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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발 불평등에 “기본소득 도입하자” AI 대부의 제언

道雨 2024. 5. 22. 11:35

AI발 불평등에 “기본소득 도입하자” AI 대부의 제언

 

 

힌턴 “AI가 직업 대체…부유층에 소득 집중”

“AI가 2년 내 전 세계 일자리 40%에 영향”

범죄와 전쟁 악용 차단할 규제 필요하지만

소수 기업 AI 독점이 초래할 양극화도 심각

AI 안전성과 불평등 해소 모두 중요한 문제

 

 

 

인공지능(AI)의 기초 이론과 활용 기술을 개척한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학 교수가 AI가 초래할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각국 정부가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영국 BBC와 인터뷰하며 나온 이야기인데 보이스피싱 등 범죄와 전쟁에 AI가 악용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 인공지능 석학 제프리 힌튼 교수 [AP 연합뉴스자료사진] 

 

 

힌턴 교수는 1980년대 중반 AI의 토대가 된 딥러닝의 알고리즘을 발표했고, 많은 AI 전문가를 양성했다. 이런 공헌으로 ‘AI의 대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구글에 몸담으며 첨단 AI 개발에 매진했으나, 지금은 AI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AI가 인간의 생물학적 지능을 뛰어넘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핵무기만큼 위험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힌턴 교수는 BBC와 인터뷰하면서도, AI가 범죄뿐 아니라 치명적인 무기로 사용되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AI가 인간에게 ‘멸종 수준의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AI를 규제하려면 제네바 협약과 같은 국제 협약이 필요하고, AI의 군사적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제안했다.

통제되지 않는 AI가 가져올 또 다른 ‘불행한 미래’는 소득과 부의 극단적인 양극화다. 힌턴 교수는 “AI가 생산성과 부를 증가시킬 것이지만, 많은 일상의 직업을 대체하며, (소수) 부유층에 부가 돌아갈 것”이라며 “모든 시민에게 일정한 양의 현금 소득을 지급하는 방향의 복지 개혁으로 기본소득은 매우 좋은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최근 힌턴 교수와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13일 스위스 국제학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AI가 쓰나미처럼 세계 노동시장을 강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I가 앞으로 2년 내 선진국 일자리의 60%, 전 세계 일자리의 40%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우리가 (AI를) 잘 관리하면 생산성을 엄청나게 높일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 더 많은 거짓 정보와 불평등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AI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기업은 물론 학교와 가정 등 거의 모든 곳에서 활용된다. 범용 AI 기술은 이제 막 싹트기 시작했으나, 의학 등 특정 분야에서는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오픈AI가 범용성을 띤 챗GPT를 개발하고, 그 성능을 고도화하면서 AI 발전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애플 등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은, 인터넷 이후 가장 큰 변화를 몰고올 AI 인프라 선점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 지난 1월 23일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 찍은 고도의 인공지능 ChatGPT와 운용회사 오픈AI 로고. 2023.01.23. AFP 연합뉴스

 

 

 

현재 AI가 도달한 기술 수준을 짐작할 만한 사건이 최근 일어났다. 오픈AI는 지난 13일 공개한 GPT-4o(포오) 음성 서비스 중 하나인 ‘스카이’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GPT-4o는 인간이 질문하면 빠른 응답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범용 인공지능(AGI) 모델이다. 지난 2013년 AI를 주제로 한 미래 영화 ‘그녀(Her)’에서 인간 목소리를 낸 AI를 그대로 구현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영화에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배우 스칼릿 조핸슨이다. 그런데 GPT-4o ‘스카이’가 조핸슨 목소리와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조핸슨이 반발했고, 오픈AI가 사용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AI가 실제 사람 목소리와 구분되지 않을 만큼 발전했다는 것을 뜻한다.

AI를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AI의 이런 위험성을 막기 위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21일과 22일 열리는 ‘AI서울정상회의’도 AI의 안전성이 주요 의제 중 하나다. 지난해 영국에서 개최된 AI정상회의에서 미국과 EU, 중국 등 28개 국가는 AI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협력하자‘블레츨리 선언’을 채택하기도 했다.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안전성 외에 혁신과 포용성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힌턴 교수가 제안한 ‘기본소득’은 포용성 측면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인데, 윤석열 정부의 관심사가 아니라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서울정상회의' 개막에 맞춰 21일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AI 기술의 안전성과 신뢰·윤리 확보, 딥페이크를 활용한 가짜뉴스 대응, AI 개발·활용 관련 저작권 제도 정비, 디지털 재난 및 사이버 위협·범죄 대응, 디지털 접근성 제고·대체 수단 확보, 비대면 진료의 안정적 시행,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호, 잊힐 권리 보장 등 8개 핵심과제를 제시했는데, 백화점식 나열인 데다 선언적인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새로운 디지털 질서정립 추진 계획. 연합뉴스 

 

 

 

피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국과 달리, EU와 미국 등 주요국은 AI의 악용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규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 3월 AI 기술을 개발할 때 지켜야 할 규제법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정했다. 미국도 AI 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과 함께, AI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중국과 일본도 AI 윤리와 규범을 정하는데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회에서 ‘AI 기본법’이 발의됐으나, 규제 수위를 놓고 여야가 소모적 논쟁을 벌이느라 진전이 없었다.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아 법안이 폐기될 확률이 높다.

AI 기본법이 있어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도 방향성과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AI 기본법이 필요하다는 것에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기본법에는 AI의 안전성과 AI가 초래할 불평등 해소 방안도 담아야 한다. 이때 ‘AI의 대부’ 힌턴 교수가 제안한 기본소득 도입도 대안 중 하나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장박원 에디터jangbak6219@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