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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의 재구성] 9. 정경심 ‘대여’를 ‘투자’로 억지 부린 임정엽 재판부

道雨 2022. 12. 21. 11:27

[조국 사태의 재구성]

 

9. 정경심 ‘대여’를 ‘투자’로 억지 부린 임정엽 재판부

정경심 1심 재판부, ‘투자’ 판단 논거들 무리수, 억지 투성이

미실행 가상 시나리오까지 투자 판단 근거로 적시해

기존 판례 및 송인권, 소병석 재판과 상반된 독단적 판단

 

 

 

앞서 글에서 살펴본 대여와 투자의 상식적인 법리는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상식적인 내용이다.

원금 보장과 고정 수익율이 보장된 것은 대여로 보는 것이 맞고, 반대로 원금과 수익율이 확정적이지 않은 경우 대여로 볼 수 없다.

 

더욱이 조범동 1심 재판을 맡았던 소병석 재판부는 이 판단에서 ‘경영 참여’ 문제를 추가로 거론했는데, 매우 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본금 2억5천만 원짜리 회사에 10억 원을 ‘투자’ 목적으로 넣었다면, 상식적으로 당연히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기본이다. 아예 경영권을 통째로 인수할 수 있는 수준이고, 경영과 사모펀드 운용에 경험이 없어 직접 경영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수시로 참견이라도 할 만하다.

 

그런데 그런 경영 간섭은 전혀, 티끌만큼도 없었다. 앞서 살펴봤듯이 정경심 교수와 동생은 오로지 원금 보장과 수익률에만 집중되었고, 두 차례 정산에서 약정했던 이자와 원금만 챙겼다. 추가로 투자 수익 같은 것을 요구한 흔적이 전혀 없다.

조범동과 정 교수 사이의 대화에서 ‘투자’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기는 했지만, 전문 금융인이나 직업 투자자, 경영인이 아닌 이상 일반인에게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기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투자’로 여긴다.

민사 판례에서도 이 대여와 투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문언적 표현’이 아니라 자금이 오고 간 ‘실질’을 봐야 한다.

 

그래서 처음 정 교수의 1심을 맡았던 송인권 판사는 “민사소송에서 대여와 투자 용어를 섞어 쓴다”라며 “민사재판에서 투자와 대여를 많이 다투는데, 원금 보장과 수익 보장은 대여로 본다. 검찰은 이를 뒤집을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내달라”라고 주문했던 것이다.

 

 

 

 

정경심 1심 재판부의 무리한 ‘투자’ 판단

 

 

그런데 1심 재판부가 교체된 후, 임정엽 재판부는 조범동의 소병석 재판부 판결보다 6개월 늦게 내놓은 판결에서, 직전의 송인권 재판부와 조범동 재판의 1심 소병석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고 ‘대여'가 아닌 ‘투자’로 판단했다. 대여금을 둘러싼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문언적으로만 해석하고 자금의 실질적 내용은 무시함으로써, 정립된 이전의 판례들을 부정한 것이다.

 

임정엽 재판부가 1차 대여금 5억 원에 대해 ‘대여’가 아닌 ‘투자’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제시한 논거는, 정 교수가 2015년 11월 26일, 12월 10일, 12월 21일에 조범동과 나눈 대화가 주식 투자나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 상품에 투자를 권유하는 등의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투자 얘기를 하다가 입금했으니 투자 맞잖아’라는 의미다.

 

이 논거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재판부가 여러 해 전의 사건에 대해 우연적으로 남아있는 단편적 증거들이 당시 있었던 사실의 전부라고 예단한 것이다. 12월 31일 최종 입금 전에 두 사람의 대화가 법정에 제출된 내용들 뿐이었겠는가.

 

 

 

 

 

특히 법정에 증거로 제출된 12월 21일까지의 대화에는 구체적 디테일들과 최종 결정 부분이 모두 다 빠져 있는 만큼, 31일에 최종 5억 원을 입금하기 전까지 10일 사이에 추가 대화가 있었을 것은 확실하다. 그 사이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재판부는 전혀 알 수 없었음에도, 입금 10일 전까지의 문자메시지가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대화의 전부라고 간주하고 투자라고 단정한 것이다.

 

더욱이, 위에서 보다시피 2015년 12월 21일에 조범동이 자신의 펀드 상품에 대한 ‘투자’로서 제시한 수익율은 “15~19%”였다. 이에 반해 1차 대여금 정산으로 지급된 수익금은 14개월간 총 5,900만원으로서 연 10%였다. 즉 조범동이 처음 영업한 ‘펀드 상품’과 실제 5억 원 입금 건은 서로 다른 건이다. 비어 있는 10일 사이의 두 사람 사이 대화에서 위 문자메시지 내용과는 다른 내용의 협의가 진행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에 대해 상식적이고 우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15~19% 수익율의 투자’로 시작된 대화가 정 교수의 변심으로 ‘10% 이율의 대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편, 재판부는 이 논거 외에 별도의 논거로서 조범동이 12월 21일 보냈던 위 메시지에서 추가로 “분기별로 투자금 수익 선분배도 가능”이라고 써놓은 것을 가리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수익률 감소를 감수하고 분기별로 수익을 나눠 받는 투자계약”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1% 수익률 차이에 눈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경험 있는 금융 투자자라면 15~19%가 10%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조금”이라고 이해해줄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같은’ 투자 상품이라면 이미 결심했던 투자도 취소하고 영업사원에게 장난 치느냐고 벌컥 화를 내어 마땅한 정도의 큰 차이다.

결국 투자가 아닌 대여 방식으로 바뀐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어서 1차 대여금 관련 재판부의 두번째 논거는 “친밀하지도 않은 조범동에게 담보도 없이 5억 원의 거액을 대여하였다는 것은 일반적인 거래 관행에 맞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리라면 친밀하지도 않은 ‘보이스피싱범’에게 거액을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들은 모두 실제 피싱 사기를 당했을 리가 없는 셈이다.

 

“일반적인 거래 관행”이라는 말은 객관적이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은 뜬구름 잡기식 주관적 기준이다. 조범동의 말주변이 얼마나 좋았는지, 당시 정 교수의 일진이 어땠는지, 혹 제3자로부터 조범동에 대한 좋은 평가라도 들은 건 아닌지, 그런 목적으로 조범동이 적절한 바람잡이를 내세우지는 않았을지. 법관들이 막연히 연상하는 “일반적인 거래 관행”을 넘어서는 일들은, 세상에는 얼마든지 넘쳐난다.

 

더불어 이 재판부는 같은 논거에서 “담보도 없이 5억 원을 지급한 이유는 대여를 통해 낮은 이율의 이자를 받기를 원한 것이 아니라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를 원했기 때문”이라고까지 덧붙였다. 연 10%의 수익률이 대여금 이자라고 보기엔 너무 높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 논리는 바로 앞에 내세운 ‘친밀하지도 않고 담보도 없는데도’와 정면으로 상충하는 논리다. 담보가 없고 신용도가 낮으면 당연히 이율이 높아진다. 기업의 신용등급에 따라 발행하는 회사채 금리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후 이어지는 여러 논거들에서, 임정엽 재판부는 조범동과 정 교수의 대화에서 나온 ‘투자’, ‘투자금’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문제 삼았다. 하지만 앞서 썼다시피, 기존의 일관된 판례들에서 대여와 투자를 나누는 기준은 문언적 표현이 아니라 원금 보장과 고정 수익률이 보장되었느냐 하는 ‘실질’이다.

 

 

가상 시나리오를 현실로 단정한 억지

 

2차 대여금 총 10억 원에 대해 임정엽 재판부가 역시 ‘투자금’이라고 판단하며 내놓은 논거들도 합리적이라 보기 힘들다. 그 중에서도 첫번째로 제시한 논거가 가장 기가 막히는데, 가상의 투자 시나리오를 쓴 정 교수의 아이폰 메모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해당 메모의 내용은 블루펀드 투자 직전인 2017년 7월 24일에 작성하고 8월 11일에 최종 수정된 것인데, 이를 임정엽 재판부는 1블루펀드 수익률이 최고인 경우 블루펀드 14억이 28억이 되고, 2투자/대여금 10억 원에 2억 원을 추가해서 12억을 만든 다음, 3블루펀드 28억과 투자/대여금 12억을 합해 40억 원이 익성의 W사 인수합병과 주식스왑 등의 방법으로 최대 두 배인 80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 끝에 임정엽 재판부는 “매월 지급받고 있는 860만원의 고정수익금 외에 코링크PE의 사업 성과에 따라 위 10억 원의 최소 50%, 최대 100%까지 증가하는 것을 전제로 예상수익을 계산했다”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임정엽 재판부는 여기서 핵심적인 세 가지 문제들을 간과했다.

 

 

 

첫째, 이 메모의 제목이 “블루코어1호 예상 수익”이라는 점이다. “블루코어1호 및 기존 10억 예상 수익”이 아니다.

둘째, 추가 2억 원(정 교수 1억, 동생 1억) 입금은 실제론 이루어지지 않았다. 추가 2억 원 입금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인데, 그것이 현실화 되지 않은 사실을 무시한 것이다.

셋째, 이 시나리오 내용과 달리, 이 대여금 10억 원은 재투자 되지 않고, 2018년 5월에 원금 10억 원을 돌려받고 최종 정산이 끝났다. 임정엽 재판부가 가정한 50% 혹은 100%의 수익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재판부의 상상대로 애초부터 고정수익금 외에 추가 투자 수익금이 전제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정 교수와 동생은 2018년 5월에 원금 상환을 받을 당시 왜 원금만 돌려주냐고 조범동에게 단단히 따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랬다면 50%나 100%에는 턱없이 못 미치더라도 단 몇% 정도라도 더 지급했을 것 아닌가. 하지만 정 교수와 동생은 원금인 딱 10억 원만 받았고, 그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한 흔적도 전혀 없다.

 

애초 이 시나리오 자체가 ‘2억 원 추가 입금’이라는 실행되지 않은 조건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메모의 제목부터 ‘블루펀드 예상수익’이라는 점에서, 이 시나리오는 기존 대여금 10억 원에 2억 원을 더해 블루펀드에 추가 투자할 때의 예상 수익이라는 것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더욱이 이 시나리오의 골자를 정 교수가 혼자서 계산한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최초 작성 일자가 블루펀드 가입 전날이었고, 그 전 며칠간 조범동과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었을 것이므로, 이 메모 내용에는 조범동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거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더욱이 정 교수가 실제 실행하지 않은 2억 추가 입금 건이 시나리오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봐도, 조범동이 추가 자금 2억 원을 더 유치하려고 정 교수를 설득하려 한 시나리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블루펀드 14억 원(사실 이 14억 원도 정 교수는 당초 7억 원만 투자하려던 것을 조범동이 설득해 더 늘린 것이다)이 28억이 된 후에야(전혀 실현되지 않음) 12억을 더하는 식으로 계산된 것은, 대여금 10억 원을 상환해야 하는 시점(2018년 5월)을 기준으로 조범동이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즉 조범동은 상환일이 차츰 다가오는 상황에서 대여금 10억 원을 상환하는 대신 블루펀드에 ‘묻어’버리고, 거기다가 추가로 2억 원까지 더 받아내려고 했던 것이다.

 

이것은 조범동으로선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정 교수는 이 시나리오의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 조범동은 2억 원의 추가 입금도 받아내지 못했고, 상환일인 2018년 5월이 되어 정 교수가 블루펀드로의 투자 대신 원래대로 상환을 요구하자, 조범동은 이 원금 10억 원을 상환하기 위해 WFM으로부터 13억 원을 횡령하는 범죄까지 저질러야 했다. (조범동 재판에서 유죄 선고.)

 

 

‘유상증자’ 지분은 도리어 ‘투자’ 아닌 ‘대여’의 정황증거

 

임정엽 재판부가 두번째로 제시한 논거 역시 기가 막히는 수준이다. 조범동에 의해 만들어진 외형적인 유상증자에서 명시적으로 고정수익률을 제시한 것을 투자의 근거로 본 것이다.

2016년 9월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권유했다가 취소된 5억 원 유상증자 건에서 “코링크PE와 동반성장, 기타소득으로 연 12% 지급”이라고 쓰여있는 표현을 가지고 해당 “유상증자의 실질이 코링크PE에 대한 투자”라고 판시했고, 이어서 2017년 2월 추가 5억을 더해 10억 원의 유상증자가 꾸며졌을 때도 “2019. 9.경 제안받은 것과 동일하게 고정수익률 보장 및 코링크PE와의 동반성장이라는 제안을 받고 코링크PE에 5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썼다.

 

스스로 “고정수익률”이라고 명시하고도 어떻게 ‘투자’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혹시 ‘동반성장’이라는 표현에 꽂힌 것인가. 하지만 이것은 정 교수의 표현도 아니고 조범동이 쓴 표현이다. 그것도 의도가 숨은 표현이다.

 

재판부가 ‘투자’라는 단어가 거론된 증거로서 판결문에 첨부해놓은 2017년 2월 23일자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서조차, 정 교수와 조범동 사이에 13회의 대화가 오갔음에도 ‘유상증자’나 ‘지분’은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오직 “컨설팅 수수료”로 꾸며진 월 이자만이 언급되었다. 정 교수와 동생 정 씨의 목적이 코링크PE 지분이 아니라 ‘이자’였고, 조범동도 그것을 알았기 때문에 ‘코링크PE 지분’은 언급도 하지 않고 “컨설팅 수수료”만 언급한 것이다

 

심지어 2017년 2월에 대여금을 10억 원으로 늘리면서 작성한 유상증자 서류를 보면, 자본금 2억5천만 원짜리 회사에 10억 원을 ‘투자’했는데, 1주당 2백만 원으로 계산하는 꼼수로 지분율을 0.99%로 낮췄다. 정 교수와 동생은 경영 관여 쪽으로는 한번 거론조차 한 적이 없었는데도, 조범동은 혹시라도 정 교수나 동생 정 씨가 경영에 관여하려 할 가능성마저 미리 막아놓은 것이다.

 

재판부가 먼저 거론한, 정 교수가 거절한 2016년 9월의 유상증자 시도에서도, 조범동은 기존 대여금 5억 원을 투자금으로 전환하거나 혹은 추가 대여금을 받아내기 위해 유상증자 방안을 제시했었다. 그 시도에서도 조범동이 꾸민 1주당 가격은 1주당 1백만 원으로서, 역시 0.99% 지분이었다. 조범동은 ‘지분율 1% 미만’에 매우 진심이었던 것이다(다른 한편으로, 이렇게 1% 미만의 낮은 지분율은 ‘소액주주’로 인정받아 세금을 감면받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유상증자 서류를 꾸민 주체인 조범동 본인의 입장에서는 정 교수와 동생의 세금 감면보다는 경영간섭 가능성 배제가 더 우선적이었을 거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 유상증자 참여가 ‘직접 투자’이며 펀드 운용에 직접 개입 정황이라 주장한 채널A 보도. 그 지분이 0.99%인 점은 보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 교수와 동생이 이런 황당한 지분율에 대해 아무런 이의는 커녕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 역시 유상증자 서류는 명목만 그렇게 처리한 것 뿐이고, 자금의 실질적 성격과 목적이 투자금이 아닌 대여금이었다는 것을 또 한번 방증하는 것이다.

이 10억 원의 성격이 실제 코링크PE에 대한 ‘투자’의 목적이었다면, 정 교수나 동생이 0.99%라는 기막힌 지분율을 보고 가만히 있었겠는가.

 

 

하급심 ‘대여’, ‘투자’ 판단을 섞어버린 구자헌 재판부

 

한편, 조범동 재판의 2심을 맡은 구자헌 재판부는, 정경심 교수와 조범동의 각 1심 판단에서 ‘투자’와 ‘대여’로 판단이 엇갈린 것을, 양쪽을 합해 “금전소비대차계약과 투자계약이 혼합된 형태의 계약”이라는 새로운 판단을 내놓았다.

 

구자헌 재판부는 먼저 조범동 1심을 맡았던 소병석 재판부의 ‘대여’ 판단에 유력하게 손을 들어주었다. 조범동이 자금을 받아간 후로도 투자 현황이나 수익 내역, 익성 사업 현황 등에 대해 정기적인 투자 운용보고서를 보내지도 않았고, 정 교수도 딱히 문의하거나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또한 1차 대여금 5억 원의 정산이 있었던 2017년 2월에, 투자 결과나 수익 현황에 따라 정산한 것이 아니라, 연 10%의 “이율”로 계산했다는 점, 정 교수 역시 별도의 투자수익 정산 결과를 요청하지도 않았다는 점도 새로이 짚었다. 모두 ‘대여’ 판단의 합리적인 근거들이다.

 

그런데 이 조범동 2심 재판부는 ‘대여 외에 투자의 성격도 있다’라면서, ‘약정된 이자’ 외에도 ‘별도의 수익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고 본다는 판단을 더했다. 하지만 그 ‘별도의 수익금’은 1차, 2차 대여금 모두에 대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정 교수와 동생이 이자 외에 ‘별도 수익금’은 왜 안 주냐고 한 번 언급조차 하지도 않았다. ‘별도 수익금‘은 재판부의 상상 속에만 존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재판부가 제시한 논거들 중 유일하게 실질적인 것은, 앞서 임정엽 재판부가 제시했던 아이폰 메모 하나다. 그리고 앞서 살펴봤듯이, 해당 메모에 대한 임정엽 재판부의 판단은 얼핏 보기엔 타당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치명적인 잘못 세 가지를 간과한 잘못된 판단이었다.

 

요컨대, 조범동 2심을 맡은 구자헌 재판부의 판단을 평가하자면, ‘기본적으로 대여 계약이 맞지만 투자 성격도 있었다’ 정도의 의미다. 대여 부분에서는 소병석 재판부도 미처 거론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황을 발견하는 등 독자적인 판단으로서도 유의미했지만, 반면 ‘투자 성격’을 거론한 부분에서는 임정엽 재판부의 잘못을 그대로 답습하고 주관적 논거를 제시하며 무리한 부분이 많았다.

 

조범동 2심 판결문에서 해당 판단 부분을 여러 차례 재검토한 필자의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구자헌 재판부는 동일 사건을 두고 ‘대여’와 ‘투자’로 판단이 갈린 소병석 재판부와 임정엽 재판부 사이에서 ‘기계적 중립’ 의도의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소병석 재판부의 ‘대여’ 판단을 골자로 해서, 거기에 임정엽 재판부의 ‘투자’ 논거들 일부를 더해 “대여와 투자가 혼합된 계약”이라는 이상한 판단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짬뽕과 짜장면을 짬짜면 그릇에 잘 담으면 짬짜면이 된다. 하지만 짬봉과 짜장면을 그냥 한 그릇에 부어버리면 그것은 짬뽕도 아니고 짜장면도 아니며 짬짜면조차도 아니다. 구자헌 재판부는 잘 만든 짬뽕에 불량 짜장 소스 몇 숟가락을 얹어 비볐다.

 

한편, 정경심 교수 재판의 2심을 맡았던 엄상필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확정 판결이 나온 조범동 재판의 2심 구자헌 재판부가 “금전소비대차계약과 투자계약이 혼합된 형태의 계약”이라고 판단한 사실을 주목해 판결문에서도 거론했다. 그런데 그 조범동 재판이 대법원 확정까지 됐음에도, 엄상필 재판부는 논증이나 논거 제시도 없이 임정엽 재판부의 결론만을 인용해 ‘1차, 2차 모두 투자’라고 선언하고는 덮어버렸다.

 

검찰이 극도로 편향된 정보를 흘려 법조기자들을 부추기고, 법조기자들의 편향된 보도가 전체 언론 보도를 이끌고, 그렇게 쏟아진 언론 보도들이 여론을 왜곡하고, 종국엔 그렇게 왜곡된 여론이 법원의 판단까지 왜곡시키는 흐름이 ‘조국 사태’ 전반을 지배한 기조였다.

그리고 검찰에서부터 법원 판결까지 이르는 이런 다단계 역학 관계는, 차후 살펴볼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서는 이보다 훨씬 극악스러운 결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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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언·론 민들레 / 박지훈 / 2022-12-19)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www.mindlenews.com)

 

 

* 제휴매체인 시·민·언·론 민들레 19일 자 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