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상중작(喪中作) : 존재 가치가 없는 정부

道雨 2022. 12. 20. 12:34

상중작(喪中作)

 

존재 가치가 없는 정부

 

 

상중작(喪中作)


많은 이들이 그렇듯 나 역시 늘 ‘경제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도 학문으로서의 경제는 잘 모른다. 아마도 골치 아픈 수학과 연결되는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거시경제에 관해서는 거의 일자무식 수준이다.

 

나는 우리나라를 근본에서부터 갉아먹고 있는 두 종류의 짐승을 사나운 개(猛狗)와 창고에 숨어있는 쥐(社鼠)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데, 이중 창고의 대표적인 쥐가 기재부 공무원들이다. 이 쥐새끼들이 똘똘 뭉쳐서 언론과 짜고 거시경제에 무지한 국민과 정치인들을 철저 히 속여가며 분탕질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학자로 건국대 최배근 교수를 으뜸으로 친다. 초야에 많은 진보 경제학자들이 숨어있겠지만 (진보 경제학자들이 별종으로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기득권과 자산층이 아닌 국민 다수의 행복과 발전이란 관점을 가지고, 경제현상을 정의롭고 공정하고 균형있게 분석하는 양심적 학자들이다), 최 교수야 말로 숨지 않고 뛰어나와 뉴스공장이나 다스뵈이다, 자신의 유튜브 등 매체를 통해, 나 같은 경제 무지랭이들을 직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런 양심적이고도 용감한 학자가 시민언론 민들레 정기 투고를 통해 더 많은 민주시민들에게 경제교육을 하게 된 것은, 민들레-독자 간 칼럼 앵커 역할을 맡고 있는 내게 큰 행운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최 교수가 지난 토요일 빙부상을 당했다. 일 욕심만 많은 나는 조의를 표하기도 전에 이번 주 칼럼을 못 받게 되겠구나, 낙담만 하고 있었는데, 최 교수는 “(상중이라는) 좋지 않은 환경에서 글을 만들다보니 거칠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최선입니다. 한 주 연기를 요청하려다가 약속이기에...”라는 정중한 양해 글과 함께 원고를 보내왔다.


추사 김정희는 운명하기 며칠 전 봉은사 ‘판전(版殿)’ 글씨를 쓰면서, 그 한 귀퉁이에 ‘칠십일과병중작’(71세 과천노인이 병을 앓으면서 이 글씨를 쓰다)는 서명을 남겨, 후세 사람들에게 더 큰 감동을 준다. 
문득 엉망진창 윤석열정권을 향해 “너희들 때문에 나라 경제가 거덜나게 생겼다” 질타한 최 교수의 이번 칼럼이 ‘상중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존재 가치가 없는 정부


(시·민·언·론 민들레 / 최배근 / 2022-12-19)

 

 

3월 대선 이후 9개월이 마치 4년 9개월을 보낸 느낌이다. (나는 ‘최배근 TV’에서 처음부터 예상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무엇을 상상했든 그 상상 이상일 것이다. 내 예상의 근거는 시대 과제에 대한 이해와 능력 등이 전혀 담겨 있지 않은 대통령의 철학이다. 이 정권은 무지와 무능, 무책임, 탐욕, 그리고 뻔뻔함 등에서 이명박근혜 정권을 뛰어넘는다. 국민소득과 전체 가구소득의 감소, 물가 폭등, 수출과 무역수지 위기, 부동산시장 경착륙 진행, 신용위기, 가계와 기업의 부실 심화 등에서 보듯이 경제는 수직 낙하 중이다.

 

이 중에서 문재인 정권에 떠넘길 수 있는 것은 가계부채 및 그와 관련된 부동산시장 거품 정도이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거품 붕괴의 관리는 윤석열 정권의 몫이다. 전임 정부에서 위기의 싹을 키웠다고 해도, 그 위기가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정권은 대외환경의 탓도 들고 있다. 그러나 대외환경 악화에 따른 위기를 관리하고, 나아가 기회로 만드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지구적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은 최상의 관리 능력을 보여준 바 있고, 수출에서 급반등을 만들어내는 등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도 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지난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위기를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정권의 속성으로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위기는 한국 경제를 폐허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폐허가 되는 동안 정부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다수 서민은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은 모두가 아는 정보이기에 추가로 올 수 있는 진짜(?) 위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정한 자산을 갖고 있다고 자신을 부르주아로 착각(?)하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될 것이다.

 

 

달러 권력의 남용과 2023년 위기

 

위기는 기본적으로 내부 취약성의 산물이지만, 대외적 요인은 내부 취약성을 위기로 발전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하곤 한다. 주지하듯이 국제금융환경 흐름은 달러가 결정한다. 지금 우리 앞에 다가오는 대외환경의 먹구름은 미국의 위기와 그에 대한 대응의 산물이다. 15년 전의 금융위기부터 최근의 코로나 팬데믹 위기까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라가 미국이었다. 미국의 심장에서 일어난 금융위기의 피해는 차치하더라도 코로나 팬데믹에서 세계 인구의 약 4%인 미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의 약 17%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 선진국 중 희생자가 가장 많았다.

 

일부 사람에게 그 피해가 크지 않게 보였다면 그것은 한마디로 달러의 덕택이었다. 금융위기 직전부터 2021년 말까지 연준이 추가로 인쇄한 달러는 약 7.9조 달러에 달한다. 연준이 발행한 달러는 금융위기 직전에 8700억 달러 정도였으나 2021년 말에는 열 배가 넘는 8.8조 달러 규모로 증가하였다. 이 절대 규모가 잘 와닿지 않을 것이다. 미국 경제규모 대비로 보면 1996년부터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직전인 2008년 여름까지 연준이 발행한 달러 규모는 미국 GDP 대비 5.5%에서 5.9%로 큰 변화가 없었다. 물론 경기침체가 있었던 2002년에는 6.5%까지 상승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양적 완화가 진행되었던 2014년까지 GDP 대비 25%를 넘어서고,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2021년에는 38%를 돌파하였다. 아베노믹스를 시작하기 직전 일본은행의 엔화 발행 규모가 GDP 대비 32%가 채 되지 않았었다.

 

연준이 발행한 달러의 가장 많은 양이 미국 정부가 발행한 미국채 매입에 투입되었다. 즉 금융위기부터 코로나 팬더데까지 위기를 수습하는 데 정부가 투입한 자금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달러를 찍어냈다는 것이다. (2차 대전부터 월남전까지 그랬듯이) 위기 상황에서 자금 마련은 부유층에 대한 증세도 있지만 손쉬운 차입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달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 등 다른 나라가 그랬다면 화폐 가치와 국채 가격은 폭락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10월 기준 시장에서 거래되는 미국채는 발행액 기준 23조 6000억 달러가 넘는다. 그런데 시장가격 기준으로는 21조 5000억 달러가 조금 넘는다. 발행 당시 가치보다 2조 1000억 달러 정도 낮게 형성되고 있다. 미국채 가격이 발행가치보다 낮아진 것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올해 3월부터였다. 1985년 4월 이래 시장가치는 발행가치를 항상 추월해왔다. 2022년 10월에 미국채 시장가치는 발행가치의 91% 수준까지 하락했는데 이는 1981년 7~9월에 기록한 89%~90% 수준 다음으로 많이 떨어진 것이다. 10월 영국채 중심의 국채 파동의 배경이다. (재정 압박 상황에서) 대규모 감세를 발표하며 리즈 트러스를 최단기 영국 총리로 만든 국채 가격 폭락(=수익률 폭등) 사태가 그것이다. 국채 매도 급증 → 국채 가격 폭락 → 국채 담보가치 하락과 증거금 보충 → 국채 매도 → 국채 유동성 하락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하자 (긴축 상황에도 불구하고) 영국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당시 미국채 시장도 긴장이 고조되었다. 국채 투자자들이 미국 재무부가 국채 매입에 나서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문제는 최근의 현상이 80년대 초 이전의 그것과는 다른 원인에서 비롯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선 뒤에서 다시 언급할 것이다.

 

어쨌든 국채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은 국채 수익률의 상승과 같은 말이다. 올해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크게 세 차례 급등 국면이 있었다. 첫 번째는 3월 4일~5월 6일 사이로 140bp(1bp=0.01%)가 상승했고, 같은 기간에 나스닥 지수는 8.8%가 하락했다. 두 번째로 5월 27일~6월 14일 사이 74bp(5월 6일 ~ 6월 14일 사이 33bp) 상승이 있었고, 이 기간에 나스닥은 10.7% 하락했다. 세 번째로는 8월 1일~10월 24일 사이로 164bp(6월 14일 고점 대비로는 76bp)가 올랐고, 나스닥은 11.5%가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채 10년물 수익률과 주가 변동폭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세 국면에 한국채 10년물 수익률은 각각 79bp 상승, 49bp 상승, 156bp 상승이 있었고, 코스닥은 5.6%, 19.4%, 18.9% 하락을 기록했다. 올해는 20세기 이후 채권 수익률과 주가 수익률의 동시 하락을 겪은 3개년(1931년, 1969년, 2022년) 중 하나였다. 특히 올해는 채권 수익률 하락이 가장 컸던 해였다.

 

미국채는 달러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취급되었다. 그런데 올해는 수익률 하락이 가장 큰 자산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인플레가 꺾이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도 변화가 예상되면서) 10월 하순 이후 미국채 수익률은 빠르게 하락하며 11월 이후에는 연준금리와 역전을 나타냈고, 그에 따라 위험자산 가격도 안정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향후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금리 인하로의 추세 전환을 전제로 하는) 미국채 수익률의 하락, 즉 미국채 매수 흐름이 지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미국 역시 영국보다 재정 부실이 심각하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세수 확보 없이 지출이 과도해지며 미국채 공급과잉이 구조화되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채는 미국 국내 은행이 40% 안팎, 연준이 26%, 그리고 일본 5.2%, 중국 4.0% 등 해외에서 31%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자본 규모에 제약받는 은행의 국채 보유는 포화상태이고, 연준은 6월부터 양적 긴축을 진행 중이고, 미국채의 주요 매수자였던 일본은 올해 환율 방어를 위해 국채 매각 압력을 받아 왔다. 기본적으로 미국채의 핵심 보유자들이 국채 매수를 늘리기 어려운 구조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채의 유동성 부족이 국제금융시장에 화두로 부상한 배경이다.

 

문제는 국채 수익률이 급등, 즉 미국채 가격이 급락할 경우 미국채의 담보가치 하락과 증거금 충당에 필요한 미국채의 추가 매도, 그리고 유동성 부족에 따른 미국채 가격의 폭락 및 위험자산 가치의 붕괴라는 대혼란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008~2023년까지 캐나다 중앙은행과 영국 중앙은행의 총재를 역임했던 마크 카니(Mark Carney)가 지난 11월 9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로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높게 지속될 경우 (언제일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갑작스러운 유동성과 담보가치 부족 상황으로 점프하면서 매우 빠르게 ‘꼬리 리스크(a very fast tail risk)’가 전개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배경이다. 종 모양을 갖는 확률밀도함수 곡선의 양쪽 끝(꼬리)의 확률값은 거의 0에 가깝고, 이를 비유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지만 발생할 경우 대규모 자산가치 손실로 이어지는 위험을 ‘꼬리 리스크’로 지칭하고 있다.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취급해 온 미국채의 유동성 부족 문제는 기본적으로 달러의 힘을 믿고 국채를 과도하게 발행한 미국 정부의 오판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꾸로 가는 윤석열 정부

 

지난 글에서 말했듯이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과 탐욕으로 자금시장의 신용위기는 계속 진행 중이다. 10월 하순 이후 대외적인 금융환경의 완화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은 시중은행 및 한국은행의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악화일로의 부동산시장, 고금리와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의 자금난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은행의 자금조달 압박은 증가할 수밖에 없고, 한국은행 역시 물가안정에 방해가 되기에 시중은행 및 금융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속하기도 어렵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12월 7일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유동성 공급 능력 확대를 위해 (거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장외파생상품 매매 과정에서 담보로 받은 국채를 담보로 활용하여 자금을 조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12월 17일 기준 올해 국채 거래 규모는 1947조 원으로 민간채(=은행채+금융채+회사채+ABS) 거래 규모 1561조 원보다 385조 원이나 많다. 따라서 (앞에서 설명한 대로) 국채 가격이 하락할 경우 담보 증거금 보충과 국채 가격 추가 하락 등의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뿐 아니라 담보 고리를 확장함으로써 연쇄적인 부정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영국 국채 파동의 시발점이었던 리즈 트러스 정부의 감세 계획이 발표된 9월 21일 이후 국제금융 환경이 악화하며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73bp가 급등했지만, 한국채 10년물 수익률은 더 커다란 85bp나 올랐다. 금융시장 상황이 나빠질 때 한국채 타격이 더 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러한 문제를 모르지는 않을 텐데 국채의 재담보 활성화로 자금조달 여건을 해결하려는 자세는 지금까지 보여준 윤석열 정부의 또 다른 땜질식 대책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더 큰 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위기를 관리하기보다 위기를 조장하는 상황에서 국민 개개인은 자신의 살 길을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위기 상황에서 도움이 되기는커녕 국민을 사지로 내모는 정부는 존재 가치가 없다.

 

 

 

“시민언론 민들레의 모든 콘텐츠는 시민들의 소중한 후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www.mindlenews.com)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0&table=gs_kang&uid=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