문재인 정권을 만든 원천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트라우마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문재인정권을 만드는 기초가 됐고, 문 대통령만은 지키겠다는 열정이 지금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게 만들었다.

 

윤석열 후보가 ‘적폐 수사’를 운운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한 것은, 4050 세대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4050 세대는 젊어서는 노란풍선과 희망저금통을 들고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 뛰었고, 그가 비극적인 선택을 했을 때는 목놓아 울었다.

‘논두렁 시계’가 언론 개혁을 외치게 했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검찰 개혁’이라는 촛불을 들게 만들었다.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과 노무현-문재인 지지자들은 분명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일부 문재인 지지자들은 이 후보 지지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윤 후보의 ‘문재인정권 적폐 수사’ 발언에 화들짝 놀랐다. 그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린 것이다.

지지자뿐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윤 후보의 발언이 있기 전 가진 언론사 합동 인터뷰에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가슴에 담고 있었다. 

퇴임 후 산골에서 조용히 살기 원하는 대통령에게 윤 후보는 목에 비수를 겨눈 셈이다. 만약 윤 후보가 계속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칼날을 겨눈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이 재연될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돼, 엄청난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선거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이제 노무현-문재인과 싸워야 한다.

 

 

[ 임병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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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적폐수사' 발언 '패착'으로 보는 보수 언론의 시선

 

윤석열 집권시 전임정부 수사 필요성 언급…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 일제히 "불필요한 발언"
논란 이틀째 이어지자 조선, 문재인 비판으로 방점 옮겨…민주당 표 결집 명분 만들어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자신이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다'고 한 인터뷰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조선일보 등 보수 성향 언론사에서도 윤 후보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내놓자 윤 후보는 “정치보복은 없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진영 내에서도 실언으로 평가하면서 논란이 다음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논란이 이틀을 넘어가면서 조선일보는 윤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면서도 칼날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겨누기 시작했다.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은 우발적 실언이 아니었다. 9일자 중앙일보와 인터뷰 기사를 보면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라고 말했다. '이전 정부 수사가 정치보복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다 시스템에 따라 하는 것”이라며 '원칙'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인터뷰를 마치고 중앙일보에 “다 기사화 해 달라”고 말했다. 준비해온 발언이란 뜻이다.

▲ 지난 9일자 중앙일보 윤석열 후보 인터뷰

해당 발언은 지지층 사이에서 윤 후보의 가장 약한 고리인 '전임 정부 수사'를 떠올린다는 점에서 득표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10일자 사설에서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 등 200여명이 구속됐고 1000명 이상 수사, 이들의 징역형 합계가 100년이 넘고 5명이 수사 중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열거하며 “사실상 전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이었고 2년 가까이 이어진 적폐청산 탓에 말만으로도 피로를 느낄 지경”이라며 “그런데 그 말을 윤 후보에게 듣게 됐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와 여권이 “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 선언”이라고 반발하자 윤 후보는 “자기들이 했던 것은 헌법 원칙에 따른 것이고 다음 정부가 하면 보복이냐”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표현대로 윤 후보의 수사가 '정치보복'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윤 후보의 반박은 논란을 부추길 뿐이다. 조선일보는 “문 정권의 적폐 청산 수사를 직접 한 윤 후보가 또 적폐 수사를 말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이 실책인 또 하나의 이유는 같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측근에게는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이다.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윤 후보는 김건희씨 통화 녹취록에서 '집권시 어떤 기자들은 가만히 안 둘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홧김에 한 얘기일 것”이라고 두둔했다. 또한 김건희씨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자신의 측근 A(한동훈)검사장에 대해 “독립운동하듯 정부와 싸웠다”고 극찬했다. 윤 후보가 강조해온 '공정'이란 상징을 스스로 허무는 내용의 발언이다.

▲ 10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한 검사장은 강직하다는 평과 함께 먼지 털기식 무리한 수사 방식을 보였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며 “그런 양면성을 가진 사람을 아직 당선되지도 않은 대통령 후보가 '독립운동' 등으로 일방 옹호하는 것은 적절한가”라고 지적했다.

이는 조선일보만의 평가가 아니다. 10일 동아일보는 사설 “최측근 검사장 독립운동가 빗댄 尹 '검찰공화국' 예고하나”에서 윤 후보 발언을 비판했고, 같은날 석간 문화일보도 사설 “'文정권 불법'도 수사 대상이지만 尹의 예단은 오만”에서도 “국민 신뢰를 허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뷰 기사를 낸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선 관련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매우 부적절하고 불쾌하다”는 입장을 냈고, 문 대통령도 참모회의에서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는 이 정부의 적폐가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단 말인가”라며 윤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대통령과 여권뿐 아니라 보수 성향 언론에서도 윤 후보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자 윤 후보는 한발 물러섰다. 이날 오후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사전에 정치 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며 “우리 문 대통령께서도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을 늘 강조해 오셨다”고 자신의 뜻도 문 대통령의 뜻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국을 뒤흔든 발언이 이정도 해명으로 잠잠해질 수 없는 노릇이다.

▲ 10일 문화일보 사설

발언 공개 이틀이 지난 11일자 조간에도 윤 후보 발언에 대한 혹평이 이어졌다. 10일 하루동안 침묵을 지킨 중앙일보도 11일 사설 “누가 집권하든 정치 보복의 악순환 끊어야”에선 “정치 보복의 악습을 끊겠다고 공약해도 모자랄 판인데 보복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을 떠들어서 무슨 득을 보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정치보복' 반복을 막자는 원칙론 차원의 비판이기도 하지만 윤 후보의 득표전략상 득이 되지 않는 발언이란 평가다.

이는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확인할 수는 평가다. 지난해 11월11일 리얼미터가 한국정책과학원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치와 사회 갈등관계에 대해 '정치가 사회갈등을 부추긴다'는 의견이 80.0%, 반대로 '사회가 정치갈등을 부추긴다'는 응답이 15.1%로 나타났다. 현대정치사에서 정치보복 논란이 반복됐는데 향후에도 계속될 것인지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이 73.2%, '아니다'는 응답이 17.2%로 나타났다. 거대양당의 갈등이 정치보복으로 이어지는 정치문화에 대해 유권자 다수가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리얼미터 조사는 유선(10%)·무선(90%) 임의 전화걸기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응답률은 5.8%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된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부동층으로 불리는 유권자들이 윤 후보를 선택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여권 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 특히 친문재인 성향 유권자들이 이 후보 지지로 결집할 가능성도 생겼다.

물론 윤 후보 입장에선 자신의 지지층 결집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만 보수 언론의 반응을 볼 때 민주당 표결집 효과가 국민의힘 표결집 효과보다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윤 후보의 지지율보다 높은 것은 윤 후보에 대한 호감도 내지 신뢰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인데 이번 발언 역시 '정치초보'로서 한계만 보여줬기 때문이다.

11일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윤 후보가 문 정부 적폐에 대한 수사를 언급한 것은 불필요한 일이었다”며 윤 후보 발언에 대한 평가를 유지했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다만 타깃을 문 대통령 쪽으로 돌렸다. 윤 후보가 문 대통령 요구대로 사과를 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정치보복이 아니다'라는 수준의 해명만 내놨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 수석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사과를 요구한 것은 부당한 선거개입”이라고 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원칙론에 대해 급발진하면서 야당 후보를 흠집 내려는 행위는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했다. 발언의 파장과 국민의힘 측의 대응을 볼 때 결국엔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끌어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5년 내내 정권 불법 비리 쌓였는데 '적폐 수사'에 화난다는 文”에서 “문 대통령이 여기(윤 후보 발언)에 분노하며 사과를 요구한 것은 더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향후 다수 매체에서도 윤 후보 발언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추며 문 대통령이나 여권 비판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의 선거개입' 프레임으로 '적폐수사' 발언의 혼란을 진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를 상회하며 이재명 후보나 윤석열 후보 지지율을 압도한다. '이재명 대 윤석열'의 대결구도를 '문재인 대 윤석열'의 구도로 바꾼 건 현재로선 오판이다. 문 대통령의 '반사체'로 이 자리까지 온 윤 후보만 이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닐까.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