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집회의 자유' 유린하는 정권…'反자유민주' 본색 노골화

道雨 2023. 5. 25. 15:04

'집회의 자유' 유린하는 정권…'反자유민주' 본색 노골화

 

 

 

위헌적‧초법적인 집회 규제, 경찰 과잉진압 유도

건설노조 1박 2일 대회에 멋대로 '불법‧폭력' 딱지

경찰 스스로 "기물파손‧폭력 등 위법 없었다" 밝혀

대법원 "명백‧현존하는 위험 있을 때만 제한 가능"

'불법 전력' '문화제' '출퇴근 시간대' 막가는 발상

'면책 조항' 무리한 해산‧체포 공권력 남용 부추겨

 

 

 

 

윤석열 정권이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라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을 유린하는 시도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입만 열면 '자유'를 강조하고 '법치주의'를 내세우는 정권이, 실제로는 위헌적이고 초법적인 집회 대응 방침을 공공연히 천명하며, 경찰의 과잉 진압을 노골적으로 유도하는 모습이다.

국가정보원이 민주노총에 이어 전교조에 대해서까지 '간첩단' 연계 혐의로 무차별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정부의 의도적인 공안몰이가 윤석열 대통령 집권 2년 차를 맞아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건설노조 1박 2일 집회에 멋대로 '불법‧폭력' 딱지

 

국민의힘과 정부는 24일 '불법 집회·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가 집회·시위 개최 계획을 신고할 경우 이를 허가하지 않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또 출퇴근 시간대 도심에서 여는 집회·시위도 신고 단계에서부터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당정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의회는 지난 16∼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서울 도심 1박 2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계기로 불법 집회·시위 대응책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개최됐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앞으로 집회 신고단계에서부터 철저히 대응하겠다"며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이번 (건설노조) 집회와 같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를 개최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제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심 도로상에서 개최하는 집회·시위와 관련해서도 역시 신고 단계에서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의견이 모아졌다"며 "야간 문화제를 빙자한 집회나 편법·불법 집회에 대해서도 법의 취지에 맞게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정은 0시∼오전 6시 시간대 집회 금지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경찰 등의 공권력 행사를 위축시키는 기존 집회·시위 관련 매뉴얼이나 관행도 개선하기로 했다.

윤 원내대표는 '노숙 집회'에 대해 "노숙 자체를 단순히 잠을 자는 문제가 아니고 집회·시위의 연장으로 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신이 발의한 0시∼오전 6시 집회·시위 금지 법안을 중심으로 야당과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미 지난 22일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원내대표가 집회·시위 금지 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로 구체화해 지난 2020년 6월 발의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토대로 입법을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또 "사생활 평온을 침해하는 유형의 소음도 집회·시위 소음 규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소음 기준을 강화해 전체적으로 5∼10㏈(데시벨) 정도 기준을 강화하는 권영세 의원 안을 중심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위축시키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매뉴얼이나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며 "공권력 행사로 현장 공직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은 소송 지원이나 내부적 신분상 불이익 등이 없도록 조치를 다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지난 정권에서 시위를 진압한 경찰에게 책임을 묻는 등으로 불법 시위를 방관하게 하는 것이 관행이 되면서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종이호랑이가 됐다"며 "시위꾼들은 법질서 준수는커녕 1박 2일 노숙 투쟁을 하며 서울을 난장판을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민노총의 불법 집회로 많은 시민이 불편과 고통을 겪었다. 집회·시위를 빙자하여 폭력을 행사하고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는 범죄행위는 엄정히 단죄되고 막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정협의회에 나온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께서 불법 집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방치하는 정부와, 불법 집회를 단호히 막고 책임을 묻는 정부 중에서 후자를 선택하셨다고 생각한다"며 "합법이 아닌 불법 집회는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한다"고 했다.

 

이 같은 방침의 연장선상에서 경찰은 박근혜 정권 이후 중단됐던 불법 집회·시위 해산 및 검거 훈련을 재개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오는 25일부터 내달 12일까지 '경찰청 및 각 시·도청 경찰 부대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는데, 경찰의 불법 집회 해산 훈련은 2017년 3월 이후 6년 2개월 만이다. 이번 훈련엔 전국에서 경찰 기동대 131개 중대 1만 2000여 명의 경력이 참가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방치·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직무를 충실히 이행한 법 집행 공직자들이 범법자들로부터 고통받거나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국가가 보호할 것이다. 경찰과 관계 공무원들은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스스로 "기물파손, 폭력 없었다" 밝힌 합법 집회

 

이처럼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은 건설노조의 1박 2일 집회를 '불법' '폭력'으로 규정하고, 이를 토대로 '집회 허가제'의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집회는 도로 점거와 소음 등 일부 논란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법원의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집회였고, 인명 피해나 경찰과의 과격한 충돌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경찰 스스로도 1박 2일 집회에서 "기물을 파손하거나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법 위반 사항은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강제 해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정은 노조를 상습적으로 악마화하며 왜곡 보도를 일삼는 조선일보 등 일부 수구보수 언론의 침소봉대 기사를 근거로 사실상의 '집회 허가제'를 공언하고 있다. 이는 물론 '신고제'가 원칙인 현행 집시법에 반하는 초법적이고 위헌적인 시도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에는 '집회의 시간·장소·방법·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포함된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있을 때만 집회 제한 가능

 

또한 법원은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는 집회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을 때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확립된 판례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폭력 시위와 교통 장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집회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미신고, 신고 내용 위반, 금지 통고 위반 등의 불법이 있더라도, 평화로운 집회는 해산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게다가 정부‧여당이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집시법 제5조는 집회 및 시위의 금지 조항을 두고는 있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라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전제하고 있을 뿐이다.

당정이 명분으로 삼는 건설노조의 집회 내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조건들이다.

따라서 '불법 전력'을 이유로 집회 개최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발상은, 헌법과 법률과 지금까지의 판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문화제' '출퇴근 시간대' 제한, 막가는 발상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8일 발언하고 이번 당정협의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도 언급한 "야간 문화제 등을 빙자한 불법 집회는 현장에서 해산 조치하겠다"는 경고도 마찬가지다.

문화제는 집시법상 신고 의무 자체가 없다.

집시법 제15조는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를 사전 신고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촛불문화제, 추모제 등의 다양한 행사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당연히 주최 측의 권리에 속한다.

설혹 이 같은 문화제에서 나온 구호 제창 등을 빌미 삼아 경찰이 자의적으로 불법 집회라고 정의하더라도,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경우도 아닌,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집회를 해산할 법적 근거는 없다.

 

"출퇴근 시간대 집회 제한" 역시 집회 시간을 언제로 결정할지는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속하기 때문에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발상임이 명백하다. '소음 규제'도 집회·시위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위축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미 집시법은 제14조 '확성기 등 사용의 제한' 조항을 두고 집회에서의 과도한 소음을 규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확성기, 북, 징, 꽹과리 등의 기계·기구를 사용하여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위반하는 소음을 발생시켜서는 아니 된다' '관할경찰관서장은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발생시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그 기준 이하의 소음 유지 또는 확성기등의 사용 중지를 명하거나 확성기 등의 일시보관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집회에서 일부 무질서한 행위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특정된 행위에 대해 형법이나 경범죄 처벌 조항 등 현행 법규에 따라 개별적 규제를 하면 될 일이지, 집회 자체를 금지하거나 통제할 근거는 없다.

 

 

'면책 조항', 무리한 해산‧체포 공권력 남용 부추겨

 

"경찰의 엄정한 법 집행"을 요구하며 그 과정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조항'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은, 경찰의 공무집행에 자의적이고도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으로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협박에 가깝다.

집시법 제3조는 '누구든지 폭행,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누구든지 폭행,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나 질서유지인의 이 법의 규정에 따른 임무 수행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가 방해받을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관할 경찰관서에 그 사실을 알려 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관할 경찰관서의 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보호 요청을 거절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오히려 평화적인 집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데, '면책 조항' 신설은 거꾸로 집회 진행을 침해하고, 나아가 과잉 진압을 부추길 우려가 다분하다.

비폭력 집회 문화가 거의 정착된 상황에서, 무리한 해산이나 체포 등 공권력 남용은 불필요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폭력을 조장하는 결과는 낳는다.

경찰의 적법한 공무집행 권한은 이미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총파업 결의대회에 나선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용산 대통령집무실 방면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2023.5.16. 연합뉴스

 

 

야간 특정 시간대 무조건 집회 금지? 헌재 결정에 위배

 

"야간집회 금지" 시도는 집시법 제10조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에서 비롯된 발상이다.

숱하게 지적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9년 9월 24일 "집시법 10조는 헌법상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5(위헌) 대 2(헌법불합치) 대 2(합헌)의 의견이었으니 사실상 압도적 위헌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집시법 제10조 중 옥외집회를 넘어 '옥외시위'에 관한 부분도 2014년 3월 27일 위헌으로 결정됐다. 재판관 6(한정위헌) 대 3(전부위헌) 의견이었는데, 쉽게 말해 일몰 뒤 밤 12시까지 시위를 금지하면 위헌이라는 결론이었다.

 

헌재는 "24시 이후의 시위를 금지할 것인지 여부는 국민의 법 감정과 우리나라 시위 현황과 실정에 따라 입법자(국회)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3명은 제한 시간을 특정할 이유도 없다며 전부위헌 의견을 냈지만, 아무튼 한정위헌 결정에 따라 적어도 밤 12시까지의 집회와 시위는 모두 보장됐고, 집시법 10조는 사실상 사문화했다.

 

이후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 집회·시위가 열리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다, 특별히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쳐 큰 문제가 된 경우는 없었다. 야간에 특정 시간대를 정해 무조건 집회를 못 하게 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입법으로 헌재 결정의 취지에 어긋난다.

심야 집회 또는 농성이 일부 시민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지만, 그 불편은 민주사회에서 시민들이 관용해야 하는 헌법적 의무에 해당한다. 따라서 심야 집회 그 자체를 불온시하고 매도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에 대한 기본적 이해조차 없는 수준이라는 점을 드러낼 뿐이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야권이 모두 정부‧여당의 이 같은 집회 규제를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이 하루가 멀다 하고 노조 때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것은, 화물연대 탄압 때 학습했듯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얄팍한 계산이 깔린 독재 권력의 폭주임에도, 이런 수법이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에게도 '먹힌다'는 얘기다.

'반자유민주주의' '반법치주의' 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각성이 거듭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호경 에디터haojing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