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음모론 선동가 된 윤석열

道雨 2025. 2. 13. 08:42

음모론 선동가 된 윤석열

 

 

 

갈수록 가관이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변론이랍시고 내놓는 헛소리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처음엔 비상계엄 선포가 야당과 국민 계몽용이라며 수세적 변명을 늘어놓는가 싶었다. 그러다가 탄핵심판과 내란 수사에 대해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이라며 자신의 지시를 전면 부인하더니, 나중엔 아예 노골적으로 야당에 의한 내란·탄핵 공작설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그가 하는 헛소리들을 듣고 있노라면, 헛웃음이 나오다가 기가 차서 더이상 티브이를 보기 어려울 지경이 된다.

그런 국민이 많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그가 정계 입문 초기부터 음모론에 심취해 있었다는 얘기는 이제 많은 국민이 알게 됐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현직 시절 직접 경험했던 바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는 총선 개표가 조작됐다거나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됐다는 등, 극우 유튜버들이 떠들던 음모론을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이제 음모론 추종자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그 스스로 터무니없는 내란·탄핵 공작설을 만들어내고, 이를 공공연하게 떠들며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 자신이 우두머리가 되어 저지른 엄청난 사태를, 누군가에 의한 공작이라고 떠들고 있으니, 음모론 선동가라 불러도 이상할 것이 없다.

 

 

윤 대통령의 여론 선동은 탄핵심판과 내란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고도의 술수다. 그런데 그 목적 달성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물론 극렬 지지층에는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금처럼 정치가 극단적으로 분열된 상황에선, 극렬 지지층은 지도자가 무슨 말을 하든 그대로 믿을 개연성이 높다. 극단적 정치 양극화가 민주주의의 적인 이유다.

 

그러나 합리적 보수층이나 중도층은 다를 것이다.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난입한 현장을 티브이 생중계로 본 이상, 그의 선동이 미칠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온갖 가짜뉴스를 동원한 현란한 선동으로 대권을 다시 거머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공 공식’이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면 큰 오산이다. 트럼프와 윤 대통령 사례는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첫째, 미국 대통령은 재선 도전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단임제다. 트럼프는 2020년 재선 실패 뒤에도 공화당 유력 주자로 계속 보수 세력의 구심점이었다.

반면 윤 대통령은 탄핵이 인용되면 그날로 정치생명이 끝난다. 거기에다 내란 유죄판결까지 나오면 잊히는 인물이 될 것이다.

트럼프가 1930년대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 이후 세계에서 가장 선전선동에 능란한 정치인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트럼프의 ‘마가(MAGA) 운동’은 극우적인 백인 인종주의에 기반한 것이다. 백인 인종주의는 흑인 출신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을 계기로 더 심해졌다.

반면 윤 대통령의 ‘종북 세력 또는 반국가 세력 척결’ 메시지는 반향이 없다. 과거 ‘레드 콤플렉스’가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계엄 명분으로 내세운 부정선거 음모론도 지난 11일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아무런 증거조차 제시되지 못했다.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셋째, 미국의 탄핵 절차는 하원에서 소추하고 상원이 심판하지만, 한국은 국회가 소추하고 헌법재판소가 심판한다. 미국은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 반면에, 한국은 사법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요건에 전혀 맞지 않는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선관위에 대한 군 투입은 헌법·법률에 명백히 위배되고, 그 중대성 또한 매우 커, 어떤 재판관도 탄핵을 기각할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다.

요컨대, 미국 사회를 뒤집은 ‘트럼프 현상’과 달리, ‘윤석열 현상’은 신기루에 그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임기응변식 변명에 나름 재주가 있었다. 대선 후보 경선 때 손에 ‘왕’ 자를 새긴 것에 대해 동네 할머니가 응원 메시지로 써줬다거나, 갑작스러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그곳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단 하루라도 머물 수 없다는 식이었다.

모두 헛소리였지만 그때는 설마 하며 국민들이 넘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국헌 문란 행위를 생생히 목격한 국민들은, 어떤 요설을 늘어놓든 이번엔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야말로 ‘달그림자 쫓아가는’ 미몽에서 하루빨리 깨어나기 바란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옹호 세력도, 윤 대통령과 선을 긋는 게 나라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박현 | 논설위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