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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해병 특검이 삼권분립 파괴?…용산 주장이 궤변인 이유

道雨 2024. 5. 22. 12:12

채해병 특검이 삼권분립 파괴?…용산 주장이 궤변인 이유

 

 

특검은 예외없이 여야 합의?…대북송금 등도 단독 처리

야당만 특검 추천 불공정?…국정농단 특검도 여당 배제

다른 특검법도 브리핑하는데 채해병은 브리핑 안 된다?

수사 중이라 안된다?…윤석열 검사도 수사 중인 데 특검

"특검 거부하려면 자기가 위헌이라고 반성문이라도 써야"

"본인 부정, 비리 의혹 감추려고 권한 행사하는 게 위헌"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채해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야당이 일방 처리한 특검법안은 여야가 수십년 지켜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한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대통령을 두둔했지만, 사실과 전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통령실은 특별검사를 야당만 추천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임명권을 박탈했다고 주장했지만, 과거에도 공정성 문제로 여당이 추천에서 배제된 사례가 확인됐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특검 거부를 위해 국민을 호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① 특검, 예외없이 여야 합의?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내세우는 특검 반대 논리는 △여야 합의 없는 일방 추진 △특별검사 추천 절차 불공정(야당만 추천) △대국민 보고(언론 브리핑) 피의사실 공표 △수사기관 수사 진행 중인 사안 등 크게 4개로 요약된다.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대통령의 거부권 재가 사실을 알리며 "국회는 지난 25년간 13회에 걸친 특검법들을 모두 예외없이 여야 합의 따라 처리해 왔다. 이는 단순히 여야 협치 문제가 아니다. 헌법상 삼권분립을 지키기 위한 국회 헌법적 관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역대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은 '채상병 특검법'을 포함해 총 15건이다. 이 가운데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 2008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BBK 주가조작 의혹 특검, 2012년 이명박 정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 2020년 세월호 특검 등은 여야 합의가 없었다.

대북송금 특검법 표결의 경우, 민주당이 불참하고 한나라당, 자민련 의원들만 참석해 처리했으며,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은 노 전 대통령이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한 상태에서 표결했다.

아울러 정 실장은 "우리 헌법 66조 2항은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수호 책무를 지닌 대통령으로서 행정부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입법에 대해서는 국회 재의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대통령이 과도한 행정부 권한 남용(거부권 남용)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인 국회의 입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채해병 특검으로 취임 이후 10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승만(45회) 이후 역대 최다 거부권 행사다.

빈도 수(1년에 5번 거부권 행사)로만 따지면 장기집권 독재를 했던 이승만을 훌쩍 뛰어넘는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거부권 규탄 기자회견에서 "빈도 수로 따지면 윤 대통령은 1년에 5번, '압도적 1위'다. 12년 집권한 이승만 대통령은 (45번 거부권을 행사했으므로) 1년에 3.75회 꼴"이라며 "거부권을 오남용하는 전형적인 행정독재"라고 비판했다.

 
② 야당만 특별검사 추천하는 게 불공정?

이와 함께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특별검사 추천을 야당만 하는 게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실장은 "이번 법안은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 독점적으로 부여해 대통령의 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했다"며 "이 또한 우리 헌법 삼권분립 원칙 위반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채상병 외압 의혹은 야당이 고발한 사건"이라며 "우리 사법 시스템 어디에도 고발인이 자기 사건을 수사할 검사를 고르는 모델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특검팀으로 참여했던 박근혜 정부의 '최서원(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개입 의혹 특검법'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특검 추천권을 배제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연루된 '대선 온라인 댓글조작 및 여론조작 의혹'(일명 드루킹 특검) 역시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특검 추천권은 배제됐다.

여당의 특검 추천권 배제는 특검의 공정성·중립성·독립성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특히 채해병 사건 수사외압의 경우, 윤 대통령이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에게 특검 추천권을 준다면 이해충돌 소지가 있고, 오히려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야당의 특검 추천권을 비판하는 것은 채해병 특검을 원천적으로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

③ 언론 브리핑이 피의사실 공표?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채해병 특검법에 포함된 언론 브리핑 조항(대국민 보고)에 대해서도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 실장은 "이번 법안에는 사건의 '대국민 보고'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실시간 언론 브리핑 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 조항은 피의사실 공표를 이 사건에 한하여 허용하고 제도화하는 잘못된 효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막겠다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까지 정비한 바 있다. 또한 민주당은 최근 이선균 방지법을 약속하며 피의사실 공표문제 개선을 거듭 주장한 바 있다"며 "브리핑 규정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 여론재판을 통한 인권침해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국회가 인권침해를 법으로 강제하는 독소조항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언론 브리핑 주체와 대상을 법으로 규정하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수사 과정을 브리핑하는 것과, 수사기관이 수사를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임의로 언론에 흘리는 것과는 구분이 필요하다. 또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국방부, 해병대 등 국가기관의 고위관계자가 특검 대상이라는 점에서, 일반 국민의 사생활 침해와 구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과거 특검법에서도 국민의 알권리를 고려해 수사 상황 브리핑을 조항으로 담았던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참여했던 '최서원(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개입 의혹 특검'이다. 당시 특검팀도 이러한 조항에 따라 수사 상황을 브리핑했다. 드루킹 특검법, 이예람 중사 특검법 등 이후 발의된 특검법안도 국민들의 높은 관심에 따라 브리핑 조항을 뒀다. 채해병 특검법에만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④ 수사 중인 데 특검하는 건 원칙에 어긋나?

이밖에 정 실장은 "특검 제도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또는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 한해 보충적, 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며, 채해병 특검법 자체가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본인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특검을 거부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수사 중인 사건을 특검으로 추진한 경우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단장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의 특검들 거의 대부분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 중인 상황에에 특검으로 다뤄왔다"며 "국민의힘이 자유한국당 시절 통과시킨 '드루킹 댓글조작 특검'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일 때 특검을 했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본인들이 했던 일도 기억을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루킹 특검뿐만 아니다. 국민의힘도 새누리당 시절이었던 2016년 국정 농단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당론으로 특검 도입에 찬성했다. 대선이 있었던 2021년 9월엔 대장동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특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오히려 채상병 사건의 경우, 지난해 7월 수사에 착수했지만 사건 발생 11개월이 다 되어가도록 아무런 진척도 없다. 공수처는 사건이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난 올해 1월에야 국방부와 해병대사령부를 압수수색했고, 관련자들 소환도 이제야 시작했다. 증거를 인멸하고도 남을 시점에서야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특검은 더더욱 필요해 보인다.

"채 해병이 위헌?…윤석열, 먼저 반성문이라도 써야"

야당은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해병대원 특검법 거부권 규탄' 야당·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서 "특검법이 언론에 브리핑할 수 있고 야당만 추천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헌이라는데, 지금까지 수많은 특검이 따랐던 내용"이라며 "특검법에 따라 당시 윤석열, 한동훈 검사도 수사를 진행했다. 최소한 채 해병 사망 사건에 대한 특검법을 거부하려면, 자신들의 수사가 위헌이었다고 반성문이라도 써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의 권한도 한도가 있는 것"이라며 "사익을 위해서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면, 그 자체로 위헌이고 위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부정과 비리를 감추기 위해 헌법이 준 권한을 남용하면, 위헌이고 위법이고 부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말했다. 윤 대통령이 채 해병 특검을 거부했다"며 "범인임을 자백했으니, 이제 범인으로서 그 범행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김성진 기자mindle1987@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