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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경제 목죄는 '약탈적 대출'…'살찐 고양이'만 배불려

道雨 2024. 5. 20. 11:37

서민경제 목죄는 '약탈적 대출'…'살찐 고양이'만 배불려

 

 

토건·금융 카르텔, 경제관료·한은·정계·언론·학계 망라

서민경제 살리려면 대출해 준 금융사 책임 묻고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하고 파산·면책 선언해야

 

 

 

서민경제가 많이 어렵다.

서민경제가 안 좋은 이유는 잘 알려져 있다.

코로나 시절 유동 인구가 급감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문을 닫을 처지였다.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고, 빚을 얻어 간신히 버텼다.

코로나가 끝나면 거래가 활성화되리라는 기대감에, 일부에서는 무리하게 인테리어를 바꾸고 손님 맞을 채비를 했다.

막상 코로나는 종식됐지만, 경제는 예상만큼 회복되지 않았다. 대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고금리 시대가 열렸다.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세계 경제의 불안감은 높아졌고, 한국 경제도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었다. 빚에 시달리는 서민들에게 고금리는 비극의 서막이었다.

약탈적 대출 이은 고금리, 서민경제에 직격탄

필자는 국내에 약탈적 대출을 처음 소개한 학자 중 한 명이다.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은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득을 챙기는 행위를 의미한다.

2000년대 초반 카드 사태 당시, 무분별한 카드 발급으로 카드빚을 갚을 수 없는 채무자가 늘면서, 비극적 상황이 지속되었다. 당시에도 정부는 거의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정상적인 금융에 대해 약탈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에서도 약탈적 대출은 주택담보대출에 주로 사용되던 용어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주택담보대출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오르는 주택가격으로 인해 서민들은 무리한 빚을 내야 했고,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대출을 해 주는 바람에 주택가격의 거품은 커지기만 했다.

소득에 비해 과도한 빚을 내는 바람에 되갚기 쉽지 않았으나, 저금리 시기에 이자만 갚는 대출이 많아 서민들은 이자만 갚아 나가면서 간신히 버텼다.

이렇게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이후에, 다시 코로나로 인해 가계부채가 늘면서,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 되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에서는 뒤늦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부과해서 상환능력에 맞도록 대출해 주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자 정부의 묵인하에 금융회사들은 만기를 과도하게 늘려 사실상 규제를 무력화시키고, 청년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부의 정책자금을 이용한 각종 특례 대출을 만들어 여전히 약탈적 대출을 이어가고 있다.

대출의 확대로 주택가격 거품은 더 커졌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졌다. 고금리는 그대로 서민경제에 직격탄이 되었다. 생활물가가 급격히 올라 실질 소득이 줄어들었는데, 가뜩이나 적은 소득에 이자 비용만 급등해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되었다. 계약 당시의 낮은 금리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서 고금리로 바뀌게 되면서, 이자 부담을 느끼는 서민 가계가 시간이 가면서 더 늘고 있다.

 
서민경제 살리려면 대출 금융사들 문책 필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전 세계에서는 금융회사 배만 불리는 잘못된 제도에 대한 저항운동이 크게 일었다. 서민들의 고통을 대가로 금융회사들만 배를 불렸는데, 막상 잘못된 경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정부가 세금을 투입하여 부실 금융회사를 구조하는 것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었다.

갚을 수 없는 대출에 허덕이는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마지막 순간까지 빚을 갚느라고 소비를 줄이는 시대가 왔다. 꼭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소비부터 줄이기 시작해서, 이제는 필수적인 교육비까지 줄이는 극한의 상황에 놓인 서민들이 많다. 그 결과 경제는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서민경제가 살아나기 전에는 경제 회복은 어려운 악순환에 빠졌음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살찐 고양이들'은 여전히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서민들의 고혈을 쥐어짜고 있다.

정부는 서민경제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부실 건설회사와 금융회사를 살리겠다고 서둘러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모든 상황은 이미 20여 년 전에 예고되었다.

약탈적 대출을 방치하면 서민들의 부담으로 살찐 고양이들만 좋은 일을 시키게 된다는 경고가 있었다. 약탈적 대출로 인해 주택가격에는 거품이 일고, 이것이 다시 서민경제의 부담을 더 키우고, 경제의 건전한 토대를 무너뜨릴 것이란 점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파산·면책 선언해야

한국은행은 무분별하게 이자율을 낮추어 약탈적 대출을 조장했고, 경제 관료들은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 법원은 여전히 파산과 면책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생색내기용 개인회생제도를 통해 금융회사 배만 불리는 결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치권은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려 노력하지 않고 있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면 대책이 보인다. 약탈적 대출이 원인이기 때문에, 상환능력을 따지지 않고 대출해 준 금융회사에 부담을 지우면 문제가 해결된다. 법원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구제하고, 약탈적 대출의 피해자들에게 파산과 면책을 선언해야 서민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어려운 시기에 정부가 적극 서민경제를 지원해야 비극적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미필적 고의는 사고가 날 것이 충분히 예고되는데도 오히려 사고를 조장하거나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행위를 의미한다. 한국은행과 정부, 법원, 정치권, 언론, 학계를 망라한 토건과 금융 카르텔의 미필적 고의로 인해, 지금 이 순간도 서민경제는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홍종학 경제스케치북mindle@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