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윤석열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道雨 2022. 12. 6. 09:15

윤석열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다.대한민국 헌법 3장은 국회, 4장은 정부에 관한 규정이다. 4장 1절이 대통령, 2절이 행정부에 관한 조문이다. 대통령보다 국회가 우선한다.

만들어진 순서도 국회가 먼저였다. 일제에서 해방된 뒤 미군정을 거쳐 1948년 5월10일 첫번째 국회의원 총선거가 이루어졌다. 198명의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로 뽑혔다.

 

 

국회는 전문과 103조로 이뤄진 헌법을 7월12일 제정해 7월17일 공포했다. 이 헌법에 따라 7월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선출됐고,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했다.

 

1950년 5월30일 총선 결과 이승만 대통령 재선이 어려워졌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2년 7월 부산 정치파동을 일으켜 대통령을 국민이 선거로 뽑도록 헌법을 바꿨다. 발췌 개헌으로 불리는 1차 개헌이다. 1952년 8월5일 대통령 선거에서 74.61% 득표로 당선됐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갔다. 1954년 2차 개헌(사사오입 개헌)으로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1960년 4·19 혁명으로 무너졌다.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도 거의 비슷한 길을 걸었다. 1963년 3공화국 헌법은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고 한차례 중임할 수 있도록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9년 개헌으로 3선이 가능하도록 했다. 1972년 개헌으로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1979년 10·26으로 무너졌다.

 

 

대통령과 왕의 차이가 뭘까?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을 구성하는 기구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선출직 공직자다. 임기가 있다.

 

왕은 주권자다. 임기가 없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은 왕의 권력을 누렸다. 국회와 여당은 통치 기구였다. 사람들은 국회를 통법부나 거수기라고 불렀다. 야만의 시대였다.

 

국민과 야당의 투쟁으로 국회가 제 위상을 되찾은 것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과 1988년 13대 총선으로 출현한 여소야대 국회였다.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은 노태우 대통령이었지만, 국회는 민정당, 평민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4당의 견제와 협력으로 운영됐다.

 

대화와 타협에 의한 협력의 정치를 정착시킬 기회였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물거품이 됐다. 제왕적 대통령 시대로 되돌아갔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었지만 대선 전후 총선에서 이겼다. 그래도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고 양보했다.

 

2022년 3월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은 제도적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절대 우위의 여소야대였고, 2024년 4월 총선까지는 지형이 바뀔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6일 뒤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금 대한민국에는 각자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는 다르지만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한껏 기대를 높였다.

 

전혀 아니었다. 이번 정기국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편성한 첫번째 예산안과 윤석열 정부의 정부조직법이 걸린 중요한 국회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에 “야당에 구걸하지 말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윤석열 사단’이 포진한 검찰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근들을 줄줄이 구속하고 이재명 대표를 잡아넣으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해양경찰청장, 국방부 장관, 국가안보실장을 차례차례 구속했다. 이제 국가정보원장,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을 잡아넣을 기세다.

 

망나니 칼춤으로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것일까? 한심하다. 이런 식이라면 5년 뒤 윤석열 정부의 장관들과 대통령실 참모들, 윤석열 대통령은 무사할 수 있을까?

 

사정이 이 지경인데도 이른바 보수 신문과 국민의힘은 대선 불복만 외치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민주당의 대선 불복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야당 탄압, 국회 무시, 총선 불복이다.

 

우리는 지난 3월9일 선거에서 왕을 뽑지 않았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을 뽑았다.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다. 입법과 예산은 국회의 권한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와 협력해야 한다. 국회 다수 세력인 민주당과 대화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