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경호차장, 계엄 전날 민간인 노상원에 ‘비화폰’ 지급”
* 김대경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비화폰’(도청과 음성녹음이 불가능한 전화기)에 대한 질문을 듣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12·3 비상계엄 하루 전날인 지난해 12월2일, 내란을 모의·실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간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경호처 ‘비화폰’(도청과 음성녹음이 불가능한 전화기)을 지급한 구체적인 정황이 4일 나왔다. 이 비화폰은 노 전 사령관이 긴급체포되기 8일 전인 지난해 12월7일 경호처에 반납됐다.
김 차장을 비롯한 경호처 내부 ‘김건희·김용현 라인’들이 비상계엄 공모와 증거인멸 등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청문회에선 노 전 사령관이 현직에 있을 때 대북 특수임무 요원을 폭사시키라는 지시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서, 비화폰 업무를 총괄하는 김대경 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여러 루트를 확인한 결과 경호처에서 노상원씨에게 직접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들었다. 끝 번호 9481 기억나느냐”고 물었다.
김 본부장이 “세부적인 번호까지는 (모르겠다)”고 하자, 윤 의원은 “노상원이 썼던 것으로 확인된 비화폰 번호”라고 못박았다.
윤 의원은 지난해 12월2일 김성훈 차장의 부하인 김아무개 비서관이 경호처에서 비화폰을 챙겼고, 김 차장이 이를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했다며 “김 차장이 내란의 비선 설계자인 노상원에게 비화폰을 바쳤다는 것은, 사전에 비상계엄을 알고 공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비화폰 불출 대장에 노 전 사령관이 사용한 비화폰이 ‘테스트(예)’로 표기돼 있다며 “(노 전 사령관이) 예비역이라서 ‘예’ 자를 쓴 것”이라고 했다. 그 밖에도 ‘테스트(특)’은 육군특수전사령관, ‘테스트(수)’는 수도방위사령관, ‘테스트(방)’은 국군방첩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줬다는 뜻이라고 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2024년 4월25일) 경호처에서 (비화폰을) 받았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군에서 쓰는 비화폰과 경호처로부터 받은 비화폰 2개를 사용했다.
윤 의원은 경호처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 비화폰은 12월7일 반납됐다. (관련자들이) 입을 맞추고 증거를 인멸하고 반납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이름이 처음 공개된 건 지난해 12월10일 국회 국방위원회인데, 그의 이름과 역할이 알려지기도 전에 비화폰을 반납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5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이와 함께 윤 의원은 김성훈 차장이 지난해 12월13일 김대경 본부장에게 비화폰 불출 대장 삭제를 지시했으나, 김 본부장 등 실무자들이 이를 거부했다며 “김 차장이 비화폰 기록 삭제에 매달린 것은 내란 범죄 핵심 고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수사 중인 상황”이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는 노 전 사령관이 사용하다 반납한 비화폰의 운용 기록도 “밝힐 수 없다”고만 했다.
곽 전 사령관은 “분명한 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의원을 의사당에서 끌어내라고 한 건 명백한 사실이고, 대통령이 그렇게 이야기했다”며, ‘의원’이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빼내라고 했던 당시 시점에, 그 인원(요원)들은 (국회) 본관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고 했다.
또 “경고성, 평화로운 계엄이라는 말에 동의하냐”는 안규백 내란 국조특위 위원장의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 쪽은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비상계엄은 반나절 계엄이었고 경각심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이날 청문회엔 정보사 여단장 출신으로 현재 육군 2군단 부군단장인 박민우 준장이 증인으로 나와, 2016년 육군첩보부대(HID) 부대장 때 노 전 사령관이 대북 임무 준비를 시키면서 “요원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서, 임무가 끝나면 돌아오기 전에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 전 사령관이 “(북한에) 포획될 것 같으면 내륙에서 (원격으로) 제거하고, 무사히 와도 오기 전에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를 “수거”라고 표현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 임무가 실행되진 않았다고 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막말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6일 곽 전 사령관이 김병주 의원의 유튜브에서 윤 대통령 등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했다고 ‘양심선언’을 한 것을 두고 “김 의원이 군사령관일 때 곽 전 사령관은 중요 참모였다”며 “곽 전 사령관이 민주당 김병주 의원 등에게 회유당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군에 대한 모독”이라며 임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도 “저도 그럼 ‘제보받았으니 (순직 해병대원) 채 상병을 당신(임 의원)이 죽였다’고 말해도 되느냐”고 소리쳤다. 이에 임 의원이 “싸가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부 의원은 “싸가지라뇨. 선을 넘네”라고 맞받았다.
한편 이날 내란 국조특위는 2차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 5명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으나, 아무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
앞서 특위는 지난달 22일 1차 청문회에 불출석한 윤 대통령 등 증인 7명에게도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으나, 이 가운데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만 오후에 참석한 바 있다.
김채운 기자 key@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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