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한중관계 변곡점…‘새 균형추’ 찾아라

道雨 2022. 8. 23. 10:21

한중관계 변곡점…‘새 균형추’ 찾아라

 

 

[한-중 수교 30년] 경제 분야
최근 사드·칩4 등 감정 악화
“윤 정부, 이분법적 사고 안돼”
미·중 사이 ‘균형외교’ 시험대

 

 

  * 한국, 중국, 국기, 한중수교. 게티이미지뱅크

 

 

 

‘달라진 중국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오는 24일로 중국과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사상 유례없는 초고속 경제성장 끝에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이 공세적 외교·무역정책을 강화하면서, 대중국 관계 설정을 두고 세계 각국의 고민이 깊어간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주·유럽·중동·아시아 등지 19개국을 상대로 실시해 6월 말 공개한 ‘중국 인식도’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전체 조사 대상국 응답자의 평균 호감도는 27%에 그친 반면, 비호감도는 67%로 나타났다. 낮아진 ‘호감도’는 중국의 ‘힘과 영향력’에 대한 높아진 경계심으로 이어진다. 조사 대상국 평균 응답자의 66%가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 한가운데 한국이 있다.

 

 

 

 

 

 

외교부와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1992년 수교 직후 한-중 간 무역 총액은 연간 64억달러에 그쳤으나, 지난해엔 수출 1629억달러, 수입 1386억달러 등 교역 규모가 3015억달러까지 높아졌다. 불과 30년도 안 돼 양국 교역량이 47배 이상 늘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은 한국의 1위 교역국이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1992년 366달러에 그쳤던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20년 1만500달러까지 28배 이상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도 8126달러에서 3만1489달러로 4배 가까이 늘었다.

 

30년 전 저개발국이던 중국은 명실상부한 주요 2개국으로 떠올랐다. 중진국이던 한국은 어엿한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한-중 수교는 양쪽 모두에 이익을 가져다줬다. 마늘파동(2000년), 동북공정(2002년) 등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성국이던 두 나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2008년)로까지 나아갔다. 2016년 한·미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것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나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드 사태 등을 겪으며 양국 감정도 악화했다. 갤럽 조사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는 2014년 7월 59%였지만, 2021년 11월엔 8%까지 떨어졌다. 2018년 12월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이 발표한 각국 1000명 대상 조사 결과, 한국이 친밀하다고 답한 중국인은 40% 미만(39.5%)이다.

 

‘의존’은 상호적이다. 지난해 요소수 사태로 대중국 무역의존도에 대한 우려가 새삼 불거졌다. 서로 1, 2위 교역 상대국인 터라, 뒤집어 보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무역의존도 역시 만만찮음을 알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수출의 약 60%를 중국이 점하고 있다는 얘기는, 중국이 한국산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보를 위해 경제를 포기할 수 없듯, 경제를 위해 안보를 희생시킬 순 없다. 그러니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안미경중)는 이분법적 도식은 한계에 이르렀다. 중국은 사드를 한국 압박 카드로 쥐고 있고,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한국을 자국 편에 세우려 하고 있다. 한-중 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이른바 ‘칩4’로 불리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참여 문제도 사드 문제와 마찬가지로 ‘양자택일’로 여겨선 안 되는 이유다.

 

수교 이후 중국이 달라진 만큼 한국도 달라졌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요구나 주장은 지난 30년의 호혜적 신뢰를 깎아먹을 수밖에 없다. 미-중 갈등 격화 속에 치열한 전략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쪽도 이를 잘 알고 있을 터다.

 

우리는 어떤가?

 

대선 때부터 ‘가치 외교’ 깃발과 ‘사드 추가 배치’를 내걸며 친미·반중 색채를 강하게 드러낸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뒤 한-중 수교 30년을 맞이하는 현재까지 정립된 대중 외교 전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과거와 달리 매우 복합적인 상호의존의 세계에서, 관계가 악화되면 그로 인한 비용이 생각보다 상당히 커진다”며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이 또 다른 향후 30년의 한-중 관계를 좌우할 수 있다. 너무 쉽게 이념과 가치에 입각해서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현재 우리가 취할 외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몸무게에 맞는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

 

 

 

한중 관계 위기서 맞은 수교 30년, 새로운 길 내려면

 

 

* 1992년 8월24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이상옥 당시 한국 외무장관(왼쪽)과 첸치천 중국 외교부장이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쟁에서 적으로 맞섰던 한국과 중국이 1992년 8월24일 냉전의 그림자를 뒤로하고 수교했다. 한국의 투자와 기술이 중국의 노동과 토지, 시장을 만나 윈윈의 시대를 열었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25%(2021년)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 되었고, 악화하는 북핵 문제 해결에도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한-중 관계의 버팀목이 되었다.

 

수교 30년을 맞아 한-중 관계는 위기와 갈림길 위에 있다.

 

2016년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를 계기로 한국인들은 중국과의 관계에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사드 문제는 지난 9일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다시 먹구름으로 떠올랐다. 중국이 기존에 배치된 사드의 운용 제한까지 더한 ‘3불-1한’을 공식 요구하고 나서자, 한국 대통령실은 “사드는 안보주권 사항으로서 결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달 말까지 성주 사드 기지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전하는 중국 쪽 자료에 북핵 관련 내용은 전혀 등장하지 않아,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이 한국과 의미 있는 협력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음을 확인하게 한다.

 

경제 분야에서도 한국이 수출한 중간재를 활용해 중국이 완제품을 세계로 수출하는 협력·보완 관계에서, 이제는 첨단제품에서 경쟁하는 관계로 변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 발전과 자급자족을 강조하는 정책이 한 원인이다.

 

이에 더해 미-중 패권 경쟁 속에 미국이 중국과의 첨단기술 공급망 디커플링(분리)을 추진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에 이어 전기차·배터리·핵심광물까지 대중국 공급망 단절 범위를 확대하고 나섰는데, 이런 흐름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80%의 한국인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여길 정도로 대중국 인식이 악화된 것은 한-중 관계의 근본적 위기를 보여준다. 중국은 이런 한국의 여론에 대한 책임을 돌아봐야 한다.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을 향해 ‘5가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시하는 등 한국을 내려다보고, 한국을 미-중 관계의 ‘말’처럼 여기는 듯한 중국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안보, 경제, 국민들의 상호 인식 모두에서 한-중 관계의 딜레마가 커졌다. 두 나라는 서로 중요한 이웃이며, 관계를 공들여 관리하고 개선하기 위해 서로 더 노력해야 한다.

한국은 핵심적인 국가이익이나 주권이 걸린 문제에서는 강대국과의 외교에서도 우리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적극 설득하는 외교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시장·원자재 의존을 줄이고, 다양한 대안을 만들어가면서, 한국과 처지가 비슷한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여론을 통합하고 신중함과 유연함을 발휘해야 한다. 한-중 관계의 새로운 지도를 정확하게 그리고 길을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

 

 

 

[ 2022. 8. 22  한겨레 사설 ]

 

 

********************************************************************************************************************

 

 

한국인 ‘중국 반감’ 88%…기획된 정서인가, 위협이 큰 탓인가

 

 

 

 

경제보복·황사·한한령 등 영향
중 경제 급성장 부담도 작용
“친중-반중 이분법 탈피 필요”

 

 

 

평균적인 세계인은 미국과 중국 모두 국제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여긴다.

갤럽이 2021년 10~12월 45개국 성인 4만20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미국이 국제질서를 ‘안정시키고 있다’(이하 ‘안정’)가 39%, ‘불안정하게 한다’(이하 ‘불안정’)가 41%였다. 중국은 ‘안정’ 29%, ‘불안정’ 47%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른바 주요 2개국(G2)은 세계인한테 ‘불안’ 요인이다.

 

한국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갤럽 조사에서 한국인만 따로 떼어내서 보면, 미국은 ‘안정’ 57%-‘불안정’ 34%인데, 중국은 ‘안정’ 4%-‘불안정’ 88%였다. 평균적 세계인과 달리, 한국인은 ‘미국=안정, 중국=불안정’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에 대한 반감 정도가 매우 강하다는 얘기다.

 

한국인이 늘 ‘반중’적이지는 않았다. 갤럽의 ‘한반도 주변국 정상에 대한 호감도’ 조사 추이를 보면, 2014년 7월 둘째 주 조사에선 중국 정상(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호감(59%)이 비호감(15%)을 압도했는데, 가장 최근 조사인 2021년 11월 둘째 주엔 호감이 한자리수(8%)로 추락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2016년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과 중국의 ‘경제보복’ 악순환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물론 사드만은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이 밝힌 ‘중국을 싫어하는 이유’는, 황사·미세먼지, 코로나19 발생·대응, 한한령(한국 문화사업에 대한 중국 내 수익활동 제한) 등 다양하다. 좀 더 구조적으론 중국의 압도적 경제력에 대한 부담감,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양자택일’의 압박, 홍콩·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 태도 등에 따른 반감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의 강한 ‘반중·친미’ 정서를 놓고 최근 국내에서 논쟁이 뜨겁다.

 

반중 정서의 기원을 서구 중심주의의 산물로 보는 시각과 ‘중화제국의 귀환’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태도가 충돌한다.

 

“신식민주의와 유사인종주의가 결합된 한국의 독특한 중국인식체계”라는 뜻을 지닌 ‘짱깨주의’라는 개념을 동원해, ‘반중·혐중’을 “구조적으로 기획된 이데올로기”라 비판한 <짱깨주의의 탄생>(김희교)이 있다.

 

반대편에는 “한국에 있어 중국이란 나라는 실제적인 위협이자 거대한 리스크(위험)”라는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한청훤)이 있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중국어문화학과)는 “장기적 관점에서 내재적 중국 연구는 지속돼야 하지만, 모순적인 중국 체제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지정학적으로 점차 강화되고 있는 중국의 패권적 의도를 약화시킬 수 있는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중-반중의 이분법을 벗어나 중국 내 역동성과 다양성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이주현 기자 nomad@hani.co.kr

 

 

*************************************************************************************************************

 

 

사드 다시 갈등 뇌관…‘대만 문제’ 원치 않는 분쟁 휘말릴 위험

 

 

 

 

[한-중 수교 30년] 안보 분야
한붕합된 사드 활화산 조짐

정부 “안보주권” 정식배치 나서
중국 3불에 더해 1한까지 꺼내

‘강 건너 불’ 아닌 대만 문제
전문가 다수 “대만해협 유사시
주한미군 투입 가능성 있다”
미-중 충돌 휩쓸림 막을 장치 필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한-중 관계에서 활화산이자 휴화산이다. 2017년 사드 국내 배치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양국 갈등이 폭발해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는, ‘사드 3불’(사드 추가배치 금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로 봉합됐다.

 

한동안 휴화산이던 사드가 최근 다시 활화산이 됐다.

중국은 지난 9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이후 ‘사드 3불’에 더해 사드 운용 제한을 뜻하는 ‘1한’을 추가로 꺼냈다. 윤석열 정부는 사드는 ‘안보주권’이라며 중국과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현재 경북 성주에 임시배치 상태인 사드를 정식배치하려고 일반환경영향평가 등을 서두르고 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 뒤 외교부 당국자는 “사드 문제가 향후 한-중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점에 명확하게 공감했다. 이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이 사드 문제의 파괴력을 이미 경험해봤기에, 최근 사드 갈등이 폭발적으로 번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중국은 사드 국내 배치를 미국의 대중국 포위 조처에 한국이 동참한 것으로 간주한다. 특히 중국은 대만 분쟁 때 사드가 자국 군사행동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지난 2~3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대만해협 위기가 높아졌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바다 건너 불’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지난 9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이 한국과 미국 전문가 28명에게 대만해협 유사시 주한미군 투입 가능성을 물었다. 다수가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 갈 것으로 답했다. 특히 중국의 대만 본섬 공격(19명)이나 중국과 대만의 전면전(21명) 등 무력충돌 강도가 높을수록 주한미군 투입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 투입되면, 한국이 중국을 견제·공격하는 발진 기지가 된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지난 5일 중국이 대만 포위 훈련을 했을 때, 주한미군 U-2 정찰기가 대만해협 근처로 비행했다고 한다. 이 정찰기는 이미 2020년부터 대만해협, 서해 산둥반도와 보하이만(발해만) 등에서 중국을 감시 정찰하고 있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군사대립과 위기 고조는 한-중 관계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미-중 군사안보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 논문에서 “대만해협에서 미-중 간 무력분쟁이 격화돼 중국이 미 해군과 공군을 목표로 공세적 행동에 나설 경우, 미국은 부족한 자국의 해·공군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 동맹국에 전략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만해협 분쟁에 주한미군이 투입될 가능성에 대해 “미국 쪽이 시급하게 그렇게 운용할 상황이 있다고 하면, 우리 국민이 우려하는 것들을 존중하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과도하게 우리가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 설명은 2006년 1월 한-미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고”라는 내용에 근거한 것이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겸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2006년 한-미 전략적 유연성 합의 공동성명 내용을 근거로, 우리 영토를 이용하는 미국 군사력에 대한 주권적 통제 방안을 마련해,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미국과 중국의 군사충돌에 연루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

 

 

 

더불어 성장서 경쟁 관계로…칩4 영향 ‘교역 난기류’ 우려

 

 

 

한-중 수교 30년
교역규모 30년새 47배 급증
1992년 64억달러→작년 3015억달러
무역흑자 86% 대중 수출로 거둬
만성적 적자 탈피에 중국 큰 역할
협력·분업하다 경쟁 관계로
올 5월부터 무역적자, 변화 신호
중 제조업 첨단화되며 경쟁 격화
미-중 다툼에 낀 한국 고심 커져

 

 

 

한-중 수교 뒤 두 나라 간 경제 관계에서 일어난 변화의 상징은 교역량 증가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두 나라 간 교역 규모는 수교 첫해인 1992년 64억달러(대중국 수출 27억, 수입 37억달러)에서 2021년 3015억달러(1629억, 1386억달러)로 47배 불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교역규모가 1584억달러(766억, 818억달러)에서 1조2595억달러(6444억, 6151억달러)로 8배 커진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증가세였다.

 

교역량 급증 속에서 한국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거뒀다. 우리나라가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국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를 굳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게 중국이었다.

한국은 수교 첫해 적자를 냈다가 이듬해 곧바로 흑자(12억달러)로 돌아선 뒤, 2021년 243억달러까지 29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중국 무역 흑자 누계는 7064억달러로, 같은 기간 전체 누적 무역 흑자 8218억달러의 86.0%를 차지했다. 수교 이듬해부터 대중국 수출이 연평균 15.3%씩 늘며 전체 수출 증가세 7.6%를 크게 앞지른 데 따른 결과였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양국은 수교 이후 30년 동안 중국 쪽에서 표현한 대로 ‘선린·우의·협력’ 관계를 긴밀히 하면서 무역 규모를 늘리고 경제를 더불어 성장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조 원장은 이어 “중국은 한국의 세계 시장 공략에서 디딤돌 역할을 해준 한편으로, 한국서 중간재를 수입해 세계로 수출하면서 기술력을 높여왔다”고 덧붙였다.

 

수교 이후 줄곧 한국 쪽의 일방적인 흑자 기조였던 두 나라 무역관계에서 올해 들어선 변화의 낌새가 엿보인다. 올해 5월부터 대중국 교역에서 이례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강화에 따른 수입 수요 위축이라는 일시적인 요인뿐 아니라, 중국의 국산화율 상승 같은 구조 변화도 깔려 있다.

 

수교 초기 단순 경공업 및 중화학 제품 위주였던 양국 간 교역 품목은, 반도체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중간재 중심으로 차츰 바뀌고 있다. 중국 제조업의 첨단화로 중·고위 기술 산업 분야에서 두 나라 간 글로벌 시장을 향한 수출 경쟁이 심해졌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2001년 11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2015년 12월)로 중국 경제와 글로벌 시장의 접점이 넓어진 것과 연결돼 있다.

 

무역협회 분석 결과를 보면, ‘중·고위’ 기술(OECD 분류 기준, 전기·기계·자동차·화학 등)에서 한·중 수출 경합도 지수(ESI)는 2011년 0.347에서 2021년(~9월) 0.390으로 높아졌다.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수출 구조가 비슷해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두 나라 간 관계가 분업·협력·보완하던 데서 경쟁하는 구도로 변하고 있다. 무역수지 기조의 변화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협력 관계를 이어가면서도 기술격차 유지로 경쟁력 우위를 지켜내야 하는 난제를 안기는 대목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을 주축으로 한 대외 환경은 한국의 대중국 교역 관계를 긴장시키는 커다란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5월)에 이은 반도체 협의체(‘칩4’) 결성 추진 모두 대중국 견제 전략으로 여겨져 중국 쪽의 반발을 사고 있는 터에, 한국은 참여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출과 수입 모두 중국에 크게 기대고 있는 한국 경제에는 숙제 거리다. 중국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째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자, 2008년부터 14년째 최대 수입 대상국이었으며, 올해도 이 흐름은 마찬가지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