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처음 겪어보는 이런 대통령, 이런 여당

道雨 2022. 6. 30. 09:30

처음 겪어보는 이런 대통령, 이런 여당

 

큰 선거에서 연달아 패배한 정당이 책임론과 쇄신론의 소용돌이에 빨려드는 것은 불가피하고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주요 선거에서 승리한 세력 안에서 벌어지는 리더십 흔들기와 자체적인 혼선 유발은 상식과 경험에 비춰 낯설다. 지난 3·9 대통령 선거와 6·1 지방선거에서 연승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이다.

 
 

우선 여당인 국민의힘은 큰 선거에서 잇달아 이기고도 당대표가 내부로부터 거취를 위협받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입지가 공격받는 것은, 선거 성적이나 정책 노선 차이 같은 게 아니라 본인의 성상납 의혹 때문이다. 아직 임기가 1년 남은 그의 정치적 운명이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여부에 달려 있다. 당 신주류인 친윤석열계는 표면적으로는 이 대표의 혁신위원회 운영 등 행보를 “자기 정치”라고 저격하며 흔들고 있지만, 사석에서는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고리 삼아 이 대표를 끌어내리고픈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당 대표가 성상납 의혹을 받는 것도 초유의 일이고, 경찰 수사가 완료되기도 전에 당 내부로부터 집단적 공격을 받는 것도 이례적이다. 이 대표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마땅히 당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다만 지금 벌어지는 일은 이 대표가 지난해 윤 대통령이 당에 발을 들일 때부터 견제한 것을 시작으로, 대선 기간에도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당무를 거부하는 등, 윤 대통령을 ‘애먹인’ 데 대한 친윤계의 구원 또한 작동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현재 집권 여당발 최대 뉴스는 고물가 등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국회 정상화 노력이나 당정 협의 같은 게 아니라, 이 대표와 친윤계의 힘겨루기, 지도부의 내홍이다.

이런 당 상황을 두고 친윤계 핵심은 “대통령이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냐”(장제원 의원)고 질타하지만, 윤 대통령 또한 여당만 탓할 처지가 못 된다. 최근엔 오히려 국정 혼란의 중심에 윤 대통령이 선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마치 경찰이 정부에 반기라도 들었던 것처럼 “국기 문란”이라며 격노했다.

또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주 52시간제 개편안’을 “정부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부정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윤 대통령과 정부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는 일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앞 극성 시위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라거나, 김건희 여사 활동과 관련해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윤 대통령을 보면서 국민은 매일 절망한다.

이 모든 발언이 출근길 기자 문답에서 나왔다. 대통령이 언론인들과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에서 생긴 대표적 변화이고 앞으로도 장려할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대통령실 참모들과 정부 부처가 수습하느라 진땀을 빼는 일이 잦아진다면, 대통령도 손해, 국민도 손해다.

윤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봐온 한 인사는 윤 대통령 취임 무렵 “윤 대통령을 기존 정치의 관점에서 이해하려 들면 다 틀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경험 전혀 없이 사실상 검찰총장에서 대선으로 직행해 성공한 그가,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사고와 행동을 보일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 인사의 말대로 우리는 그 전에 겪어보지 않은 대통령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방향이 현재까지 순방향은 아닌 것 같다.

여당 또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 수준의 건강성이라도 있는 건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집권 주류 안에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라는 ‘상왕’과 ‘영포라인’이 있었지만, 그에 맞서 경고음을 낸 정두언 전 의원 등 견제 세력이 있었다. 박근혜를 당의 중심으로 다시 불러내 재집권의 길을 터준 것도 이들 소장 그룹이었다. 박근혜 정권에서도 친이계나 유승민 전 의원 같은 당내 비판 세력이 존재했다.

지금 국민의힘은 국회 정상화라는 여당의 책무는 방치한 채, 권력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아우성, 그게 아니면 자리 보전을 위한 눈치보기만 도드라진다.

 

황준범 | 정치부장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