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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괜찮다지만…부동산PF 시한폭탄 ‘째깍째깍’

道雨 2024. 3. 22. 18:07

정부는 괜찮다지만…부동산PF 시한폭탄 ‘째깍째깍’

 

 

저축은행 9년 만에 적자…연체율 급등

PF 대출 잔액도 3개월 새 1.4조 증가

위험 커지는데도 당국은 위기설 일축

“총선 후 숨겨진 PF 부실 드러날 수도 ”

 

 

“4월 위기설은 과장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은 21일 열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서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총선 이후 부동산 PF발 위기설을 일축했다. 4월에 PF 정상화 계획이 공표되고 5월 이후 문제 사업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통해 연착륙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총선 이후 부동산 PF가 터진다는 건 큰 오해”라고 주장했다. 현재 상당수 사업장을 정리하는 중이고 이는 총선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PF 연체율이 급속히 상승하고 있고, 부실 사업장 정리도 잘 되지 않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건설비가 크게 오른 것도 악재다. 지금은 대출 만기 연장으로 겨우 버티고 있으나 부동산 PF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금융당국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숨겨진 부실’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도 ‘도둑처럼’ 덮쳤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3.21. 연합뉴스

 

 

 

불길한 징후는 2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저축은행·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에서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50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9년 만에 적자를 낸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연체율이 1년 만에 3%포인트 넘게 올랐다는 사실이다. 자산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 79개 사의 순손실 합계는 5559억 원이었다. 저축은행들이 적자를 낸 것은 2011년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 영향으로 2013회계연도(2013년 7월~2014년 6월)에 5089억 원의 적자를 낸 이후 처음이다. 금리가 올라 이자 비용이 증가한 여파도 있으나 부동산 PF 부실로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등에 1조 3000억 원이 들어간 게 결정적이었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말 6.55%로 전년의 3.41%보다 3.1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2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큰 기업 대출 연체율이 2.90%에서 8.02%로 5.12%포인트 급등했다.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부실 사업장이 늘고 있는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5조 6000억 원에 달했다. 3개월 전보다 1조 4000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2.42%에서 2.70%로 올랐다. 1년 전 연체율 1.19%와 비교하면 2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이는 부실 PF 대출과 연체율 관리가 제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 연합뉴스

 

 

위험 신호가 켜졌으나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 근거는 과거 위기 시기에 비해 연체율이 낮고 미분양도 많지 않다는 점을 꼽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연쇄적으로 부도를 냈던 2012년 말 금융권 연체율은 13.62%에 달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미분양 규모는 16만 6000호였다. 여기에 비하면 현재 연체율이나 미분양은 모두 양호한 편이다. 저축은행의 자기자본비율과 유동성비율,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현재로서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저축은행들도 위기 극복을 위해 PF 사업장 재구조화와 부실 자산 매각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PF 연체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고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도 이제 시작 단계라는 점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 업계에서는 현재 연체율이 낮은 이유는 PF 대출 만기 연장 등에 따른 ‘착시효과’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연체율은 계속 높아질 것이란 뜻이다.

 

                                 *  저축은행 자산건전성 현황. 연합뉴스

 

 

고금리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며 부동산 PF 부실화에 대한 경고는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주단 협약 등을 통해 어떻게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PF 위기가 가시화하면 선거에서 불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실 사업장이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위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건설비가 급등하고 있는 것도 PF 부실이 커질 수 있는 요인이다. 최근 건설비 급등으로 사업을 접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 아파트 재건축 단지 중에도 건설비를 감당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되는 사업장이 나왔다. 서울이 이 정도니 지방 사업장들은 말할 것도 없다. 

 

 

 

장박원 에디터jangbak6219@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