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대통령의 명령, 시행령

道雨 2022. 6. 2. 10:38

대통령의 명령, 시행령 

 

 

 

시행령은 대통령이 행정부에 발동하는 명령이다. 대한민국헌법은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75조)고 규정한다. 법률로 모든 구체적인 것을 정할 순 없으니 법률이 하위 법령에서 정하도록 명시적으로 위임하거나, 법률을 단순히 이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이 대신 정하라는 얘기다.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면 안 되듯, 시행령도 상위 규범인 법률을 넘어설 수 없다.

 

그런데도 ‘꼬리’에 불과한 시행령으로 ‘몸통’ 격인 법률을 뒤흔드는 일이 잦다. 이른바 ‘법 위의 시행령’ 논란이다. 대표적인 게 이명박 정부 때 22조원의 국비를 쓰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려 국가재정법 시행령에 손댄 일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뛰기 위해 시행령의 예외사항에 ‘재해예방’을 슬쩍 넣었다. 부산고법은 사업이 끝날 즈음에야 “위임 범위를 벗어난 시행령”이라고 판단했으나 만시지탄이었다.

행정부가 끊임없이 시행령으로 법률을 넘어서려 시도하는 데는 물론 흑막이 있다. 법률을 고치고 싶은데 집권당이 국회 다수당이 아니어서 통과가 어렵거나 법률 개정 과정의 사회적 논란을 손쉽게 피하려는 의도에서 비롯한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로 통보할 때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시행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행정부의 이런 의도를 잘 짚고 있다.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의 결단에 따라 폐지된 ‘노조 해산 명령 제도’를 행정부가 법률상 근거 내지 위임 없이 행정입법으로 부활시킨 것”이란 판단이다.

 

‘법 위의 시행령’은 결국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3권분립이란 민주주의 원칙을 벗어나, 행정부가 입법부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셈이다. 계속 당하기만 하던 국회가 2020년 2월 국회법을 개정한 배경이다. 해당 법률을 관장하는 상임위원회가 시행령의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결과 보고서를 국회의장한테 제출하면, 본회의를 거쳐 이를 행정부에 송부하고, 정부는 그 처리 결과를 국회에 제출하라는 내용이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사혁신처가 하던 인사검증을 ‘소통령’ 소리를 듣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하겠다고 나섰다.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두고 또 논란이 인다. 국회가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전종휘 전국부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