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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거창 사건’은 민간인 집단 희생, 소멸시효 지나지 않았다”

道雨 2022. 12. 14. 09:49

대법 “‘거창 사건’은 민간인 집단 희생, 소멸시효 지나지 않았다”

 

 

유족 패소 판결 손해배상소송 원심 파기환송

 

 

  * 경상남도 거창군 신원면 거창사건추모공원 역사교육관에 전시된 ‘박산골 민간인 학살 현장’ 모형.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전쟁 당시 국군이 마을 주민들을 집단학살한 ‘거창 양민 학살 사건’(거창사건) 국가배상소송에서, 대법원이 희생자 유족 패소로 판결한 하급심을 파기환송했다.

원심은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 완성으로 소멸했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므로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거창 사건 유가족 ㄱ씨 등 2명이 “국군에 의해 자행된 거창사건으로 가족이 사망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낸 국가배상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거창 사건은 1951년 경남 거창군 신원면 일대에서 지리산 공비들이 경찰 등을 습격한 직후, 육군 병력이 3일 동안 지역주민 수백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ㄱ씨 등은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1998년 사망자 유족으로 인정받았으나, 배·보상을 받지는 못했다.

 

1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 장기소멸시효가 지났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2013년 5월 거창사건 희생자 유족이 낸 국가배상소송에서, 희생자 유족이 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활동종료일인 2010년 6월30일로부터 3년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1심도 2018년 6월 “거창사건 사망자 및 유족 결정을 받은 피해자들이 과거사정리법의 규정 등에 따라 국가가 피해보상 등을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을 기다렸으나, 국가가 아무런 적극적 조처를 하지 않아 비로소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된 특수한 사정이 있다”면서도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한 2010년 6월30일로부터 3년을 넘겼다”며, 장기소멸시효 완성에 따라 원고 패소로 판단했다.

항소심도 2019년 2월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헌결정에 따라 효력이 없게 된 장기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헌법재판소가 2018년 8월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에는 민법상 장기소멸시효 적용이 배제된다”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거창사건은 시기와 내용 및 성격상 과거사정리법의 ‘1945년 8월 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 해당한다”며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는 위헌결정 효력에 의해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헌결정에 따라 효력이 없어진 규정을 적용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