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과세’ 후퇴, 양극화 부추길 것
금투세 폐지가 초래할 문제들 ③
‘자본이득’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의 거래로부터 발생한 이익으로, 이자, 배당, 임대소득 등 자본소득과 함께 불로소득으로 간주된다.
물론 불로소득이라고 해서 공짜로 건진 소득이라는 의미는 아니며, 자본시장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조성하여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불로소득은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공평한 소득분배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투기적 행태는 억제하고 자원 배분의 순기능은 살리는 방향으로 자본과세를 개편하되, 여타의 자산 과세와 연계하여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3차례 세법개정안을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모두 97조3397억원(누적법 기준)에 달하는 감세안을 추진했다.
감세안의 내용을 보면,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34조5959억원)가 서민·중산층(16조8158억원)보다 2배 이상 많고, 감세 혜택은 주로 고액 자산가에게 집중되었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폐지,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증여세의 개편은 윤 정부 조세 정책의 부자 감세 기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먼저, 2019년 추경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투세는, 증권거래세가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을 위배하고, 자본소득의 원천에 따라 과세방식이 달라서 소득 간 과세 형평성도 침해한다는 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본 공제, 손익 통상과 이월 공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투세는 공정 과세의 측면에서 진일보한 제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2023년 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했고, 2024년에는 폐지하기로 했다. 강령에 ‘조세 정의’를 명시적으로 담고 있는 민주당도 폐지로 돌아섰다.
올해부터 국내 상장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이 종목당 보유금액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되었기 때문에, 금투세 폐지의 주된 수혜자는 해당 기업의 상장 주식을 10억~50억원만큼 보유한 고액 금융자산가다.
정부·여당은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금투세 도입의 선결 요건으로 주장하지만, 금투세는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과 무관하며, 오히려 금투세 도입이 주식시장 선진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의 무력화도 대단히 우려스럽다. 종부세의 목적인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세제의 기본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나가야 하지만, 윤 정부는 포퓰리즘으로 대응하고 있다.
세율을 낮추면서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를 시도했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대폭 낮추었다. 혼인으로 1세대 2주택자가 된 경우에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의 1세대 1주택 간주 기간 확대를 제안하고 있다. 이미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가액 12억원까지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고 있다.
고액 자산가에 대한 상속증여세의 축소도 두드러진다. 가업상속공제의 적용 대상을 매출액 5천억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확대했고, 최대주주의 보유 주식 할증평가 폐지, 최대 3억원의 혼인에 따른 증여 재산 공제 신설, 상속·증여세율 인하 및 과표구간 조정, 상속세 자녀 공제액 5억원으로 인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24년 세법개정안대로 상속세가 개편될 경우 감세액의 80%가 상위 1%에게 집중될 것으로 추정된다.
윤 정부 들어 자산 과세의 대폭 후퇴로 자산과 재산소득의 양극화가 확대하고, 내수 기반이 위축되면서 성장 잠재력을 침식하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하위 20% 대비 상위 20% 가구의 평균 재산소득 격차는 2022년 2분기 6.0배에서 2024년 2분기에는 9.7배로 확대되었고, 같은 기간에 시장소득은 15.6배에서 18.2배로 늘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년 전보다 크게 낮아졌다. 격차 사회로의 진입이 빨라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임기반환점 첫날인 지난 1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양극화 타개’를 강조했다. 낙수 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분배와 성장이 선순환하는 역동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공정 과세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여 근본적인 세제 개편을 위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복원하여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며, 상속세로 부의 세습과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조세 정의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자산 과세를 되돌려야 한다.
강병구 | 인하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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