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윤 대통령의 ‘원전 페티시즘(물신숭배)’…‘바보짓 50년’이 시작됐다

道雨 2022. 6. 29. 09:46

윤 대통령의 ‘원전 페티시즘’…‘바보짓 50년’이 시작됐다

 

이것은 다만 하나의 가정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5년 전 전기차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봐온 누군가가 장탄식을 내뱉는다.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 안 하고 내연차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을 것이다.”

그 누군가는 장삼이사가 아닌 이 나라 최고권력자다.

언론들은 뭐라 했을까.

이것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초현실적인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내 대표적 원전 업체인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를 방문했다.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을 것이다.”

몇몇 유력 언론은 그의 말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현대자동차가 전기차로 넘어가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움직임을 절호의 기회로 보고 내연차에 전력투구한다면, 다들 바보짓이라 할 것이다. 설령 무주공산에 깃발을 꽂은들, 애써 구축한 생태계는 갈라파고스일 뿐임을, 대통령도 언론도 모를 수 없다. 산업 차원에서 이 문제는 기후위기가 아니라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적자생존의 과제다. 이제 전기차는 성능과 가성비에서도 내연차를 압도한다.

 

원전이 내연차보다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데이터 몇개만 살펴도 모를 수 없다.

10년 새 발전 단가는 태양광이 89%, 풍력이 70% 떨어졌다. 원전은 26% 올랐다. 전세계 누적 설치용량에서 태양광과 풍력은 이미 원전의 2배가 넘는다. 2010년 39기가와트였던 태양광은 2021년엔 942기가와트, 198기가와트였던 풍력은 845기가와트로 급성장했다. 원전은 381기가와트에서 404기가와트로 정체 상태다.(영국 에너지 연구기관 ‘엠버’(EMBER)) 태양광과 풍력은 2020년 세계 인구 3분의 2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신규 발전원이 됐다.(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

원전이 현상유지라도 하는 건 중국이 있어서다. 20여년 동안 중국의 원전 발전용량은 23배 늘었다. 그 밖에는 러시아, 인도, 한국 정도가 늘었을 뿐이다. 발전용량 1, 2위인 미국, 프랑스도 줄고 있다. 일본은 10년 전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고,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달랑 4기다.

유럽 주요 국가들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이미 40%를 웃돌고, 미국·일본·중국도 20%는 넘는다. 중국은 2018년 재생에너지에 910억달러를 투자했고, 원전은 65억달러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여태껏 6%대다.

그러나 이런 수치를 시시콜콜 옮기는 건 지면 낭비에 가깝다. 아무리 설명해봐야 앞에서 눈만 끔벅이고 있다면, 그건 “듣고 싶어하지 않는 귀를 가진 까닭이다.”(최승자, ‘무제 1’)

한술 더 떠, 기술의 갈라파고스를 구축하려고 세금을 “철철 넘치도록” 쏟아붓겠다고 한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저버리겠다는 선언이다. 국·영·수(전기차) 중심으로 암기 과목(내연차) 열심히 하는 건 불가능한 이치와 같다. 여기다 대고 대선 티브이(TV) 토론 때 나온 질문을 다시 던지는 것도 부질없다. “아르이(RE)100(글로벌 기업들이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로 약속하는 운동)에 어떻게 대응할 건가?”

이런 난처한 질문을 피하는 데 맥거핀(관객을 오도하기 위한 연출)과 주술만 한 게 없다. 가령 원전이 얼마나 대단한 청정에너지면 유럽연합(EU)이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포함했겠느냐고 떠드는 식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두산에너빌리티 방문 며칠 전 유럽의회의 관련 상임위원회가 그린 택소노미 최종안을 사실상 부결시킨 사실에는 침묵한다. 문재인 정부의 ‘무늬만 탈원전’ 정책이 한국전력의 천문학적인 적자를 불렀다는 ‘주술인형 찌르기’는 5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페티시즘(물신 숭배)’은 이미 넘치도록 위협적이다. “지금 원전업계는 ‘탈원전’이라는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다. (…)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원전 페티시즘의 무의식적 발로다.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 지역에서 살고 있는 국민의 마음과 안위를 조금이라도 의식했다면 나올 수 없는 잔혹한 메타포다.

원전은 사람이 끌 수 없는 불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참사 발생 11년이 지난 지금도 불타고 있다. 우리는 바보짓 5년이 아니라 최소 50년의 위기 앞에 놓여 있다.

 

 

안영춘ㅣ논설위원

jo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