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이전투구(泥田鬪狗) (김상동, 여명이)

道雨 2007. 6. 18.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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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투구(泥田鬪狗)

 

 

  제1편 : "나는 억울하다"           - 남 편    김 상 동 -

 

  한 해의 끝을 되돌아보니 어느새 올해로 결혼 20주년이 저만치 지나가고 있다.

옛날 말로 강산이 변해도 두 번은 변했을 세월이다.

  하물며, 사람 마음이야 오죽 했겠는가...

  여자의 마음은 밥상을 들고 부엌에서부터 방안에 들어가는 그 짧은 순간에도 열두 번은 더 변한다고 하였는데, 우리 여편네는 더욱 그러했으리라.

  그래도 남자는

  곰보다는 여우를 데리고 사는 것이 낫다고 하였는데,

우리 여편네는 여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곰처럼 우직하게 열심히 살림을 잘 꾸려 감으로써 남편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더욱 아니니...

  나는 억울하다.

  나는 억울하다.

 

  꼬리치는 바람에 눈멀어서 결혼하고,

  처음 1년은 뭣도 모르면서 여자니까 같이 살고,

  이게 아닌데 하다 보니 3년이 지나갔고.

  다음 3년은 앞으로는 잘 하겠지 하다 보니 지나갔고,

  그 다음 3년은 그냥 저냥 지나가고,

  그 다음부터는 A/S(처가 집 보증 수리) 기간이 지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고장난 채로 살고,

  이제는, 지는 지대로 살고, 얼-쑤!.  나는 나대로 산다. 좋다!

 

 

  그러니 어찌 내가 억울하지 않겠는가?

  "나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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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편 : "나는 더 억울하다"          - 아 내     여 명 이 -

 

  세월만 지나가면 뭐하냐!

  20년을 같이  살아도 아직도 아내 마음을 읽을 줄 모르는 남자를 나는 델꼬 산다.

  그러니 내가 훨씬 더 억울하지.

  내가 비록 남편 출근할 때 웃는 얼굴로 못 보내고, 퇴근 시에 환한 얼굴로 맞이하지는 못하지만, 어디 그것이 전부 내 탓인가?

  남자가 잘해 봐라, 여자는 잘하기 되어 있다...

  그리고, 내가 꼬리를 먼저 친 것은 사실이지만,

  꼬리친다고 누가 따라 오라 하더냐!  하더냐!

  나도 할 말 많다.

 

  멋있는 사나이인줄 알고 바지가랭이 잡았다가

  처음 1년은 신혼 기분으로 살고,

  다음 3년은 분위기로 살고,

  그 다음 3년은 내 멋으로 살고,

  그 후 3년은 서비스 강조 기간이라 살고,

  그 다음부터는 자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고,

  이제는 포기하고 산다.

 

  그러니 "나는 더 억울하다."

  어디 그 뿐이냐!

  그 곱던 얼굴, 잔 주름에 얼룩지고,

  봉숭아 물 곱게 물들이던 그 고운 손, 매니큐어에 감추고

  휘날리던 고운 머리 결, 희끗희끗 세월이 엿보이고

  그 날씬했던 허리, 히프와 일치하니

  야이 머슴아야!

  내 청춘 돌리도...

 

 

 

 

***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저와 군대(3사관학교) 동기생인 김상동 선생이 부인 여명이씨와 합작으로 쓴 글인데 퍽이나 재미있습니다. 장난스레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천년을 함께 하며, 영원한 연인으로 살아가길...

 

 

 *  경기도 파주 용미리마애석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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