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어느새 결혼 25주년이라니

道雨 2007. 6. 19. 18:02

 

 

 

         어느새 결혼 25주년이라니

 

 

  나에게 있어 석가탄신일은 '부처님오신날'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날이다.

 

  25년전 부처님 오신날, 그 날은 토요일이었지.

  그 전날 오전까지 나는 광주 상무대에서 OAC(고등군사반) 교육을 받았고, 내일 결혼한다고  훈육관의 승인을 얻고 반나절 조기 퇴근해서, 전주로 가서 처가집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인 석가탄신일에 결혼을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음력으로 결혼기념일을 보내자고 하였지. 늘 공휴일이니까...

 

  그리고 25년이 지난 지금(소위 은혼식이라고 하는), 돌이켜보면 참 빨리 지나간 세월임을 느낀다.

  광주에서 첫 신혼살림 3주일, 그리고 조치원에서 3년, 그리고 그 후 부산에서 줄곧 살아온 세월이 22년이 넘었다. 부산에서도 광안리에서 2개월, 송도에서 3년, 그리고 해운대로 와서 19년이 되어간다. 

 

  강산이 두번하고도 반이나 변할 시간이었으니, 그동안에  공진이, 범진이가 태어나고,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모두 돌아가시고, 나는 군생활 접고 문방구를 하면서(실은 아내가 운영) 학교 다니다가, 졸업하여 한의원을 연지도 벌써 12년이 넘었구나.

이제 머리도 하얗게 세어버리고 뼈마디도 노곤하게 되어가는군.

 

 

  어제 결혼기념일이라고,  탁구치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저녁 먹고, 집사람과 둘이 영화구경갔었는데, '밀양'은 시간이 맞지 않아 니콜라스게이지 주연의  '넥스트'를 봤다.

  자기의 앞일을 미리 알게되는 사람이 겪는 해프닝에 대한 영화인데, 미래를 미리 안다는 것에 대해 좋을 것이 없다는 뜻을 내포한 영화였다. 내 생각에는 별로라고 생각되는 영화였는데, 물통과 통나무가 굴러 떨어지는 액션 하나는 괜찮은 것 같다.

 

  그렇게 25주년 기념일이 멋없이 흘러가고 말았다. 주말에 답사여행을 가기로 하고...

  내가 집사람에게 미안한데 집사람은 별로 상관 않는 듯.

 

  다른 사람들은 나같이 맹탕하게 보내지 말고 멋있게, 사랑스럽게, 추억거리를 만들게 되기를 바라며...

  이미 지난 사람은 할 수 없고...

 

                  

 * 결혼 25주년 기념 답사여행 (화엄사 일주문 앞에서)